화웨이에 '저가정책'이란 건 없다.
최근 한국에서 클라우드 시장 진출을 공식화한 화웨이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그룹 총괄 임원의 발언이다.
화웨이는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 및 클라우드 컴퓨팅 솔루션 등 엔터프라이즈 사업의 큰 방향을 제시하며, 그동안 '저가 정책'과 기술 도용을 통해 수익을 얻어 왔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적극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발언의 주인공은 지난 19일 열린 한국화웨이 클라우드컨퍼런스(HKCC) 참석차 방한한, 쑨찌아웨이(孙佳韡) 화웨이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그룹 IT제품군 총괄 부사장이다. 데이터센터 인프라 제품 마케팅 전략을 지휘하는 그는 이날 인터뷰를 통해 시장에 몇몇 과거사에 따른 부정적 인식이 형성됐음을 인정하면서도 실질적인 타격은 없었다는 입장을 전했다.
앞서 한국화웨이는 지난 2007년 설립돼 지방자치단체와 케이블방송 사업자 등 공공 및 민간 유선네트워크 장비 시장을 공략해 왔다. 지난해 이동통신사 LG유플러스의 LTE 캐리어네트워크 서비스 제공업체로 선정돼 무선네트워크 시장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간 몇몇 경쟁사와 고객사는 화웨이의 입찰 견적가를 두고 '저가 전략'이란 평가를 내리곤 했다. 국내 유무선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 경쟁사 대비 확연히 낮은 가격이 한국화웨이의 두드러진 차별화 요소처럼 인식됐다.
물론 화웨이 데이터센터용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와 클라우드솔루션 및 유지관리 서비스 사업은 엔터프라이즈 사업 부문이고, 이는 기존 네트워크 사업 담당 조직인 '캐리어네트워크' 사업 부문과 별개다. 하지만 일각에선 화웨이가 클라우드 사업에서도 같은 특징을 보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같은 지적에 대한 화웨이의 반응은, 앞서 밝혔듯이 '전혀 아니올시다'다. 자사 가격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오히려 그런 문제제기를 하는 외부의 잣대가 타당치 않을 수도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스스로 저가정책을 취했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우리도 민간사업자라 이윤 추구를 근간으로 활동한다. 제품을 손해 보면서 팔 수는 없으니까. 시장에 제시했던 가격들은 말도 안되는 수준이 아니다. 합리적인 이익을 내고 있다. 경쟁사가 우리 가격이 너무 낮다는 평가를 한다면, 오히려 그 쪽의 이익이 지나치게 많은 것일 수도 있다.
화웨이에 형성된 부정적 인식의 또다른 요인은 '과거사'다.
화웨이는 2000년대 초 미국에서 네트워크 장비 업계 경쟁자인 시스코의 제품을 도용했다는 시비에 휘말렸고 결국 그 혐의를 일부 인정, 사과하면서 기술도용 업체라는 오명을 썼다. 최근엔 창업자의 출신(중국 인민해방군) 탓에 중국 군부와의 유착설이 돌았는데, 미국 정부가 이점을 빌미로 화웨이 장비에 보안 헛점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외신들 보도에 따르면 헛점이 있긴 있었다. 하지만 화웨이가 중국 정부와 작정해 일부러 만들어 둔 게 아니고 오히려 미국 국가안보국(NSA)으로부터 해킹을 당해 온 통로였다. 보도가 사실이라 해도 여기서 화웨이는 일종의 피해자인 셈이다. (☞관련기사)
이에 대해 긴 설명을 하지는 않았지만, 자신들 제품엔 고객들을 불안케 할만한 문제가 없다는 게 쑨 부사장의 입장이다.
(지적한 얘기들은) 전세계가 아는 사건이다. (그 얘기 꺼내는 고객) 만날 때마다, 침묵하기보단 적극적으로 해명해 왔다. 부정적인 내용들이 사실과 다르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많은 인증, 테스트에 참여하기도 했다. 우리는 (중국 군부와의 연결고리가 없는) 100% 민영 기업이며, 영리를 추구한다. 다른 회사와 다르지 않다는 걸 이해해 달라.
하지만 한국 시장에선 이런저런 구설수 때문에 화웨이의 제품을 사용하는 게 불확실성과 위험이 크다고 여길 수 있다. 앞서 국내서 네트워크 장비 사업을 몇년 이상 해 왔다지만 서버와 스토리지, 클라우드 솔루션과 서비스 사업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다른 사업 부문의 일이었다고 해도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장담하긴 어렵다.
네트워크 분야에서 이슈들이 있었지만 서버 관련 사업엔 영향이 없었다. 우리 제품도 인텔 프로세서와 x86 호환 보드를 사용하는 투명한 구조를 갖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많은 검증과 인증을 받았기 때문에 (고객사들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특정 산업 영역이나 지역별 시장에 진입할 때 그에 알맞은 테스트와 인증도 받고 있다.
쑨 부사장은 이점에 대해 실질적으로 영업적인 손실 등을 입은 적은 없지만, 아무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라고 에둘러 해명했다.
여러 큰 (문제적) 사건들이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영업 활동간에 '역풍'을 맞았던 적은 없었다. 물론 이를 위해 많은 직원들이 일선 고객들을 만나면서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하느라 고생을 꽤 했다. 대신 화웨이의 문화를 고객들에게 전달할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그가 언급한 화웨이의 문화는 소통과 개방성이다. 이는 화웨이가 협력사들에게 상생을 제안하며 꺼내드는 가치이기도 하고, 여러 파트너와 자사의 기술역량을 한데 모으기 위한 '집적화(융합)' 전략을 설명할 때 쓰는 표현이기도 하다.
집적화 전략의 특징은 (화웨이와 파트너간) 협력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체 강점에 주력하고, 나머지 영역은 그에 걸맞는 역량을 갖춘 파트너와 손잡는 것이다. 파트너 SAP와 추진 중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어플라이언스 제품을 생각하면 된다. 화웨이는 인프라(하드웨어)에 집중하고 소프트웨어는 협력사가 맡는 것이다.
이런 화웨이 본사의 메시지와는 별개로, 한국화웨이가 이날 컨퍼런스를 통해 강조하려 했던 클라우드사업 전략은 '기술혁신'에 무게를 뒀다. 쑨 부사장도 클라우드 사업 쪽에 거는 기대에 대해 언급했다.
클라우드 사업은 새로운 영역이고 시장의 흐름도 기술혁신 단계에 있다. 클라우드 업무에 대한 기준이나 관점이 확정되지 않은 걸로 안다. 이 시장에선 제품 혁신성과 기술성이, 가격보다 더 중요한 측면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클라우드 시장 영역에서 '합리적 이윤을 추구하는 (기술)혁신 기업'이라는 메시지를 고객들에게 전달하고 싶다.
이런 화웨이의 국내 사업 성과는 어떨까? 의외로 엔터프라이즈 조직 출범 이전에 벌여 온 사업만으로 국내 IT시장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화웨이는 약 1년전 엔터프라이즈 사업을 시작한 이래로, 공개 가능한 가시적 성과를 내놓을 수는 없지만 좋은 협력사를 만났고 교육, 유통, 중소중견기업(SMB)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엔터프라이즈, 캐리어네트워크, 소비자기기 사업을 통틀어 직원수는 150명, 연매출은 지난해 기준 1천60억원이다.
관련기사
- EU, 中 통신장비업체 불법 여부 조사 중단2014.11.20
- 화웨이, 2016년 4.5G 네트워크 상용화2014.11.20
- 화웨이 "한국벤처 중국진출 힘 싣겠다"2014.11.20
- 국내 x86 서버 시장 오랜만에 대목 맞나2014.11.20
쑨 부사장은 엔터프라이즈 부문 성과를 키우기 위해 협력을 통한 집적화, 고객중심 전략을 강화하겠다고 예고했다.
엔터프라이즈사업 부문은 클라우드, IT제품, IP제품, 금융 등 산업부문별 고객중심 솔루션 등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진행한다. SAP와 IBM같은 소프트웨어 사업자와 손잡고 집적화 전략을 지속해 나가고, 현지 파트너들과도 함께 움직일 계획이다. 신제품을 내놓고 신규 시장을 확보해 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