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보니]스마트워치를 왜 사냐구요?

일반입력 :2014/11/25 16:32    수정: 2014/11/25 16:56

최근 미국 출장길에 전자제품 판매점 베스트바이에 들러 모토로라 스마트워치 모토360을 구매했다.

가격은 250달러. 부가세랑 카드수수료 환율 등을 더하니 한국 돈으로 딱 30만원이 들었다. 30만원이면 다른 멋진 디자인의 시계를 살 수도 있는 돈이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그거 어디다 쓰려고 샀냐는 얘길 자주 듣는다.

하지만 지난 며칠간 사용해 보니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예쁘다. 좀 크긴 하지만 심플한 정통 시계처럼 생긴 디자인이 정장과 캐주얼 차림에 모두 무난히 잘 어울린다. 둘째 구글나우와 궁합이 너무 잘 맞는다. 손목에서 음성으로 하면 더 편한 일들이 의외로 많다는 거다.

심플한 원형 디자인에 시계화면도 마음대로

모토360은 동그란 모양으로 네모 일색인 기존 스마트워치들과 비교되며 등장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동그란 모양이 무슨 큰 차이일까도 싶다. 사실 중요한 건 동그랗거나 네모난 모양이 아니다. 모토로라는 전통적인 시계 감성을 옮겨 오려고 노력했다는 게 차이를 만들었다. 세계적으로 판매되는 시계 중 80%는 동그란 모양이라고 한다. 모토로라가 동그란 모양을 선택한 이유다.

시계줄도 진짜 시계처럼 가죽과 메탈 중 선택할 수 있게 만들었다. 모토360에 유일하게 있는 물리버튼은 시계 용두를 닮았다. 누르면 홈으로 간다.

모토360을 진짜 시계처럼 쓸 수 있게 만드는 또 다른 기능은 대기화면이다. 사용자 움직임이 인식되면 시계화면을 약간 어둡게 표시해 주는 기능이다. 손목을 들어 시계를 보거나 화면을 터치하면 밝아진다. 대기화면 기능이 없고 시계화면에 바늘이 표시되지 않으면 시계 같지 않을 것이다. 일종의 스타일을 내기 주기 위한 장치다.

시계화면을 바꿀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이다. 모토360에서 기본으로 10여 개의 시계화면을 제공한다. 시계화면을 커스터 마이징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도 많이 나와 있다. 그날 기분이나 옷차림에 맞춰 시계화면을 선택할 수 있다.

시계 디자인이 심플하기 때문에 정장이나 캐주얼 차림에 모두 어울린다. 기존 스마트워치가 투박해 특히 여성들의 외면을 받았다면 모토360은 여성들이 착용해도 나쁘지 않다. 기자처럼 개인적인 취향으로 심플한 디자인 시계를 좋아한다면 더욱 끌릴 것이다.

단 시계화면이 좀 크다는 점이 아쉽다. 1.56인치 원형 디스플레이는 여성 팔목엔 확실히 크다는 느낌이 든다. 진짜 전통적인 시계를 모방했다면 여성용, 남성용을 따로 만들어도 좋았을 것 같다.

모토로라는 최근 골드 색상의 메탈 밴드를 탑재한 모토360도 공개했다. 특히 시계줄을 기존과 같은 23mm 와 18mm를 선택할 수 있게 만들었다. 화려한 골드 색상을 택한 것이나 얇은 줄을 옵션으로 추가한 것을 보면 여성사용자를 끌어 들이려는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문에 의하면 모토로라는 내년 초 모토360 차기 버전을 출시할 예정이다.

구글나우, 스마트워치에 딱이네

스마트폰에서도 구글나우는 제법 도움이 된다. 현재 위치를 파악해서 필요한 정보를 딱딱 알려주니 참 잘 만든 서비스라는 생각을 해왔다. 구글나우에는 '오케이구글'로 시작하는 음성인식 기능이 포함돼 있다. 인식한 말은 검색해주거나 특정 명령어는 기능 실행도 가능하다.

이런 구글나우가 스마트워치 속으로 들어가자 놀라운 궁합을 보여준다.

구글나우에서 위치에 따라 제공하는 정보를 ‘카드’라고 한다. 이 카드 생성될 때마다 스마트워치에서는 바로 보여준다. 폰에서는 구글나우를 찾아들어가야 카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본래에도 구글나우의 한국어 인식 성능이 거의90%(체감상)에 가깝다고 느끼면서 감탄했지만 손으로 입력하는 것도 편한 스마트폰에선 굳이 음성 인식을 사용할 일이 별로 없었다.

다른 입력 인터페이스가 없는 스마트워치에선 구글나우의 높은 한국어 인식 성능이 빛을 발한다.

음성으로 메모 작성, 알림 생성, 걸음수 확인, 심박수 확인, 문자보내기, 이메일 보내기, 길찾기, 타이머 설정, 스톱워치 시작, 알람 설정 등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오전 10시에 건강검진 병원 예약하라고 알림이라고 말하면 리마인드가 생성된다. 환율 정보, 날씨 정보, 주가 정보, 간단한 계산 등도 말만하면 뚝딱 나온다.

카카오톡, 라인, 텔레그램 등 안드로이드 웨어를 지원하는 메시지 앱들은 메시지가 왔을 때 스마트워치에서 확인하고 답장을 음성으로 보낼 수 있다.

이동중이나 운전중에 운동중 등 손을 자유롭게 쓰지 못할 때는 스마트워치와 구글나우 조합이 정말 쓸모 있게 느껴질 것 같다. 한국어 음성 인식률이 떨어졌다면 만족감을 주지 못할 서비스들이다.

시장조사기관에서 스마트워치 시장이 커진다는 전망을 내놓을 때마다 피부에 와 닿지 않은 게 사실이었다. 주변에 스마트워치를 쓰는 사람은 얼리어답터나 개발자들뿐인데 내년엔 사용자가 두 배로 는다니 뜬구름 잡는 얘기로만 들렸다.

하지만 모토360을 써보니 괜찮은 디자인으로 하드웨어가 나오고 스마트워치와 연동되는 기능이 좀 더 늘어 난다면 생각보다 빠르게 확산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LG전자 ‘G워치R’도 동그란 디자인으로 괜찮은 시장 반응을 얻고 있고 에이수스 ‘젠워치’는 사각형이지만 전통 시계 같은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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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워치 전용앱에 대한 가능성도 보인다. 친구에게 푸시를 보내는 서비스 '요(YO)'는 안드로이드 웨어 앱으로 제작됐다. 워치에서도 푸시보내기가 가능하다. 마이크로소프트 메모 앱 원노트를 안드로이드 웨어용으로 내놨다. 음성으로 한 메모가 원노트에도 자동 저장된다.

안드로이드웨어 진영 반대편에선 애플이 애플워치로 iOS 스마트워치 생태계를 준비하고 있다. 애플과 구글 경쟁구도가 제대로 만들어지면 훨씬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생태계가 만들어 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