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의 종합된 의견도 배척하면서, 자신들의 정치적인 입장만 되풀이하는 것도 모자라 기존 주파수 정책의 근간까지 흔들겠다는 의도다.
21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700MHz 주파수 대역 용도 결정을 포함한 주파수 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소위 구성에 합의했다.
소위 활동 계획은 홍문종 미방위원장과 여야 간사인 조해진, 우상호 의원이 맡고 실제 활동은 5명의 의원이 참여한다.
문제는 국민의 재산인 공공재 주파수 활용을 를 두고, 정치인들이 나서서 편향적 주장을 관철시키려 한다는 점이다.
이날 회의에서도 국회의원들은 노골적으로 700MHz를 방송용으로 할당할 것을 종용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최민희 의원은 “주파수심의위에 방송 측 전문가가 왜 없냐”면서 “위원장에게 읍소를 해서라도 주파수소위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 비전문가가 전문가 의견 무시
정부는 현재 700MHz 대역중에 재난망을 우선 배정한 뒤, UHD 방송 또는 이동통신용 용도를 정하기 위한 논의가 한창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관련 전문가도 아닌 일부 정치인들이 원하는 대로 국민 재산에 손을 대겠다는 것이다.
실제 여야 미방위 의원들은 관련 공청회 자리에서도 무리한 주장을 늘어놓기도 했다.
특히 당장 통신용으로 할당하더라도 2.3GHz, 3.5GHz 등을 조기 경매해 통신사들이 쓰면 되지 않냐는 의견까지 나왔다. 2.3GHz와 2.5GHz 대역은 와이파이 주파수로 쓰고 있는 2.4GHz 대역의 심각한 간섭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통신용으로 쓰기 어렵다.
또 3.5GHz 대역은 기지국 등의 통신장비는 물론 휴대폰 단말기에 들어갈 통신 칩셋 조차 만들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주파수심의위가 배정한 재난망 20MHz 대역도 지상파 주장대로 따라야 한다는 의견까지 국회의원들이 서슴없이 내뱉기도 했다.
700MHz 일부 대역은 인접 국가인 일본과 심각한 주파수 간섭현상이 있다. 이 때문에 재난망 대역을 잘못 설정하면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이 벌어져도 구조에 필요한 통신이 가동되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단지 UHD 방송용 주파수의 용이한 확보를 위해서 이를 피해 대역을 결정한 정부의 원안을 뒤엎겠다는 뜻까지 밝힌 것이다.
■ 업계 학계 당혹 “책임지지도 못할 행태”
업계와 학계에서는 국회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심각한 우려의 뜻을 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운영한 공동 연구반의 논의 내용이나 양 부처 정책협의체는 완전히 무시한 처사”라며 “이미 답을 정해놓은 입장에서 사후 문제는 책임지지도 않겠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통신업계에서도 “이미 UHD 방송만 생각하고 있는 미방위 의원들이 모바일 트래픽 급증에 따른 국민 피해에는 조금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서 “주파수 정책이 이런 식으로 움직인다면 예측 가능성이 무너져 기간통신 역무를 제대로 제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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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일방적인 정책 결정 압박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주파수 용도 결정 절차가 모두 무시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이날 새누리당 심학봉 의원은 “미방위 소위에서 의결하고 결정하면 정부는 수용해야 한다”고 최성준 방통위원장과 윤종록 미래부 차관에 주파수 정책 개입 의지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