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MHz 통신-방송 논란 왜 시작됐나

[긴급진단] 정치 그물에 갇힌 700MHz 정책①

일반입력 :2014/11/18 17:21    수정: 2014/11/19 09:37

국민의 재산이자 공공재인 주파수를 일부 지상파방송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겁박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국정감사를 이용해 지상파에 700MHz 대역을 몰아주라고 강요하는가 하면, 공청회란 이름을 덧씌워 청문회를 방불케 하는 공세를 펼치며 정부에 지상파 사용을 못 박으라고 난리다. 정치권의 이같은 막무가내식 주장에 700MHz 정책은 산업‧경제적 효용성 논리는 온데간데 없고 정치권의 그물에 갇혀 옴싹달싹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지상파에 700MHz 주파수를 분배‧할당하는 것이 국민들의 재산인 주파수를 얼마나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으로 사용하자는 것인지, 또 국제적으로 어떤 의미와 파장을 불러일으킬 만한 사안인지 분석해본다.[편집자주]

700MHz 대역에서 방송통신업계의 갈등이 본격화 되기 시작된 것은 지난 2008년 12월, 구 방송통신위원회가 ‘디지털TV 채널배치 계획’을 확정하면서부터다. 당시 정부는 700MHz(698~803MHz) 대역 108MHz폭을 회수키로 결정하고, 이 중 40MHz폭을 이동통신용으로 쓰기로 의결한 바 있다.

이를 계기로, 과거 디지털전환 이전에 방송용으로 활용하던 700MHz 주파수를 왜 이동통신용으로 활용하느냐를 놓고 갈등이 촉발되기 시작됐다. 당시 지상파방송에서는 3DTV나 초고화질(UHD) 방송 등 미래를 위해 700MHz를 방송용 주파수로 보유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700MHz 주파수는 원래 방송용?

700MHz 주파수가 원래 방송용이라는 지상파의 주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주장이다. 지상파의 디지털TV(DTV) 전환계획이 발표되기 전인 2001년 이전까지 TV방송용 주파수는 VHF 72MHz폭(채널 2~13)과 UHF(채널 19~60) 252MHz폭 등 총 324MHz 폭이었다.

하지만 DTV 전환계획 발표와 함께 군통신용으로 사용하고 있던 UHF 대역 30MHz폭(채널 14~18, 470~500MHz)과 ‘고정, 이동’ 용도로만 한정됐던 54MHz폭(채널 61~69, 752~806MHz)을 DTV 전환기간에 한해 방송용으로 추가 사용을 허용하면서 총 408MHz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DTV 전환기간인 2001년에서 2013년까지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이유를 감안, 정부가 한시적으로 84MHz폭의 주파수를 방송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준 것이기 때문에, 당초 700MHz가 방송용이었다는 지상파방송사 주장은 맞지 않다.

2001년 5월 전파법의 정보통신부고시 ‘제2001-32호’는 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752~806MHz 54MHz폭의 주파수 용도를 ‘고정, 이동’에서 ‘고정, 이동, 방송’으로 용도를 변경하면서 ‘752~806MHz 주파수 대역에서 방송업무는 디지털TV 전환기간에 한해 사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전문가들은 “당시 752~806MHz 주파수는 남해안 도서통신이나 무선마이크 등에 사용되고 있었으며, DTV 전환 시에 채널 부족이 예상되는 수도권, 충청권에 한시적으로 활용키로 한 대역”이라며 “따라서 DTV 전환이 완료된 2012년 아날로그방송 종료 이후에는 어차피 회수키로 한 주파수 대역이었다”고 말했다.■DTV 도입 이유는 효율적 주파수 활용

구 방통위가 지상파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2012년 1월 모바일 광개토플랜에 따라 40MHz폭(728~748MHz, 783~803MHz)을 이동통신용으로 우선 결정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752~806MHz 대역 54MHz폭은 원래 방송용이 아닌 DTV 전환기간에만 임시 허용해 준 주파수였기 때문에 40MHz폭을 원래 용도였던 ‘고정, 이동’으로 되돌린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방송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효율적인 주파수 활용이 가능해 여유주파수를 확보, 재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며 “때문에 700MHz 대역은 2001년부터 회수가 예정됐던 주파수였고 특히 752~806MHz 대역은 임시 허용한 대역이어서 방송용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를 근거로, 정부가 DTV 전환이 완전히 끝난 2013년 10월 700MHz 대역 108MHz폭을 회수한 것이기 때문에 방송에 기득권이 있다는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7년 전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세계전파통신회의(WRC-07)에서는 700MHz 대역을 차세대 이동통신 공통대역으로 채택했고, 당시 북미, 유럽, 아시아 주요국들이 DTV 전환 이후 대부분 이동통신용으로 활용하거나 이용할 계획이었다는 점에서 원래 방송용이었다는 지상파의 주장은 논리에 맞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