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뒤 주파수 미리 쓰자고?…한심한 국회

700MHz 지상파 배정 요구하며 무리한 요구

일반입력 :2014/11/11 21:38    수정: 2014/11/21 11:37

“모바일 트래픽이 늘어나 주파수가 부족하면 주파수 경매를 앞당겨라”

11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개최한 ‘700MHz 주파수 용도관련 공청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조규조 미래창조과학부 전파정책국장에 이같이 요구했다.

2015년, 2018년, 2020년, 2023년 등 4단계로 나뉘어져 있는 주파수 경매 시기를 미리 앞당겨 주파수를 분배하면, 이동통신사들이 모바일 트래픽 폭증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이들 정치인들의 주장이다. 지상파방송사들이 UHD 방송을 할 수 있도록 700MHz 대역을 방송용으로 할당하는 대신, 트래픽 폭증으로 이통사들이 필요한 주파수는 다른 대역에서 찾으라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의 이같은 황당한 주장에 정부 당국자도 황당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조규조 미래부 국장은 “2018년 경매에 계획된 주파수는 상용 제품이 나와 있지 않고 또 여러 상황들이 있어 내년이 아닌 2018년으로 계획을 수립한 것”이라며 “이통3사 수요를 고려하면 700MHz가 필요한 상황이고, 적기에 주파수가 공급되지 않으면 트래픽 대응을 못해 통신품질 저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여야 의원들은 이동통신 용도로 700MHz 대역이 아닌 다른 주파수를 쓸 수 있다고 사실상 강요했다. UHD 방송은 700MHz 대역 밖에 없으니 지상파에 할당해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비어있는 700MHz 대역을 활용하지 않고, 2018년에 예정된 다른 경매 대역 주파수를 앞당겨 쓰자는 미방위 의원들의 주장에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다. 주파수 정책에 대한 무지, 통신시장에 대한 무지를 그대로 드러낸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모바일 광개토플랜 2.0에 따르면 2018년 경매 대상 주파수는 ▲LTE-FDD 방식의 2.1GHz 60MHz 폭 ▲LTE-TDD 방식의 2.0GHz 40MHz 폭 ▲TDD 방식의 2.3GHz 30MHz 폭 추가와 40MHz 폭 재활용 ▲3.5GHz 대역의 160MHz 폭 등이다.

이들 주파수 대역은 이통사가 할당을 받더라도 이 대역의 주파수를 활용할 휴대폰이 없는 상황이다.

휴대폰의 핵심 부품인 통신칩셋도 이 주파수를 대응하는 제품이 나와 있지 않다. 나아가 통신 장비 운영도 큰 어려움이 예고된다.

억지로 만들어 낸다고 하더라도 국내에서만 쓰게 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시장을 향한 대량 생산이 아니라 5천만에 지나지 않는 한국 시장에만 대응하는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방위 여야 의원들은 조 국장의 이 같은 설명에도 피해가는 답변이란 말만 늘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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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미방위 의원들은 현재 상용화 일정도 나오지 않은 지상파 UHD를 위해, 당장 쓸수도 없는 주파수를 이통사들에 미래 강매하라고 강요한 셈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한때 전자강국이었던 일본이 그들만의 표준을 고집하다 갈라파고스의 섬이 돼 글로벌 시장에서 추락한 사실을 정치인들이 되새겨봐야 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논의를 하자고 개최한 공청회에서 현실을 모르고 일방적인 주장만 늘어놓은 상황이 한심하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