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국가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에 700MHz 주파수를 우선 배정하는데 동의하면서, 정부의 재난망 사업 추진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하지만 그동안 국회가 지상파 UHD에 700MHz 54MHz폭 할당을 주장해왔던 터라, 정부가 정치권의 압박에 밀려 모바일 광개토플랜의 수정을 받아들인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실제 정부-정치권의 이같은 밀약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3년전 700MHz 대역 40MHz폭을 통신용으로 할당키로 한 계획은 물론이고, 700MHz 대역을 4G는 물론 향후 5G 시대의 핵심 주파수 자원으로 삼고자 했던 ICT(정보통신기술) 업계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어서 실망감을 주고 있다.
5일 국회 및 정부,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고위 관계자들은 4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700MHz 대역에서 20MHz폭을 재난망에 우선 활용하는데 합의했다.합의된 내용은 재난망에 할당되는 700MHz는 미래부가 국무총리실 산하 주파수심의위원회에 제출한 정부안대로(718~728MHz, 773~783MHz) 추진하며, 나머지 대역의 활용 방안은 내년 상반기까지 미래부-방통위의 정책협의회에서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700MHz 나머지 대역에는 2012년 구 방송통신위원회가 모바일 광개토플랜에서 이동통신용으로 결정한 40MHz폭(728~748MHz, 783~803MHz)도 포함시켜 검토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사업의 조기 추진을 위해 기존 주파수 정책을 수정하겠다고 국회에 약속한 셈이다.
정치권은 세월호 사태 이후 재난망 사업을 서둘러야 하는 정부의 약점을 이용해 지상파방송이 요구해 온 700MHz 대역을 힘을 앞세워 확보해 준 셈이 됐다. 미방위 여야 의원들은 국정감사 기간 동안 지상파의 UHD 전국방송을 위해서는 700MHz 대역의 54MHz폭이 필요하다며 이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정부를 압박해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 단위의 예산이 투입되는 재난망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하지만 현재 정부는 12년간 표류해 온 이 사업을 서둘러 추진하기 위해 예타 조사 없이 이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며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국회 해당 상임위의 동의가 필요한 데 결국 정부가 조기 추진을 위해 주파수 정책까지 수정해가며 이를 수용한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 국정감사에서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재난망을 배분하더라도 지상파 UHD 방송에 지장이 없도록 미래부와 협의해서 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고, 최양희 미래부 장관 역시 “재난망을 배정하고 잔여 대역에서 방통위와 협의해 방송통신이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문제는 정부가 기존에 통신용으로 결정한 40MHz 대역을 재검토하면서까지 정치권의 의견을 수용하면서, 황금주파수인 700MHz 대역을 미래 5G 주파수 자원으로 활용하려했던 통신업계의 계획이 큰 위기를 맞게 됐다는 점이다. 당초 구 방통위는 700MHz 대역 108MHz폭중 40MHz폭을 통신용으로 할당하고, 나머지는 결정을 유보했다.
관련기사
- 지상파 들러리 국회 "700MHz 방송 줘라"2014.11.05
- 700MHz 대신 2.6GHz 써라?…글로벌 역행2014.11.05
- 700MHz 주파수심의위 가동 "누구 손 들어주나?"2014.11.05
- 지상파 “700MHz 광개토 플랜 무효” 일방 주장2014.11.05
특히 방통위, 미래부 등 관련부처와 총리실 산하 주파수심의위 등에서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단이 700MHz 주파수 문제를 논의중인 상황에서, 정부가 정치권의 일방적인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큰 논란이 될 전망이다.
디지털전환 유휴대역인 700MHz는 전 세계적으로 3G및 4G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우리나라만 이를 방송용으로 사용할 경우, 주파수 고립을 자초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