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방송용에 700MHz 달라는 지상파

[긴급진단] 정치 그물에 갇힌 700MHz 정책②

일반입력 :2014/11/19 18:58

2012년 12월31일 오전 4시를 기해 지상파방송사들은 아날로그TV방송의 송출을 중단하고 디지털방송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지상파의 아날로그TV방송은 이날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아울러 전국적으로 지상파TV방송이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무료 보편적 서비스의 복지 확대라는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2년 전 디지털 전환을 끝낸 지상파는 디지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초고화질방송(UHD) 전국방송을 하겠다며 정부에 700MHz 주파수를 요구하고 있다. 쉽게 말해, 방송기술의 진화에 맞춰 아날로그TV→컬러TV→디지털TV(HD방송)→초고화질TV(UHD방송)를 송출할 수 있도록 정부에 700MHz 주파수를 달라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과 UHD 전국방송이 동급?

이처럼 지상파가 정부에 700MHz 주파수를 요구하고 있는 이유는 앞서 디지털 전환 때와 마찬가지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데 있다. 케이블TV, IPTV, 위성방송과 같은 유료방송을 통한 UHD 방송의 확산은 모든 국민에게 혜택을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콘텐츠 제작 능력이 우수한 지상파가 UHD 콘텐츠를 생산해야 시장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는 점도 지상파가 내세우는 주요 논리 중 하나다.

하지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지상파 디지털 전환과 UHD 전국방송 이슈를 동일 선상에서 해석하지 않는다. 아날로그의 디지털 전환은 TV방송 서비스의 복지 확대와 주파수 활용의 효율성 측면에서 국가적으로 불가피한 조치였다. 그러나 UHD는 프리미엄 서비스란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보편적 서비스 확대 개념에서 범 국가적으로 시행한 디지털전환과 UHD 전환을 동일시 하는 것은 논리에서 어긋난다는 것이다.

아날로그의 디지털 전환은 전 산업 분야에서 수년 전부터 이뤄져오던 일이었으며 방송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매번 사진을 찍을 때마다 필름을 구매하고 인화를 해야 하는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가 디지털 카메라로 진화한 것처럼 방송도 이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이는 방송제작의 효율성을 높이는 일이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전 국민이 깨끗하고 선명한 화질의 HD방송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었다.

디지털방송 전환은 무료 보편적 개념이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 디지털 수신셋트를 지원하는 등 디지털 전환 사업에 수백억원의 혈세를 지원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공적인 개념보다는 사적인 선택의 개념인 UHD 업그레이드를 위해 또 다시 정부가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해야 하는데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UHD방송은 프리미엄 서비스다

2012년 말 디지털 전환에 맞춰 지상파방송 만큼 분주히 움직였던 것은 정부였다. 2001년 디지털TV 전환계획 발표 이후 10여년 동안 디지털 전환이 차질 없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이 기초생활수급권자, 시청각장애인, 국가유공자 등 취약계층이 디지털 전환 이후에도 TV를 불편 없이 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당시 정부는 이 같은 취약계층이 아날로그TV방송의 종료로 불편을 겪지 않도록 10만원 한도 내에서 디지털TV 구매비용을 지원하고, 디지털 컨버터 대여비 6만원 중 4만원, 안테나 설치비용 9만원 중 6만원(노인‧장애인 면제)을 제공했다.

UHD 전국방송은 디지털 전환 때와 그 의미가 확연히 다르다. 기존 디지털방송은 디지털방송대로 UHD방송은 UHD방송대로 송출하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디지털방송과 UHD중에 선택해서 방송을 시청하면 된다. 단 UHD 시청자들은 기존 디지털TV 보다 고가의 UHD TV를 구입해야 한다. 정부가 아날로그TV 종료 때처럼 모든 국민들에게 프리미엄 서비스인 UHD 방송시청을 지원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UHD방송 시청을 위해서는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UHD 전용 TV를 구매해야 한다. 따라서 프리미엄 서비스이며, 일부 여유 있는 시청자들이 즐기게 될 UHD방송 송출을 위해 국민의 재산이자 공공재인 700MHz 주파수를 요구하는 것은 거의 억지에 가깝다는 것이다.

또한 극히 제한된 직접 수신세대를 위해 전 세계 주요 국가가 황금주파수로 사용하고 있는 700MHz를 지상파에 무상 할당하는 것이 효율적인가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가구에서는 IPTV,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유료 방송플랫폼 사업자를 통해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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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UHD 방송을 선택한 제한된 시청자, 특히 이중에서도 극히 일부인 직접 수신세대를 위해서 700MHz 주파수를 지상파에 몰아줘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가 4K UHD 전국방송을 시작하게 되면 기존 디지털방송을 하는 주파수 대역을 8K UHD 실험방송에 사용한다고 하는데 이는 전 국민에게 UHD TV를 사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지상파의 UHD 전국방송 목적이 국민의 보편적 서비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상파방송사의 사적 이익을 위한 것이란 점에서도 700MHz 주파수의 방송용 할당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