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개발자컨퍼런스 '매진' 성과와 의미

SW개발자 커뮤니티 생태계 조성 의미

기자수첩입력 :2014/11/12 14:55    수정: 2014/11/12 15:28

삼성전자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단독 개최하는 국제 개발자 행사 '삼성디벨로퍼스컨퍼런스(SDC)'의 입장권이 매진됐다. 삼성전자가 자체 플랫폼 활성화를 위해 추구하는 개발자 커뮤니티 생태계 조성의 노력이 소기의 성과를 거둔 신호로 짐작해볼 만하다.

SDC는 삼성전자가 자사 제품과 플랫폼에 필요한 소프트웨어(SW) 개발자 및 협력 생태계 조성을 위해 기획한 행사다. 스마트홈 가전과 사물인터넷(IoT), 모바일과 웨어러블 및 가상현실(VR) 기기, 타이젠, 스마트 헬스 및 위치기반 서비스, 게임, 디지털 사이니지, 파트너와의 협력 기회 등을 주요 화두로 던졌다.

행사 일정은 현지시각으로 11일부터 오는 13일까지로 현재 한창 진행 중이다. 애플 세계개발자대회(WWDC), 구글I/O, 마이크로소프트(MS) 빌드 등 유명 개발자 컨퍼런스처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모스콘센터가 주무대다. 여기서 삼성전자가 내외부 연사 231명을 동원해 구성한 123개 세션이 펼쳐진다.

SDC 운영 담당자는 트위터 계정(@SamsungDevUS)을 통해 지난 7일 SDC 입장권이 거의 매진돼 얼마 안 남았으니 서둘러 등록하라고 알린 데 이어, 11일 오후 2시쯤 행사 입장권이 모두 판매됐으며 개막까지 11시간도 남지 않았다고 밝혔다. SDC 공식사이트의 참가 등록 페이지에서도 입장권 매진 상황을 알렸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부진했던 SDC의 올해 흥행을 이번에는 얼마간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꼭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올해 행사 주최 측의 운영방식과 구성만 놓고 본다면 대체로 1년 전보다 개선된 모양새다.

과거 삼성전자는 SDC 첫 구성부터 진행 전과정에 걸쳐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의 위상에 걸맞지 않는 미숙함을 보였다.

행사도 지금처럼 3일짜리 일정으로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열렸다. 그 당시엔 299달러짜리 입장권 1천장을 내놨는데, 접수 시작부터 개막할 때까지 매진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개최지 근처에 거주하는 컴퓨터과학과 대학생 100명에게 학교 메일계정으로 등록시 행사에 무료 참가할 수 있다는 식으로 학생 참가를 유도하기도 했다.

또 최초 홍보는 10월말 열리는 행사 개최를 몇개월 앞두고 별다른 설명도 없이 티저사이트 형식으로 시작됐는데, 이는 타 개발자 대상 행사가 1년 가량 앞두고 예고되는 것에 비해 너무 짧은 기간에 별다른 내용 없이 개발자 커뮤니티의 관심을 끌어보려는 '무리수'로 평가됐다. 참가등록 기간중 전체 세션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올해 SDC는 이미 첫 행사를 마친 뒤 지난해말 예고를 통해 사전 홍보가 이뤄졌다. 그런만큼 당시 2~3개월에 불과했던 준비기간도 10개월 이상으로 길게 확보할 수 있었다. 개최 장소도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는 유니언스퀘어 프랜시스호텔이 아니라 주요 IT업체들이 애용하는 모스콘센터로 선정해 친숙함을 유도했다.

이번 SDC는 대부분의 세션 내용과 각 주제별 연사에 대한 상세 정보를 일찌감치 사전 공개해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 모바일SDK, 스마트TV, 녹스, 챗온API 등 이미 상용화한 삼성전자 제품과 서비스 위주로 구성됐던 주제를 벗어나 실험 단계인 VR기기, 헬스 서비스나 IoT, 비즈니스 기회와 게임 등 내용을 다양화한 강연도 칭찬할 만하다.

삼성전자에게 남은 과제는 기획 차원에서 한단계 성숙한 행사를 실제 진행기간 동안 운영하면서 현장 참가자들의 호응과 업계의 관심을 키우는 것이다. 아직 트위터와 같은 소셜네트워크에서 행사 해시태그(#SDC2014)를 품은 메시지가 1년전보다 눈에 띄게 활발히 만들어지진 않고 있지만, 이는 남은 행사기간 현장 분위기와 발표 내용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여전히 아쉬운 점은 오픈소스 프로젝트 '타이젠'에 관한 움직임이다. 한때는 구글 소프트웨어(SW)와 서비스에 의존적인 삼성전자의 독자 생태계 확보를 위한 첨병으로 대두됐던 타이젠은 필요한 시기에 상용화되지 못했고, 이를 주도해 플랫폼 발전을 꾀하려 한다는 삼성전자의 실행력과 의지에 대해 제기되는 업계의 의구심도 해소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SDC 일부 세션을 통해 타이젠 개괄, 모바일-웨어러블을 겨냥한 타이젠2.3 SDK와 앱장터 타이젠스토어 소개, 삼성-인텔-리눅스재단-타이젠연합-유니티 각 대표자 참석 대담, 타이젠 코어API 핵심정리, 여러기기 지원 위한 멀티프로파일링 전략 소개를 준비했다. 내용과 시간을 확정한 123개 세션 가운데 6개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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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다른 주제 강연 가운데 타이젠 스마트TV SDK 소개와 기존 스마트TV앱을 타이젠TV로 이식하는 가이드 공개, 기어용 타이젠 웹UI 프레임워크 활용 요령 등 스마트TV 세션 4개 중 2개와 기어 및 웨어러블 세션 13개 중 1개가 타이젠을 다뤘다. 다만 스마트홈과 IoT 세션 15개, 모바일 세션 16개 중엔 타이젠 관련 내용이 전무하다.

즉, 삼성전자에서 가장 먼저 제품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스마트폰용 타이젠 관련 내용은 SDC에서 전혀 다뤄지지 않는다. 내년 상용화가 확정된 타이젠TV에 관한 내용도 SDC 전체 행사 규모에 비하면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는 삼성전자가 SDC를 통해 맺은 성과를 타이젠 생태계 발전으로 연결짓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