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개발자 행사 '삼성디벨로퍼스컨퍼런스(SDC)'를 연례화해 내년 자체 커뮤니티 조성에 속도를 더할 기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회사는 내년도 개발자 행사 'SDC14'를 준비 중이다. 애플 '세계개발자컨퍼런스(WWDC)', 구글 '구글I/O', 마이크로소프트(MS) '빌드'처럼 국제 규모의 개발자 행사를 매년 치르려는 계획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미 올해 개발자사이트에 메일 주소를 등록한 이들을 대상으로 이를 예고하는 메일도 발송했다. 지난 20일 SDC14와 개회를 앞둔 다른 행사를 일찍 알아 보세요라는 메일을 영어로 써 보냈다.
회사는 해당 메일 본문에 SDC13는 히트했습니다라 자평하며 이제 우리는 더 크고, 더 빠르고, 더 강력하고, 훨씬 더 흥미로운(exciting) SDC14를 계획합니다고 밝혔다. 공언한만큼 2014년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확실시된다.
메일은 올해 행사에 예비 등록했던 이들을 대상으로 뿌려졌다. 개최 지역이나 일자 등 SDC14와 관한 세부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처럼 하반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치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미 SDC13 공식사이트는 SDC14 안내를 위한 사이트로 개편돼 있다. 지난 10월 27일부터 29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 유니언스퀘어 웨스틴세인트프랜시스 호텔서 열린 SDC13 종료후 공개된 자료는 하위 사이트로 옮겨졌다.
이렇게 예고된 최신 행사를 메인 사이트로 유지하고 이미 치른 행사의 기조연설이나 강연을 기록한 영상 및 문서를 하위 사이트에 모아 두는 방식은 다른 IT업체들의 정기 행사에서 자료 공유 목적으로 흔히 채택된다.
이는 삼성전자가 향후 SDC를 1회성이 아니라 꾸준히 열리는 컨퍼런스로 정례화할 의지를 내비친 걸로 풀이된다. 행사에 대해 개발자 커뮤니티 안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쌓기 위해 필요한 움직임으로 추정된다.
앞서 삼성전자가 SDC13 행사를 안내하고 참가등록 접수를 받을 땐 처음부터 개최 시점과 장소를 포함하긴 했지만, 애플, 구글, MS에 비해 갑자기 서둘러 계획한 느낌이 짙었다. 그런만큼 초기 흥행도 부진했던 것으로 평가됐다.
회사가 과거 SDC13 행사 예고 메일을 발송한 시기는 개막을 3개월 앞둔 지난 7월 23일이었다. 외부 연사를 초청한 기조연설과 개별 발표 세션 주제들은 비공개였다가 참가 등록을 받는 동안 계속 추가 공개됐다.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MSC)' 출신 소식통에 따르면 실제로 SDC13 준비 기간은 2~3개월에 불과했다. MSC는 소프트웨어(SW)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조직으로 IT 및 모바일(IM) 부문에 속하는 사업부다.
이번 SDC 안내는 시기상 앞서 치른 첫 행사보다 훨씬 앞당겨 이뤄진 것이라는 점에서 분위기를 달리한다. 개발자 커뮤니티를 상대로 일찌감치 후속 행사를 예고해 업계 주목도를 높이고 관심을 끌려는 전략으로 비친다.
올해 SDC13에선 스마트폰 및 태블릿 등 안드로이드 기반 모바일 기기와 S펜 입력도구용 새 SDK, 스마트TV를 포함한 멀티스크린 앱개발 전략, 그룹플레이API와 챗온API 기술 등이 소개됐다.
즉 '여러 삼성전자 단말기와 스크린을 아우르는 기술과 개발도구'를 논한 자리였다. 삼성전자가 인텔과 손잡고 키우려는 오픈소스 운영체제(OS) '타이젠'도 관련 플랫폼으로 소개됐지만 비중은 높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이런 흐름을 갑자기 뒤집을 것인지는 미지수다. 삼성전자가 구글 안드로이드 OS에 대한 의존성 줄이기에 팔을 걷어부쳤지만 타이젠에 '올인'할 것이란 보장은 없다.
또 회사가 SDC를 자체 타이젠 관련 행사로 꾸릴 이유는 크지 않다. SDC 개최 이전에 2012년도부터 시작된 리눅스재단 이름으로 열리는 '타이젠개발자컨퍼런스'를 타이젠연합 명의로 후원 중이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전자가 SDC14에서 타이젠 관련 비중을 다소 키울 가능성은 있다. 이미 타이젠OS를 탑재한 스마트카메라를 제품화 성공사례로 제시했고, 냉장고와 스마트TV같은 가전에 적용할 거란 계획도 공언한 바 있다.
또 회사는 베트남에서 만든 타이젠 단말기 시제품을 지난달 국내서 테스트했고, 내년 1분기 NTT도코모를 통해 타이젠 스마트폰을 현지 출시한다는 설이 유력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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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IM사업부문에서 내년도 집행할 예산 가운데 타이젠 투자 비중을 올해보다 높여 잡은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해당 사안에 대해 23일 오후 삼성전자 관계자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