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대 할리우드 영화판을 주름잡은 미모의 여배우 헤디 라마(Hedy Lamarr)가 출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숨은 업적으로 남은 무선통신 기술 발명이 업계의 재조명을 받고 있다.
미국 씨넷은 9일(현지시각) 할리우드의 황금시대를 풍미한 이 여배우는 당대 인정받지 못한 기술 '와이파이(Wi-Fi)' 발명에 핵심적인 공헌을 한 인물이기도 하다고 보도했다.
보도는 1914년 9월 1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난 헤디 라마가 2차세계대전이 벌어지는 동안 잠재적인 군사적 위협을 교란하기 위한 무선통신기술 등장에 기여했다고 묘사했다.
당시 어뢰 원격제어 등에 필요한 통신 방식은 고정 주파수를 이용한 것이라, 적군에 송수신 정보를 탈취당하기 쉬웠던 점이 문제였다. 헤디 라마가 고안한 아이디어는 통신 주파수의 스펙트럼을 흩뜨려 탈취를 방지하는 것이었다.
이는 업계 표준인 와이파이나 블루투스같은 휴대용 및 이동식 스마트 기기용 무선통신기술에 실현된 아이디어다. 미국 씨넷은 그의 성공은 여성들이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많은 기술 발명의 중추에 있었음을 상기시킨다고 평했다.
헤디 라마는 18세 때 유럽에서 이미 배우로 활동 중이었다. 그는 자신보다 14세 연상인 무기제조업자 프리드리히 만들과 결혼하면서 처음으로 과학 분야를 접하게 된다. 하지만 헤디 라마의 결혼 생활은 행복하지 못한 편이었다.
만들은 자신보다 훨씬 어린 신부를 극단적으로 좌지우지하려 했다. 그는 헤디 라마가 영화에 출연하는 것을 금지하고 집에 가두려 했다고 알려졌다. 또 당시 논의된 군용 기술 개발 사업 관련 미팅에 동석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헤디 라마는 만들과 이혼했고 이후 1937년 미국 할리우드로 건너가 연기 활동을 재개했다. 그는 동료 배우 클라크 게이블, 스펜서 트레이시, 라나 터너와 함께 영화제작사 MGM의 '황금기'에 함께 작업한 것으로 평가된다.
헤디 라마는 그 때 작곡가 겸 작가이자 동료 연구자인 조지 앤틸을 만났다. 이를 계기로 과거 구상했던 무선 주파수 통신 관련 기술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당시 이들은 2차세계대전의 주요 병기인 원격조종어뢰에 초점을 맞췄다.
어뢰는 무선통신방식으로 제어되는 탓에 쉽게 탐지되고, 제어를 방해당하는 문제가 있었다. 헤디 라마는 자신의 전 남편 때문에 참석한 사업 미팅에서 얻은 어뢰 관련 지식을 활용해 앤틸과 '주파수 도약(hopping)'을 공동 연구했다.
주파수 도약이란 임의로 동기화된 주파수 대역 사이에서 주파수를 빠르게 바꿔가며 통신을 유지하는 방법을 가리키는 용어다.
이들의 계획은 무작위로 피아노 건반을 쳐서 소리를 보내듯 제어소에서 어뢰에 88가지 주파수를 이용해 제어 신호를 보내는 것이었다. 이들의 성과는 1942년 미국특허 2,292,387번으로 등록된 '비밀통신시스템'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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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기술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군에서 채택되지 않았다. 이 특허는 1950년대에 CDMA라 불리는 무선통신기술을 발명한 민간 업체들에 의해 재조명됐고 현대에도 활용되는 셀네트워크, 블루투스, 와이파이에 녹아들었다.
헤디 라마의 공적은 1997년 들어서야 세상에 알려졌고, 그 해 미국 전자프론티어재단(EFF)과 오스트리아 등으로부터 여러 과학 관련 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 특허권은 1959년 만료돼, 그가 2000년 마이애미에서 사망할 때까지 자신의 발명으로부터 어떤 이득도 얻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