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FCC 새 망중립성 "묘수인가 꼼수인가"

백본-라스트 마일 이원화 정책…찬반론자 모두 반발

일반입력 :2014/11/03 10:46    수정: 2014/11/03 11:38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지난 1월 항소법원 판결로 촉발된 미국의 망중립성 공방이 갈수록 흥미진진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번엔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를 두 종류로 나눠 별도 관리하는 방안을 놓고 강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톰 휠러 FCC 위원장이 추진하고 있는 이번 계획은 지난 주말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타임스 보도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골자는 ISP를 콘텐츠 사업자가 ISP와 연결되는 ‘도매 영역’인 백엔드와 ISP에서 콘텐츠를 접속하는 ‘소매영역’ 라스트마일로 나눈다는 것. 이 중 콘텐츠를 배포하는 웹 사이트의 통로 역할을 하는 ‘백엔드 서비스’에 한해 1996년 통신법의 ‘타이틀2’로 재분류한다는 게 현재 FCC가 추진하고 있는 계획이다. 타이틀2로 재분류될 경우 통신사업자 수준의 강력한 규제를 받게 된다.

반면 타이틀2 재분류 대상이 아닌 부분은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롭게 된다. ISP들 역시 ‘급행회선 계약’ 같은 것들을 추진할 수도 있게 된다.

■ 올 1월 항소법원 패소 이후 망중립성 정책 미궁

이 같은 계획은 톰 휠러 위원장 혼자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에 따르면 현재 이 안은 휠러 위원장을 제외한 4명의 다른 FCC 위원들에게는 구체적으로 통보되지 않은 상태다.

이런 계획이 알려지자 적잖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계획에 대해서는 망중립성 찬반론자 모두 강한 반대 의사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비트에 따르면 소비자단체인 자유언론(Free Press)의 크레이그 아론 최고경영자(CEO)는 “어떻게 포장하든 FCC의 권위를 회복하고 급행회선을 금지하지 못하는 어떤 규칙도 진정한 망중립성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텀블러의 법률 고문인 아리 샤다디 역시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를 통해 자신들 뿐 아니라 다른 인터넷 업체들도 FCC의 이번 계획에 반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신사 쪽의 반발 강도는 더 거센 편이다. 특히 이들은 광대역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타이틀2’로 재분류할 경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자세를 보이고 있다.

벤처비트에 따르면 통신사인 버라이즌은 지난 주 초 FCC에 보낸 서한을 통해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를 재분류하려는 어떤 노력에 대해서도 심각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올 1월 항소법원 패소 이후 망중립성 정책 미궁

FCC가 망중립성 문제를 놓고 고민에 빠진 것도 법정 소송에서 패소한 때문이었다.

FCC가 지난 2010년 ▲차별금지 ▲차단금지 ▲합리적 트래픽 관리를 골자로 한 '오픈인터넷 규칙'을 내놓자 곧바로 버라이즌이 소송을 제기했다.

양측은 치열한 공방을 벌인 끝에 지난 1월 연방항소법원이 FCC에 불리한 판결을 했다. 정보서비스 사업자인 ISP들에게 차별금지와 차단금지 원칙을 강요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판결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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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법원 판결로 FCC가 지난 2010년 야심차게 마련했던 ‘오픈인터넷 규칙’은 사실상 무력화됐다. 3대 원칙 중 합리적인 망 관리를 제외한 차별금지와 차단금지가 사실상 무력화됐기 때문이다.

이후 FCC는 대법원 상고를 포기한 채 새로운 망중립성 안을 마련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