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 “조정위 역할 의문…삼성, 직접 교섭 임하라”

일반입력 :2014/10/15 14:41

이재운 기자

반올림 측이 삼성과 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 측 제3의 중재기구인 조정위원회 구성을 끝내 거부했다. 삼성과의 직접 교섭을 요구하겠다는 것인데 삼성 측의 대응이 주목된다.

15일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은 삼성전자 서초사옥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책임회피용 조정위원회는 기만”이라며 “삼성은 반올림과 직접 교섭에 성실히 임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삼성전자 사장의 고개 숙임에 7년간 서러움이 누그러지는 듯 했다”면서도 “하지만 교섭에 돌입하면서 삼성의 사과는 제대로 된 재발방지대책과 보상을 위한 것이 아닌, 빨리 직업병 문제를 끝내기 위한 인사치레임을 깨달았다”고 했다.

또 “삼성은 질질 끌기식 교섭으로 반올림 교섭단을 분열 시켰다”며 “반올림을 배제시킨 채 조정위원회를 구성하여 밀어붙이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어 “법원도 직업병임을 인정했다”며 “조정위원회란 삼성의 꼼수로 또 다시 교섭은 원점으로 돌아가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당초 삼성과 반올림 측은 지난 5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과를 계기로 직접 교섭을 진행하기로 하고 삼성 측이 백수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전무를 대표로 한 새로운 교섭단을 꾸려 교섭에 임하면서 대화가 진행되는 듯 했다.

하지만 삼성이 심상정 의원(정의당) 등이 제시한 조정위원회를 통한 해결안을 내놓자 이를 거부하고 마지막까지 직접 교섭을 주장했고, 이에 이견을 보인 가족들이 별도로 가족대책위원회를 꾸려 교섭에 임하면서 반올림 측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족대책위는 삼성과의 실무 협의를 거쳐 김지형 전 대법관에게 조정위원장 역할을 요청했다. 대법관 재직 시절 비교적 진보적인 판결을 내린 것으로 알려진 김 전 대법관은 근로기준법, 산업재해 전문가인데다 현재 공익 법무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단법인 두루의 이사장을 맡고 있어 가족대책위가 조정위원장직을 요청하게 됐다. 김 전 대법관은 조만간 조정위원 2인을 선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반올림은 조정위원회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날 성명도 결국 조정위원회의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삼고 있다. 반올림은 “조정위원회 설치는 삼성의 책임회피 방편”이라며 “더 이상 조정위원회를 구성하느라 시간 낭비하지 말고 성실하게 직접 교섭에 임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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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올림 등 노동계 입장에서는 김 전 대법관이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변호를 맡는 등 친기업적 성향을 보이는 점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에 대해 삼성 측은 “가족대책위 뿐 아니라 반올림에 대해서도 조정위원회 구성 참여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며 “반올림과 가족대책위 모두와 함께 협상을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