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 출연연 고가 연구 장비 ‘무분별 구매’

1억원 이상 873종 중 313종 사전심의 없이 구매

일반입력 :2014/10/13 09:52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규정을 지키지 않고, 정부의 R&D 예산으로 1억원 이상 고가의 연구 장비를 무분별하게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심학봉 의원은 미래창조과학부와 국가과학기술위원회로부터 받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연구 장비 사전심의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0년 이후 출연연이 구축한 1억원 이상 고가 연구 장비 총 873종 중 313종이 사전심의를 받지 않았으며, 이와 관련한 예산만 864억3천만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출연연이 R&D예산으로 1억원 이상의 장비를 구축하고자 할 경우 ‘국가연구시설장비 관리 표준지침’에 근거해 ‘연구 장비 예산심의위원회’ 또는 각 중앙행정기관에서 운영하는 ‘연구 장비 도입심사평가단’에 장비구축계획 심의자료를 상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장비의 중복구축 여부와 구축 타당성 등에 대한 사전 심의를 받도록 하고 있으나 출연연은 제대로 사전심의를 거치지 않고 장비를 구매해 온 것이다.

심학봉 의원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출연연이 구축한 1억원 이상 고가 연구 장비 총 873종 중 절반이 채 되지 않는 407종(1천639억2천만원)만이 사전심의를 받았다. ‘국가연구시설장비 관리 표준지침’에 따라 사전심의가 제외된 장비 153종을 제외하면 사전심의를 받지 않고 구매한 장비 수는 313종(864억3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의제외대상은 ‘국가연구시설장비 관리 표준지침’에 따라 매칭 펀드로 구축되는 1억원 이상의 장비 중 정부출연금이 5천만원 미만으로 투입되는 장비, 대당 단가가 1억원 미만이지만 단순히 여러 대를 구매해 총 금액이 1억원이 넘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

또한 26개 출연연 가운데 사전심의 비율이 50% 이하인 기관의 수는 절반 이상인 16곳으로, 이 중 6곳(3곳은 심의제외대상 장비 일부 포함)은 사전심의를 한 차례도 시행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가 연구 장비를 많이 구매한 출연연 중 하나인 한국원자력연구원의 경우 구매한 장비 111개 중 단 22건만이 사전심의를 거쳤으며, 그 외 80.2%에 해당하는 89건(심의제외대상 9개 포함)은 심의 없이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출연연이 사전심의를 누락한 313종 중 14.8%에 해당하는 69종의 경우, 인근 지역에 국가R&D 예산으로 구축되고 공동 활용이 허용된 동일‧유사장비가 적게는 1개에서 많게는 24개까지 구축돼 165억원에 달하는 국가R&D 예산의 낭비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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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학봉 의원은 “정부R&D 예산의 낭비를 막고, 효율적인 연구 장비 구축을 위해서는 사전심의를 받지 않고 1억원 이상 고가 연구 장비를 구축한 기관에 대해서는 엄격한 기준 적용과 패널티로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R&D 연구 장비를 민간부문에서 각광받고 있는 ‘공유경제’란 개념에 적용시켜 가칭 ‘국가R&D 통합장비센터’ 설립 등을 통해 장비의 공동 활용 비율을 높여 기관별 장비 도입과 보유에 따른 간접비용을 줄이고 도리어 같은 재원으로 연구자들에게 더 나은 과학기술 인프라를 제공하는 실효성 확보 방안도 함께 고민해 볼 것”이라고 미래부에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