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판매점, 사전승낙제 왜 반발하나?

일반입력 :2014/09/19 07:00    수정: 2014/09/19 10:40

“시정명령 불이행 등을 적발할 때 사전승낙을 철회할 수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는 10월 시행 예정인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의 ‘사전승낙제’를 두고 이통사와 판매점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대립하고 있다.

특히, 판매점들은 사전승낙제가 단순히 휴대폰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규제 조항이 아니라 생존권을 좌지우지 할 수 독소조항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어 논란은 쉬이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유통규모 파악한다며…제재에 초점”

당초 사전승낙제는 정부가 온라인을 포함해 전국의 대리점‧판매점‧종사자 수를 명확하게 파악키 어렵다는 점을 들어, 이들 사업자들을 모두 등록시켜 관리‧감독하자는 취지에서 논의된 조항이다. 또, 그동안 편법으로 행해지던 판매점 등록을 정상화시키자는 이유도 컸다.

한 유통점 관계자는 “이통사별로 기준이 다르지만 대리점 반경 50~100m 이내에 있는 판매점의 경우 이통사에서 거래코드인 P코드 발급을 해주질 않아 타인 명의의 거래코드를 빌려 영업하는 곳이 많았다”며 “사전승낙제는 판매점들을 모두 등록시키는 과정에서 이들의 등록까지 정상화시키자는 이유가 컸다”고 말했다.

제8조가 ‘판매점 선임에 대한 승낙’을 다루는 조문으로 제정된 것이나 이 법의 4항에 ‘이통사는 판매점이 이 법에 따른 의무를 위반하는 것을 방지하거나 시정하기 위한 목적 외에 정당한 사유 없이 사전승낙을 거부하거나 지연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 이유가 이 때문이었다는 게 유통업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현재 사전승낙제는 정부가 대리점뿐만 아니라 대리점 아래에 있는 판매점들까지도 이통사에 관리‧감독의 책임을 묻겠다는 부분만 강조되면서, 이통사가 판매점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단통법 8조 3항에는 ‘판매점은 이통사의 사전승낙을 받은 사실을 표시해 영업장에 게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으며 이를 어기면 과태료가 부과되거나 이통사가 사전승낙을 철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유통점 관계자는 “단통법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이통사들이 판매점의 유통인증제를 도입하겠다고 해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며 “사전승낙제는 유통인증제를 이통사들의 입맛에 맛도록 단통법에 녹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 사전승낙제=이중규제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사전승낙 철회 기준이다.

단통법에는 ▲지원금 차별 지급 금지 ▲지원금 과다지급 및 공시 위반 ▲공시내용 및 추가지원금 미게시 ▲지원금 연계 개별계약 체결 제한 ▲이동통신단말장치 구입비용 구분 고지 ▲판매점 선임에 대한 승낙 ▲긴급중지명령 불이행 ▲사실조사 거부, 방해, 기피 ▲시정명령 불이행 등의 경우에는 이통사가 판매점의 사전승낙을 철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통사들은 긴급중지명령 불이행, 사실조사 거부‧방해‧기피, 시정명령 불이행 등의 경우에는 1회 적발 시에도 승낙철회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판매점들은 단통법 위반 시 정부로부터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대규모 유통업자의 경우 5천만원 이하)를 부과 받음에도 불구하고, 이통사가 자율 규제란 이유로 이를 또 제재하는 것은 이중 규제라고 지적한다.

유통점 관계자는 “승낙철회는 판매점에게 사실상 폐업신고임에도 이통사들의 자의적 기준에 따라 이같이 결정한다는 것은 너무 가중하다”며 “단통법에도 승낙철회와 같은 제재라 할 수 있는 신규 모집 금지는 위반행위가 3회 이상 반복되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는데 1회 만으로 승낙철회를 하겠다는 것은 가혹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 9월까지 사전승낙 완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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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판매점들은 9월 말까지 이통사와 사전승낙 계약을 체결해야만 10월 이후에도 영업이 가능한 상태이며, 이통사의 사전승낙을 얻지 못한 판매점은 영업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현재까지 판매점의 약 3분의 1이 접수를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판매점이 이동통신3사와 20여개에 달하는 알뜰폰 사업자로부터 사전승낙을 받는 것이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감안, 중립기관인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KAIT)에 9월까지 온라인으로 사전승낙 심사를 신청한 곳에 대해서는 영업정지가 이뤄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한 유통점 관계자는 “9월까지 사전승낙 심사에서 통과하지 못할 경우 2개월이 경과 후에 재승낙을 신청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3개월 동안 영업이 불가능하다”며 “현재 멀쩡히 영업을 하고 있는 판매점이 사전승낙 때문에 3개월간 영업이 불가능하다면 사실상 문을 닫으라는 것”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