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표 SSD "게이머 맘 사로잡을까?"

AMD 라데온 R7 SSD 리뷰

일반입력 :2014/09/05 13:17

권봉석

AMD 라데온 R7 SSD(이하 R7)는 OCZ가 생산하고 AMD가 판매하는 게이머를 노린 SSD다. 최대 읽기 속도는 550MB/s, 최대 쓰기 속도는 530MB/s이며 SATA 3(6Gbps) 규격을 따랐다. 데스크톱PC·노트북에 장착할 수 있는 2.5인치 모델만 출시되며 인디링스 베어풋 3 컨트롤러 칩과 도시바 19nm MLC 플래시 메모리를 썼다. 메탈 재질로 만들어 충격에 강한 케이스가 특징이다.

전용 프로그램인 AMD 라데온 툴박스를 이용해 SSD 상태 최적화와 초기화가 가능하며 HDD(하드디스크 드라이브)에 설치된 운영체제를 그대로 복사할 수 있는 아크로니스 트루이미지 HD도 기본 제공한다. 보증 가능한 기록 용량은 44TB(하루 30GB 기준), 보증기간은 4년이다. 가격은 120GB 제품이 10만 4천원, 240GB 제품이 16만 9천원, 480GB 제품이 30만 9천원 전후.

인디링스 컨트롤러칩·도시바 플래시 메모리 썼다

AMD가 SSD를 출시했다는 소식은 하드웨어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다소 생소하게 들린다. AMD가 자체 플래시 메모리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SSD에 들어가는 컨트롤러 칩을 만들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이 SSD는 대체 누가 만든 것일까? 답은 너무나 간단한데 바로 OEM이다. OCZ가 생산하는 SSD를 AMD가 공급받아 ‘라데온 R7′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OCZ가 만드는 SSD이기 때문에 내부에 들어가는 컨트롤러 칩은 당연히 내부에서 설계한 인디링스 베어풋 3 M00을 썼다. 플래시 메모리는 OCZ 모회사인 도시바 19nm MLC를 썼다. 리뷰 제품(240GB)은 128GBit(16GB) 모듈인 TH58TEG7DDKBA4C를 16개 묶어서 240GB를 구성했다. 원래대로라면 256GB가 되어야 하지만 16GB는 오류가 생겼을 때나 여유 공간 없이 SSD를 가득 채웠을 경우 예비공간으로 쓰기 위해 남겨놨다.

특이점은 쓰기 작업에서 지연 속도를 줄여주는 캐시 메모리 역할을 하는 D램 용량이 상당히 넉넉하다는 것이다. 컨트롤러칩 위에 ’4HK77 D9PSH’라는 칩이 달려 있는데 DDR3L 265MB다. 이 칩을 두 개 달아 캐시 메모리는 512MB나 된다. 케이스 두께는 7mm인데 금속 소재로 만들어 상당히 묵직하고 튼튼하다. 보기에는 상당히 근사해 보이지만 휴대했을 때 무게를 신경쓰는 울트라북 사용자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4KB 쓰기 성능 높지만 “게임 로딩은⋯”

윈도 8.1 프로를 설치한 데스크톱PC(인텔 i7-4790K, DDR3 8GB, Z97)에 연결해 성능을 측정했다. 크리스탈디스크마크 3.0.3 x64, AS SSD 벤치마크 두 프로그램을 썼고 성능을 파악하기 위해 연속 읽기·속도와 프로그램 실행 등 실제 속도를 파악하기 위해 4KB 읽기/쓰기 성능도 함께 확인했다. 테스트 결과는 5회 반복한 평균값이다.

테스트 결과 최대 읽기 속도는 506.13MB/s, 최대 쓰기 속도는 494.13MB/s다. 속도가 나쁜 편은 아니지만 제조사가 내세운 최대 속도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부팅과 프로그램 설치·실행 속도를 좌우하는 4KB 속도는 읽기 30.83MB/s, 쓰기 156.47MB/s다. 기록을 위해 기존에 저장된 내용을 지워야 하는 플래시 메모리 특성상 속도가 느려질 수 밖에 없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한 완충장치로 512MB DDR3L 메모리를 달아 놓은 것이 효과를 봤다. 하지만 게임 로딩에 영향을 미치는 4KB 읽기 속도는 썩 만족스럽지 않다.

윈도 운영체제·애플리케이션 그대로 옮긴다

최근 출시되는 SSD는 활용에 도움이 되는 애플리케이션에 큰 힘을 쏟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더 싼 제품에 소비자가 몰리기 때문에 원가를 낮추기 위해서다. 특히 하드디스크 내용물을 통째로 복제하는 애플리케이션이 없으면 일일이 운영체제와 각종 프로그램을 다시 설치하고 설정까지 반복해야 한다. R7은 이런 면에서는 그나마 친절한 편인데 아크로니스 트루이미지 2013 HD를 이용해 윈도 운영체제가 설치된 상태를 고스란히 SSD로 옮길 수 있다. 하지만 윈도 8.1은 정식 지원하지 않는다.

관리 프로그램인 AMD 라데온 툴박스를 실행하면 SSD 상태 확인, 펌웨어 업데이트, 초기화(저장된 내용 삭제)와 TRIM 명령어 전송을 통한 초기화도 가능하다. 다만 상태를 확인하는 기능은 상당히 불친절하다. 한글을 지원하고 정돈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크리스탈디스크인포를 쓰는 것이 더 낫다. 또 두 소프트웨어 모두 AMD 웹사이트가 아닌 OCZ 웹사이트에서 받아야 한다.

결론 : 경쟁자 넘치는 레드오션 시장, 가격이 관건

AMD 라데온 R7 SSD는 AMD라는 브랜드를 떼 놓고 보면 OCZ가 출시한 SSD나 마찬가지다. OCZ SSD는 2~3년 전만 해도 독자 설계(실제로는 한국 벤처기업 인수)한 인디링스 컨트롤러 칩으로 우수한 성능을 뽑아내고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파산 위기와 도시바 피인수를 겪는 사이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한 경쟁 제품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입지가 많이 좁아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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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돋보이려면 성능이 매우 뛰어나거나, 혹은 기존 시장에 나온 제품 이상으로 싸야 한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숫자와 속도에 민감한 게이머를 위한 제품인데도 최대 속도가 공식 제원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게임 로딩에 큰 영향을 미치는 4KB 읽기 속도가 30MB/s에 그치는 것도 성에 차지 않는다. 오히려 이 제품이 일반 사용자를 겨냥했다면 보급형 제품보다 우수한 성능으로 평가받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단순히 게임을 조금 더 빨리 즐기고 싶은 사람, 혹은 게임용 PC를 만들려다 예산 문제에 가로막혀 선택에 고민하는 사람에게 충분히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가장 많은 수요가 예상되는 240GB 제품 공식 가격은 16만 9천원이며, 9월 현재 국내 시장에 공급되지는 않은 상태이며 실제 가격은 알 수 없다. 프로세서 시장에서 AMD가 취하는 전략과 마찬가지로 결국 이 제품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아무래도 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