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정품 맞아?” 낸드 플래시 의혹 진실은…

일반입력 :2014/09/02 10:01    수정: 2014/09/02 14:35

봉성창

인텔 낸드 플래시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국내 한 중소기업이 인텔 SLC 낸드 플래시를 탑재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출시하면서 불거진 논란이다. 일부 사용자들은 해당 SSD 제품에 탑재된 인텔 낸드 플래시에 대해 몇 가지 의혹을 제기했고, 해당 업체는 사실 무근이라며 맞서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산 SSD 제조업체 리뷰안테크(대표 안현철)가 출시한 SSD 850X 울트라 제품에 탑재된 SLC 방식의 인텔 낸드 플래시에 대해 SSD 관련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일부 사용자들이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 커뮤니티 회원들은 850X 울트라를 뜯어본 결과 통상적으로 인텔 낸드 플래시에 인쇄돼 있는 ‘i’로고가 없다는 점을 들어 해당 낸드 플래시가 재생, 암거래 등 통상적인 정식 제품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리뷰안테크 측은 해당 낸드플래시는 홍콩에 위치한 인텔 공식 총판으로부터 구입했으며 제품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과연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 쟁점을 중심으로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 인텔은 공식적으로 낸드 사업을 중단했다?

인텔 정품 낸드 플래시 진위 여부는 사실 간단한 문제다. 공급업체인 인텔 측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해주면 끝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텔코리아 측에 문의한 결과 실제로는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일단 인텔은 최근 낸드 플래시 공급 사업을 거의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낸드 사업을 위해 지난 2006년 마이크론과 공동 설립한 합작사 IMFT(Intel Micron Flash Technologies)를 설립했다. 그러나 2012년 IMFT 지분 대부분을 마이크론에 매각하면서 낸드 공급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인텔 관계자 역시 낸드 부품 사업 여부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어 명확하게 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D램 익스체인지가 최근 발표한 올해 1분기 인텔 낸드 시장 점유율은 약 7%다. 인텔의 SSD 시장점유율을 감안할 때 대부분은 자사 제품에 공급된 제품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리뷰안테크는 어떻게 인텔 낸드 플래시를 공급받은 것일까. 공식적으로 공급 사업은 하지 않지만 유통망에서는 여전히 과거 생산한 인텔 낸드 플래시에 대한 재고를 가지고 있는데다가, 인텔이 자체적으로 소화하지 못한 물량에 대해서는 타 업체에 최근에도 여전히 공급을 하고 있다는 것이 관련 업계 측 설명이다.

인텔 반도체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인텔이 낸드 플래시 공급 사업은 중단했지만 여전히 기업용 서버 제품이나 고성능 SSD 생산을 위해 소량의 낸드플래시 생산을 지속하고 있고, 수급 상황에 따라 일부 물량을 타 업체에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i 로고는 인텔 정품을 의미하나?

일부 사용자들이 가장 큰 의혹을 제기하는 지점이 바로 낸드 플래시에 인쇄된 i 로고의 유무다. 리뷰안테크 측은 850X 울트라를 출시하면서 고성능 인텔 SLC 낸드플래시를 사용했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막상 제품을 열어보니 낸드플래시에 i 로고가 없었기 때문에 정상적인 제품이 아닐 수도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 사이에서는 해당 낸드가 재생 낸드 혹은 심지어 공식적인 루트가 아닌 암거래 제품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았다.

일단 재생 낸드 여부에 대해서는 대부분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이 처음 들어본 소리라고 입을 모았다. 반도체 공정상 낸드를 재생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재생 낸드라는 개념이 만약 중고 SSD에서 낸드를 떼어내서 다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낸드 플래시 자체가 수명이 정해져 있는 부품인데다 채산성이 맞지 않아 아직까지 그런 예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i 로고에 대한 의미에 관해서도 인텔 낸드 플래시 총판 관계자는 “인텔이 출시한 SSD에 탑재된 낸드 플래시에 새겨지는 로고”라며 “그것이 인텔 정품을 의미하는 로고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즉, 인텔 SSD를 뜯어보면 i 로고가 있는 것은 맞지만, 인텔이 생산한 모든 낸드플래시에 i 로고를 인쇄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다른 유통 관계자 역시 “인텔이 낸드 플래시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자사 제품에 쓰일 것으로 예상한 물량에 i 로고를 인쇄하고, 타사에 공급할 물량에는 굳이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안한 것으로 본다”며 “인텔 자체가 공식적으로 부품 사업을 하지 않는 만큼 굳이 이러한 일관성을 지킬 필요가 없어서 이런 결과가 발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일본 후지쯔 역시 인텔에서 납품받은 낸드를 사용한 SSD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i 로고가 없는 사례가 보고됐다.

이와 관련해 리뷰안테크 측은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향후 생산되는 모든 제품에 대해 인텔 측에 i 로고가 있는 낸드 플래시를 납품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 오리지널과 굿다이의 차이는?

일부 소비자들은 리뷰안테크 제품 속 낸드 플래시에 새겨진 일련번호를 바탕으로 이 제품이 정식 제품이 아니라 ‘굿다이(Good die)’ 즉 낮은 등급의 제품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한 국내 낸드플래시 제조기업 관계자는 “굿다이에서 ‘다이’는 웨이퍼를 자른 조각을 의미하는 용어”라며 “웨이퍼 정중앙에 있는 다이와 외곽의 다이는 아무래도 품질 면에서 차이가 있는데 굿 다이는 비교적 중심부에 가까운 조각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즉, 한가운데 위치한 웨이퍼 조각의 경우 성능이 뛰어나고 내열, 내한 등에 강한 이른바 수율이 높은 오리지널 다이이며, 주로 군용, 기업용으로 제조되는 제품에 사용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굿 다이’는 그보다는 조금 못 미치지만 소비자용 제품으로 사용하기에 충분하다고 한다. 그 이외에 등급으로는 잉크다이 혹은 배드다이라고 불린다고 해당 관계자는 덧붙였다.

이보다 더 낮은 등급이 바로 리마킹 부품이다. 그는 “리마킹은 낸드 제조사가 제조 과정에서 불량에 가까울 정도로 제 성능이 나오지 않아 도저히 제 값주고 팔기 어려운 등급”이라며 “최저가 제품을 만들기 원하는 업체에게 제조사명이나 모델명을 전부 삭제하는 것을 조건으로 공급하는 부품”이라고 말했다. 즉, 이런 부품은 아예 EMC(몰딩 수지)위에 도장을 하지 않거나 이미 도장된 부위를 검정 잉크로 제조사를 도저히 알아보지 못하게 덧칠된 이후 공급된다고 한다.

리뷰안테크 측은 “850X 울트라 제품에는 인텔 SLC 낸드플래시의 굿다이 등급을 사용한 것이 맞다”면서 “일반 소비자용 제품으로는 품질이 충분할 뿐 아니라 자체적으로도 조립 전 철저한 검수를 거치고 있다”고 밝혔다.

■ 소비자 권리인가? 과도한 트집인가?

리뷰안테크 850X 울트라의 낸드 플래시를 둘러 싼 일련의 상황은 법정 공방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리뷰안테크 측이 일부 사용자들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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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커뮤니티 회원들은 소비자들의 정당한 문제제기에 리뷰안테크가 지나치게 과도한 반응을 보인다는 입장이다. 해당 커뮤니티 운영자는 ‘인텔 정품낸드플래시 사건에 대한 입장정리’라는 게시물을 통해 “제품을 분해 해보니 인텔 낸드플래시의 파트넘버에 따른 문구가 찍혀 있으나 처음보는 형태의 낸드라서 그것에 대해 어떤 낸드인지 알려달라는 글을 올렸는데 해명을 명확하게 하는 대신 기업이 개인을 상대로 소송압박을 가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리뷰안테크 측은 “수 차례 반복해서 해명을 하고 낸드플래시를 구입한 인텔 공식 총판에서 확인 문서까지 공개했음에도 불구하고 재생낸드, 암거래낸드와 같이 일부 사용자들의 근거없는 무책임한 주장으로 인해 회사와 브랜드 이미지에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소송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