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작가·스튜디오를 위해 태어난 DSLR

니콘 D810 리뷰

일반입력 :2014/08/21 09:20

권봉석

니콘 D810(이하 D810)은 니콘 FX포맷(35.9×24mm) 센서를 단 3천635만 화소 DSLR 카메라다. 상용 감도는 ISO 64부터 ISO 12800까지 지원하며 확장할 경우 ISO 51200 상당까지 확장 가능하다. 초당 연사 속도는 FX포맷으로 촬영시 최대 5장, DX포맷 촬영시 최대 7장이다. 렌즈는 니콘 F마운트 렌즈를 비롯해 탐론·토키나 등 호환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

로우패스필터를 제거해 어두운 곳에서 촬영할 때 선예도를 높였고 픽처 컨트롤 기능은 명료도를 조절할 수 있게 바뀌었다. 색 포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절한 ‘단조롭게’ 모드도 추가되었다. 저장장치는 SDXC 카드와 CF(콤팩트플래시) 카드를 동시에 꽂아 쓸 수 있고 내장 배터리인 EN-EL15로 최대 1천2백장까지 촬영 가능하다. LCD 모니터는 3.2인치, 640×480 화소이며 회전이 불가능한 고정식이다. SD카드와 배터리를 끼웠을 때 바디 무게는 980g이다. 메모리카드와 렌즈를 제외한 본체 가격은 380만원.

크롭이 없는 1:1 크기 “감도는 ISO 64부터”

D810은 현재 니콘이 가진 이미지 센서 중 가장 큰 FX 포맷 센서를 썼다. 렌즈나 센서 화각을 따질 때 흔히 쓰이는 ’35mm 환산’이라는 수식어가 필요 없는 풀프레임이다.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 중 가장 큰 센서를 단 소니 RX100M3(13.2×8.8mm)의 네 배 이상, APS-C(23.4×15.6mm) 센서를 쓴 DSLR인 니콘 D5300보다 1.4배 이상 넓다.

이처럼 센서가 커지면서 얻는 이점은 여러가지가 있다. 먼저 ISO 감도를 낮춰도 노이즈가 극단적으로 적어지기 때문에 어두운 곳에서 촬영하는 데 유리하다. 플래시를 터뜨려야 하는 어두운 실내에서 ISO 2500까지 감도를 내려도 질감이나 화질에 큰 영향 없이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화소수가 커지면서 디테일을 살릴 수 있는 능력도 덩달아 높아졌다. 고성능 줌렌즈를 쓸 수 없는 환경에서도 일단 찍은 뒤 1:1 크기로 잘라내도 선명함이 그대로 살아 있다. 물론 보급형 DSLR 카메라에 쓰던 DX 포맷 렌즈를 끼우면 1.5배 크롭으로 센서 주변부를 잘라내야 하기 때문에 해상도는 3천6백15만(7360×4912) 화소에서 절반 이하인 1천5백36만(4800×3200) 화소 수준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고감도에 강한 노이즈 억제력까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폭 강화된 동영상 촬영 기능

동영상 촬영 기능은 얼핏 보기에는 이전 제품인 D800/E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24p/30p 뿐이던 촬영 모드에 60p 모드가 추가된 것이다. 하지만 메모리카드로 동영상을 녹화하는 동시에 HDMI 단자로 뽑아내는 기능이 티나지 않게 추가되어 있다. 특히 음성면에서 많은 개선이 이뤄졌는데 드디어 스테레오 마이크가 달렸다. 녹화시 바람 소리 억제 기능이 추가되었고 녹음하는 주파수 대역 역시 ‘광대역 범위’와 ‘음성 범위’로 고를 수 있다. 영상이 붕 뜨거나 지나치게 밝지 않은지 확인하는데 널리 쓰이는 제브라 패턴도 보여준다(하이라이트 표시).

일상적인 동영상을 찍는다면 이런 기능에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픽처 컨트롤에 추가된 ‘단조로운’(flat) 모드는 정말 유용하다. ‘단조로운’이라는 이름때문에 그저 그런 기능으로 보일 수 있지만 D810 뿐만 아니라 여러 카메라를 동원해 동영상을 찍는다면 분명 반길 기능이다. 암부나 명부를 보정하지 않고 커브에 되도록 충실하게 녹화해서 녹화하는 기기때문에 색상이 달라질 우려도 줄여준다. 이런 우수한 기본기를 가지고 4K 동영상을 찍을 수는 없을까? 아쉽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듯 하다. 4K 동영상에 대한 표준이 어느 것 하나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것도 한 몫 한다.

인상적인 포커싱 속도 “반셔터 누르면 바로”

스마트폰·태블릿은 물론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나 미러리스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 가장 성가신 것은 초점 잡는 시간이다. 초점을 잡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셔터 찬스를 놓치는 일도 잦다. DSLR 카메라도 보급형이라면, 혹은 조건에 따라 초점을 못 잡고 방황해서 몇 번이고 반셔터를 눌러야 하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오히려 하이엔드 콤팩트 카메라보다 초점을 잡는 속도가 더 오래 걸리는 일이 벌어진다.

D810을 쓸때는 적어도 이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렌즈를 돌려 거리를 조절한 다음 반셔터를 누르자마자 거의 단번에 초점이 맞는다. 급하게 사진을 찍어야 할 경우 전원 스위치를 넣고 셔터를 눌러도 바로 사진을 찍을 수 있을 정도다. ‘속사의 캐논, 정확도의 니콘’이라는 말이 있지만 D810의 오토포커스는 속도와 정확도를 모두 만족시킨다. 초점 잡는 속도가 느려 셔터찬스를 놓치는 일은 없다고 봐도 좋다. 다만 라이브뷰 상태에서 사진을 찍을때는 초점을 이동시키기 쉽지 않다.

결론 : 한없이 중형 판형에 가까운 풀프레임 DSLR

D810은 사진을 전문으로 촬영하는 작가나 소규모 스튜디오, 혹은 영상 촬영을 주로 하는 스튜디오에 어울리는 제품이다. 특히 화질을 놓고 따져보면 D800/E나 엔트리급 DSLR을 쓰던 사람에게 충분히 좌절감을 안겨줄 만하다. 로우패스필터가 빠지면서 선예도가 높아졌고 화상처리엔진이 엑스피드4로 업데이트되면서 연사속도도 초당 다섯 장 이상으로 빨라졌다.

한편 D810은 초보자에게는 불친절하다. 셔터만 누르면 자동으로 원하는 사진을 찍어 주는 자동 모드는 아예 없고 LCD 모니터는 회전하지 않는다. 본체 무게도 보급형 DSLR 카메라나 미러리스 카메라에 렌즈까지 끼웠을 때만큼 무거운 980g이다. 몸값도 사진이 잘 찍힐 것이라는 생각에 덥석 집어들기 어려울만큼 비싸다. ‘저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강렬한(?) 장비병이 걸렸다면 모를까, 날개돋힌 듯 팔릴 제품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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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바로 풀프레임 센서로 구현한 화소수다. D810은 현재 니콘 DSLR 중 최고 수준인 3천635만 화소로 사진을 찍는다. 광량이 충분한 밝은 곳에서는 압도적인 디테일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어두운 곳에에서 최대 수준으로 사진을 찍는다면 어떨까. 화질을 디테일과 노이즈 측면에서 볼때 디테일은 만족해도 노이즈가 늘어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물론 D810의 3천635만 화소와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 1/2.3인치 센서로 찍는 1천6백만 화소, 1인치에 2천만 화소를 넣는 하이엔드 콤팩트 카메라를 단순히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판형이 커지면 화질은 저절로 따라가기 마련이다. 645 규격, 중형(48×36mm) 규격이라면 모를까, 풀프레임으로 찍은 3천635만 화소는 상당히 버거워 보인다. D810은 분명 현 시점에서 전문가가 집어들 수 있는 최고의 카메라 중 하나지만, ‘화질의 정점’이라는 말에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