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2분기 중국과 인도 휴대폰 시장에서 1위 자리를 현지 제조사에 내주면서 위기감이 엄습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현지 제조사들의 저가 공세에 밀리면서 그동안 예견됐던 힘겨운 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5일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2%의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14%를 차지한 샤오미에 1위 자리를 뺏겼다. 삼성전자가 2위로 밀린 것은 지난 2011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불과 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던 샤오미는 1년 만에 240%의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다. 직전 분기인 지난 1분기만 해도 삼성전자가 18.3%, 샤오미가 10.7%의 점유율을 각각 기록했다. 샤오미 외에도 3위권 레노버와 유롱이 각각 12%, 화웨이가 11%로 삼성전자 뒤를 바짝 쫓고 있어 2위 수성도 힘든 과제로 떠올랐다.
같은날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인도 휴대폰 시장에서도 처음으로 현지 제조사에 1위를 내줬다. 지난 분기 마이크로맥스는 16.6%의 점유율로 14.4%의 점유율을 기록한 삼성전자와 10.9%를 기록한 노키아를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업체들 저가공세에 속수무책
삼성전자 점유율 하락에 가장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가격이다. 삼성전자가 저가 제품을 앞세운 현지 제조사들의 공세에 밀렸다는 분석이다.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현지 제조사들의 점유율이 65%를 차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인도에서 팔린 스마트폰의 절반 이상도 인도 브랜드 제품이었다.
샤오미가 최근 출시한 신제품 '미(Mi)4'는 성능 면에서 삼성전자 갤럭시S5, LG전자 G3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지만 가격은 499달러(약 51만원)로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저가형 패블릿 제품인 '홍미노트'의 경우 가격이 999위안(약 16만6천원) 불과하다.
왕징원 카날리스 애널리스트는 “샤오미는 독자적인 소프트웨어인 미유아이(MIUI) 경쟁력에 강력한 성능을 가진 제품을 공격적인 가격으로 판매하면서 출하량을 크게 늘렸다”면서 “특히 중저가 라인업인 홍미(RedMi) 시리즈는 하이엔드 제품인 미(Mi) 시리즈보다 언론의 주목을 끌지는 못했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끌면서 판매량 성장세를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저가 스마트폰의 경우 소비자들이 성능보다 가격에 민감한 경향이 있는 만큼 국내 제조사들이 시장점유율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비슷한 성능의 제품을 더 싸게 공급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굳건한 애플, 떨어지는 삼성 왜?
특히 삼성전자 신제품 갤럭시S5의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는 가운데 중국 시장에서 보급형 제품 비중을 크게 늘리면서 현지 제조사들과 정면 승부에 나선 것도 점유율 하락을 가져온 원인으로 지적된다.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 분기 애플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판매량이 58% 증가한 반면, 삼성전자는 15%가 떨어졌다. 현재 삼성전자와 애플만이 중국 스마트폰 시장 상위 10위권 내 글로벌 브랜드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양사의 점유율이 상반된 모습을 보인 셈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현재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애플에 비해 더 많은 라인업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하락폭도 그만큼 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와 함께 애플이 지난해 차이나모바일로 유통망을 넓히면서 4G LTE 서비스 확산과 함께 중국 내 시장점유율을 크게 늘린 것도 삼성전자 프리미엄 제품 판매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 업계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애플 모두 현지 업체들의 공세에 맞서 점유율을 지켜야하는 입장인 것은 동일하지만 애플의 점유율 하락은 없었다”면서 “중저가폰 업체들의 공세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전략 스마트폰의 굳건한 이미지인데 전략폰이 흔들리면 중저가 파생 모델들에도 연쇄효과를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中 정부 전폭 지원도 한 몫
현지 제조사들이 중국 시장에서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정부 지원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 정부가 보조금과 휴대폰 생산 등에 있어 엄격한 정책을 시행하면서 글로벌 업체들은 현지 제조사들만큼 저렴한 가격의 이점을 살리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는 수 년 전부터 가전시장 활성화를 위해 농촌지역 주민들이 가전제품을 사면 보조금을 지원하는 가전하향(家電下鄕)과 중고가전을 신형으로 교환하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구환신(以舊換新), 에너지 절약 보조금 지원정책인 혜민공정(惠民工程)을 시행하고 있다. 이 정책의 수혜를 받는 것은 주로 보급형 제품을 판매하는 현지 기업들로 이들은 프리미엄 제품 위주의 글로벌 기업에 대응해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성장했다.
최근에는 휴대폰 시장에서도 이같은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는 최근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차이나유니콤 등 3대 통신사에 향후 3년 간 전체 마케팅 비용의 20%를 축소하라는 방침을 내렸다.
이같은 정책은 보조금 마케팅을 통해 판매가 이뤄지는 고가 스마트폰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삼성전자와 애플 등 글로벌 제조사들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이번 정책은 자국 내 휴대폰 제조사를 간접 지원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업계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정책은 삼성전자와 애플처럼 프리미엄 스마트폰 점유율이 높은 회사들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면서 “중국 정부의 정책이 안방 업체들에게는 어드밴티지가, 글로벌 제조사들에게는 핸디캡이 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中·印 공세에 세계 시장 주도권도 흔들?
중국과 인도 휴대폰 제조사들이 막강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영향력을 확대할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기업들이 현지 시장에서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지난 분기 삼성전자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26%의 점유율로 1위를 지키는데는 성공했지만 지난해 2분기 32%, 전분기 31%와 비교하면 크게 떨어졌다. 반면 샤오미는 내수 수요를 바탕으로 5%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세계 스마트폰 시장 판매량 5위권 안에 드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분기 샤오미가 판매한 스마트폰의 97%는 중국 본토에서 판매됐지만 샤오미는 하반기부터 인도네시아, 멕시코, 러시아, 태국, 터키 등으로 판매 국가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마이크로맥스 역시 자국 시장을 바탕으로 세계 10위 휴대폰 제조사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제시카 퀴 캐널리스 애널리스트는 “샤오미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은 중국 외 국가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동시에 현지화 된 서비스 등은 아직 과제로 남아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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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역시 위기를 인식하고 있다. 지난 분기 스마트폰 사업 부진으로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받아든 삼성전자는 실적 악화의 배경으로 “중저가폰의 실적 하락과 재고 감축을 위한 마케팅 비용 발생”을 들었다. 또 기존 스마트폰 시장 침체기를 벗어날 수 있는 대안으로 태블릿과 웨어러블 시장을 제시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전 세계적인 시장 성장율 둔화 속에 업체간 경쟁은 심화되면서 삼성전자, 애플, HTC 등 휴대폰 업체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삼성전자는 태블릿, 웨어러블과 대형 화면과 특화 기능을 바탕으로 한 패블릿 시장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