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브라더’로 불리는 구글이 아동성범죄 예방의 목적으로 개인 이메일까지 검열한 사실이 알려져 사생활 침해 논란이 본격 공론화될 전망이다.
이메일 검열에 대해 외신 및 전문가들은 선의에서 한 것이라고 해도 일반 기업이 개인의 이메일까지 검열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온라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지메일에 성적학대를 당하는 아동의 사진을 보유하고 있던 한 남성의 정보를 정부 산하 국립실종학대아동센터(NCMEC)에 신고했다.
이에 경찰은 메일 계정의 사진을 근거로 해당 남성을 체포했고, 지난 1994년 성폭행으로 유죄를 선고 받은 이후 성폭행범으로 등록된 전범자임을 확인했다. 경찰조사 결과 남성의 컴퓨터에는 아동 성폭행 의심이 가는 더 많은 사진이 발견돼 범인은 법원으로부터 20만 달러(한화 2억원)의 보석금을 선고 받았다.
구글이 아동성폭행범을 체포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회사가 2008년 도입한 ‘해싱 기술’(hashing technology) 덕분이다. 이 기술은 아동 음란 이미지에 태그를 하고 그 이미지가 다시 사용되는 곳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그동안 해싱 기술은 공개된 카페나 블로그 등 웹에서만 적용되는 것으로 여겨져 왔지만, 이메일 검열에도 사용된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구글은 지메일 계정을 들여다보고 범죄 용의자로 의심 가는 사람들의 정보를 경찰에 넘긴다는 얘기를 직접 언급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구글이 올 4월 서비스 이용 약관을 수정하고 사용자에게 지메일로 주고받는 이메일이 자동으로 분석될 수 있다는 안내를 했지만 사생활 침해 논란에서 자유롭기는 힘들어 보인다. 아무리 선의로 이뤄진 검열이더라도 이 기술이 악용될 소지가 있고, 특히 국내법으로 볼 때 이메일 검열 자체는 통신비밀보호법(제3조 통신 및 대화비밀의 보호)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법 또한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가 아동 포르노를 발견할 경우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사업자가 스스로 찾아내거나 검열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지 않다.
이 소식을 전한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구글이 지메일을 검열하는 것을 가리켜 “구글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의 사생활을 지킬 수 없게 만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경성대학교 손형섭 법학과 교수는 “구글이 서버 운영자로서 블로그 등 공개된 게시판을 검색해서 문제를 찾아냈다면 문제가 없지만 수사기관의 의뢰도 없이 직접 지메일을 들여다 본 사안이라면 결과가 좋았다 하더라도 사생활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측은 “기술의 종류와 사용자 동의 여부, 아울러 순수한 기술적 처리인지 아니면 사람이 직접 들여다보는 것인지 등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다”면서도 “아동포르노가 세계적으로 중대한 범죄라서 공익성 측면을 중시할 수 있지만, 이용자가 알도록 사전에 고지했는지 여부에 따라 사생활 침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구글이 아동성범죄 콘텐츠 검열에 사용한 기술을 보다 면밀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 “구글이 만약 국내에서 이메일 검열을 할 경우엔 통신비밀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 여러 국내법을 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관련기사
- 검색포털社 지도경쟁, 누가 더 똑똑할까2014.08.05
- 구글, 아동성폭행범 정보 제공…체포 도와2014.08.05
- 구글 스트리트 뷰, 가스 누수 탐지까지2014.08.05
- 구글, 쇼룸으로 쓰려던 바지선 처분2014.08.05
이메일 검열과 관련해 구글코리아 측은 구글이 업계 리더로서 아동성범죄 해결에 책임감을 갖고 있으며, 수년 간 인터넷감시재단(IWF)에 공동 출자하고 실종 어린이와 착취당하는 어린이들을 돕는 단체 NCMEC와 함께 일하고 있다는 내용만 안내했다.
구글이 보내준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아동성범죄가 우려되는 콘텐츠 배포를 중단시키는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 또 아동성범죄 예방과 구제를 위해 IWF에 100만 파운드(17억3천900만원)를 지원했으며, NCMEC 단체에도 100만 달러(10억3천150만원)를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