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IT벤처 업체가 구글을 제치고 개발자를 끌어모아 낡은 이메일 동기화 기술을 대체할 수 있을까?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학생 출신 개발자들이 세운 '인박스(Inbox)'가 최근 개발자들을 상대로 이같은 메시지를 던져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7일 외신들은 인박스가 오픈소스로 선보인 자체 메일 플랫폼의 특성과 이를 중심으로 개발자를 영입해 기존 업계 표준처럼 쓰여 온 메일 동기화 기술을 대체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이달초 G메일 기반으로 인박스와 비슷한 메시지를 던진 구글과의 차이점도 짚었다.
비교 대상인 구글은 G메일이라는 공짜 메일과 사용자 기기별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라는 막강파워를 갖췄다. 구글에 맞서 인박스가 당장 메일용으로 쓸 수 있는 앱을 내놓은 건 아니다. 인박스 제품은 개발자들이 메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차세대 메일 플랫폼'으로 요약된다. 핵심은 '인박스 싱크 엔진'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인박스는 기존 메일서비스 업체들이 30년 넘게 이어진 낙후된 이메일 기술을 유지하며 혁신을 멈췄다고 비판한다. 마이클 그리니치 인박스 공동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메일은 삶의 데이터베이스라며 이는 사람들의 대화, 기억, 정체성을 위한 디지털 홈이다고 말했다.
회사측에 따르면 인박스 싱크 엔진은 개발자들이 구글, 야후, 마이크로소프트(MS)같은 기존 업체 서비스를 한층 진화한 메일 시스템으로 바꿔줄 수 있는 현대적인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제공한다. 오픈소스다.
개발자들은 인박스 싱크 엔진으로 자동 메일발송, 또는 시간 지연 안내문구 전달용 앱을 만들 수 있다. 인박스가 제공하는 API의 중요한 특징 하나는 개발자가 사용자 메일박스에 담긴 데이터에 직접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인박스는 이같은 특징을 강조하기 위해 공식사이트에서 예를 들어 당신은 지난해 사용자가 받은 항공권 구매 계약 확인 메시지를 모두 모아서 그 세부 내역을 보여 주는 앱을 만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인박스는 올 하반기 자체 개발한 메일 플랫폼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버전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물론 개발자들은 오픈소스 인박스 싱크 엔진을 갖고 자기만의 메일 앱과 클라이언트를 만들 수도 있다.
인박스가 업계의 눈길을 끄는 부분은 등장 시기와 거대 IT업체 구글을 겨냥한 공격적 메시지다. 인박스는 몇 주 전 'G메일API'를 내놓은 구글보다 기술적, 정책적으로 우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달 I/O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G메일 API를 공개했다. 사용자가 굳이 전체 메일 서비스를 열고 들어가지 않아도 수신함에 담긴 메일을 읽고 분류하는 등 간단한 메일 처리를 위한 앱을 만들 수 있게 해준다.
이 부분만 놓고 보면 G메일 API와 인박스 싱크 엔진이 제공하는 API는 앱에 메일 관련 기능을 넣으려는 개발자들에게 비슷한 용도로 쓰일 수 있겠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인박스는 자신들이 제공하는 플랫폼과 핵심 기술이 오픈소스인데다 여러 업체 메일 시스템과 맞물릴 수 있기 때문에, 구글 서비스에 종속되게 만든 G메일 API보다 나은 선택이라 강조한다. 인박스는 웹사이트에 자신들이 진정한 '이메일 회사'이며, 구글은 광고에 필요한 사용자의 정보를 활용하려고 메일을 비롯한 여러 서비스를 운영할 뿐이라는 점에서 '광고업체'라는 도발적인 문구까지 올렸다.실제로 인박스 싱크 엔진은 오픈소스로 제공되기 때문에 개발자는 G메일 API를 사용할 때처럼 해당 업체 기술 개발 계획이나 지원 정책을 살피며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또 G메일API는 구글 G메일과 '구글앱스' 사용자를 위한 앱 개발 용도로 제공되는 반면 인박스는 자사 메일 플랫폼이 제공하는 API가 구글 G메일뿐아니라 MS 아웃룩닷컴, 야후 메일 환경에도 쓰일 수 있다.
타사 메일 서비스를 지원할 생각이 없는 구글은 왜 G메일 API를 만들었을까? 구글은 개발자 공식사이트에서 G메일API가 낡은 메일 관리용 기술 '인터넷메시징액세스프로토콜(IMAP)'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IMAP은 일반적으로 MS아웃룩, 모질라 썬더버드같은 메일 클라이언트 사용자가 메일을 PC로 받지 않고 서버에서 직접 읽고 쓰고 분류할 때 쓰인다. 일단 개발자가 앱에 IMAP 기술을 넣지 않아도, G메일API를 통해 G메일 계정의 서버 메일을 읽고, 쓰고, 분류하는 기능을 구현할 수는 있다. 이것만 보면 구글의 G메일 API가 IMAP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는 말 같다.
그런데 실은 개발자가 G메일 API만 갖고 앱을 만들면, IMAP 기술로 구현 가능했던 메일 관리 기능을 고스란히 만들어 넣지 못한다. 구글은 G메일API로 접근할 수 있는 사용자 계정의 범위를 제한하기 때문이다. 그런만큼 G메일API를 완전한 IMAP 대체 기술이라고 부를 순 없다.
지난 7일 테크크런치는 이런 G메일API에 대해 IMAP같은 낡은 프로토콜의 의존도를 (완전 없애는 게 아니라) 줄이자는 아이디어라며 수신목록 훑어보기나 '발송 전용'같은 일부 기능에 집중한 앱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보다 우월하다고 자부하는 인박스의 메일 플랫폼 API는 기존 메일 관리 앱의 IMAP 대신 쓰일 수 있을까? 인박스 개발팀은 이 점에 대해서도 자신들의 경쟁력과 포부를 강조하고 싶어하는 모습이다.
더넥스트웹에 따르면 인박스는 자사 이메일 플랫폼이 IMAP과 (또다른 메일서버 통신용 기술) SMTP같은 노후한 프로토콜의 대안이라 주장했다. 지금은 IMAP 없는 메일 플랫폼을 G메일이나 야후 메일만 지원하지만, 향후 모든 IMAP기반 메일업체의 서비스로 확대할 계획이란 설명이다.
인박스는 또 현재 MS 자체 메일 프로토콜 '액티브싱크'를 지원하는 개발자 프로그램을 비공개 시범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이로써 MS 메일서버 '익스체인지'를 사용하는 기업 사용자의 요청에 대응할 수 있다.
아직 인박스의 향후 수익 모델이나 세부 투자 현황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인박스의 창업초기 투자자 목록에는 퓨얼캐피탈, SV앤젤, 크런치펀드, 데이터콜렉티브, 베타웍스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인박스 코어 개발팀에 MIT동창이 많다. 그리니치 CEO는 '드롭박스'에서 엔지니어로, '네스트'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공동창립자 크리스틴 스팽은 오라클에 인수된 'K스플라이스'에서 리눅스 커널 개발자였다.
이들 외에도 구글, 파이어베이스 등에서 경력을 쌓은 MIT출신 기술자 2명이 더 있다. 이들은 향후 시스코에 인수된 '머라키'를 탄생시켰던 MIT 컴퓨터과학 인공지능연구실(CSAIL)의 병렬분산운영체제 그룹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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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니치 CEO는 인박스의 거대한 목표는 단지 개발자 도구 스위트를 제공하는 것만이 아니라 새로운 메일 표준을 만드는 것이라며 (소스코드 공유, 협업 사이트) 기트허브에서 무료로 싱크엔진을 쓸 수 있고, 우리는 기술에 관한 논의나 요청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인박스 싱크 엔진을 오픈소스로 배포하고 있는 기트허브 사이트에는 이미 '인박스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를 사용한 시연용 앱이 올라가 있다. 개발자들은 엔진을 내려받아 메일 서비스 계정과 동기화한 다음 로컬 개발 환경으로 그 메일 플랫폼에 기반한 앱을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