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콘텐츠 중심의 미디어 생태계를 키우기 위한 구체적 전략을 내놨다. 하지만 발표 내용 상당 부분이 민간에서 먼저 해결되지 않으면 시행조차 어려운 내용이어서 정책실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1일 한국PP진흥협회를 밑그림으로 하는 ‘PP산업 발전전략’을 마련해 확정·발표했다. 이를 통해 PP를 창조경제 핵심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주요 골자는 정부가 민간 사업자인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로 이뤄진 ‘한국PP진흥협회(가칭)’를 설립을 지원해 관련부처 정책 추진 과제를 이끌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아직 구체적 그림이 나온 조직도 아니다. 정부가 직접 설립하는 것도 아니고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다.
PP산업 발전전략은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 나온 방송 관련 정책으로 지난해 12월 발표된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의 후속 대책이다. 첫 번째 액션플랜의 성격을 가지며 내년 3월 한미FTA 시행에 따라 방송시장 개방을 대비하고 PP산업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다.■ PP산업 발전전략 주요 내용은
구체적으로 보면 ▲PP산업의 선순환적 생태계 조성 ▲PP채널의 다양성 공정성 제고 ▲PP산업의 국내외 경쟁력 확보 등의 3대 전략 틀 내에서 9개 추진 과제로 구성됐다.
세부적인 추진 과제로 가장 먼저 ‘유료방송산업발전위원회(가칭)’를 법정기구로 구성해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와 방송 플랫폼 사업자, PP,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통해 유료방송요금정상화, 수신료 합리적 배분, 유료방송사업자간 상생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사업자간 과당 출혈경쟁과 홈쇼핑 송출수수료 의존 등으로 고착된 유료방송의 저가 요금구조 개선을 위한 유료방송 이용요금 승인기준을 개선하고 결합상품의 적정할인율 정착방안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PP시장의 안정적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방송프로그램 자체제작 지원을 위한 펀드가 조성된다. 제작비용에 대한 세제감면 방안을 마련하면서 방송광고 규제정비 등을 동시에 추진한다.
방송 플랫폼과 PP 사이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MSP 및 MPP의 부당한 교차편성, 끼워팔기, 불리한 거래조건 강요 등 불공정행위에 대한 관리감독은 강화된다.
이밖에 ‘PP콘텐츠 창의교육과정’과 방송 프로그램 수출 활성화를 위한 ‘해외진출 통합 플랫폼(가칭 K-플랫폼)’을 구축 운영한다.
■ 방송진흥은 PP진흥협회가 한다?
문제는 PP산업 발전전략의 3대 전략 9개 추진 과제 가운데 아직 명확한 지위와 구성원, 규모는 물론 나아가 설립 시기조차 명확치 않은 PP진흥협회의 역할이 전제되야 하는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이처럼 설립 예정인 PP진흥협회는 관련 산업 진흥을 위한 업무를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민간 사업자들이 스스로 협회를 만들면 정부가 PP콘텐츠 중심으로 유료방송 거버넌스를 개선한다는 계획에 따라 그려진 그림이다.
이는 미래부와 방통위가 이날 발표한 발전전략의 정부 추진 과제 중 하나로, 현재 시점에서 협회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미래부는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내 PP협의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방송 플랫폼에 대응하기 위한 별도 조직이 만들어질 예정”이며 “PP협의회 내부에서 별도 협회 설립에 대한 수요가 높다”고 설명했다.하지만 당장 협회가 설립되고, 정부의 방송 정책의 시행 여부에는 의구심이 남는다. PP 도입 20년간 별도 단체가 없는 등 필요성은 제기되지만, 지분 등을 포함한 설립 비용에 대한 계획이 없다. 또 케이블TV협회 내 PP협의회 별도 분리에 대한 이견도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생기지도 않은 PP진흥협회가 PP산업 발전을 위해 떠맡아야 할 일도 적지 않다. 발전전략 추진과제 중 중소 개별PP의 채널송출 보장은 협회의 임무로 규정됐다.
방송 플랫폼 사업자가 이를 테면 20% 이상의 일정 비율을 중소 개별PP로 의무구성하는 채널 할당제를 도입하는데, 무임승차하는 PP를 걸러내기 위해 자율 인증제가 새롭게 추진된다. 이 자율 인증제와 같은 부분이 협회가 할 일이라고 미래부는 설명했다. 즉, 협회가 생기기 전까지 채널할당제는 실현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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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아홉 번째 추진과제로 명시된 해외전략 시장조사, 대중소PP 해외 동반진출, 마케팅 법률 투자 및 국제 공동제작 활성화 등 해외진출에 대한 종합지원 역시 생기지도 않은 PP진흥협회가 맡는다는 것이다.
PP업계 한 관계자는 “별도 PP 협회는 업계 전체를 대변할 수 있다면 필요하지만 당장 발표된 정부의 구체적 정책이 민간의 조직 구성을 전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2년에 걸쳐 발표된 내용이 민간협회 설립 이후에 일부를 해결하는 정책이라면 내년 3월 한미FTA에 대응하겠다던 기존 논리와 상반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