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 20년…체질 개선, 한미FTA 준비 시급

일반입력 :2014/03/18 21:10    수정: 2014/03/18 21:21

방송채널(PP) 산업이 시작된지 20년이 지났다. 사업자나 종사자 수에서 양적 성장을 일궜지만, 재도약을 위한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18일 일산 빛마루에서 ‘창조경제 핵심 PP 산업 재도약 선포식’을 개최했다. 정부와 업계 학계 여러 인사들이 참석해 유공자 표창, 현안 컨퍼런스가 진행됐다.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케이블TV 개국 행사에서 다매체 다채널 뉴미디어 시대가 열렸다고 꿈과 희망을 담은 표현의 선언을 했다”며 “지금 보면 훨씬 더 화려하고 앞서있고 이제는 오히려 지상파가 PP를 따라가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20년 동안 PP 업계가 약진을 거듭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산업 성장이 정체 위기에 몰렸고 글로벌 경쟁을 이겨내기엔 현재 체질이 허약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PP 20년사, 시청 채널 늘고 산업규모 성장하고

PP는 지난 1993년 11개 분야 20개 방송사로 시작됐다. 그 이전에는 소수의 지상파 방송 채널만 볼 수 있는 TV 시청 환경이었다. 1993년에 이어 1994년 전문장르 케이블TV PP를 추가로 허가해 27개 채널이 PP의 시작이다.

20년간 꾸준한 발전을 이어온 PP업계는 현재 약 270여개 TV채널을 시청 가능한 환경으로 탈바꿈했다. 세자릿수의 TV 채널 번호가 생겼다는 것이다. 2012년 기준 PP 사업자 수는 180개로 승인 사업자 17개, 등록 사업자 163개다.

채널 수가 증가한 만큼 전체 매출액 규모도 급성장을 이뤄냈다. 2012년말 PP산업 전체 매출액은 5조5천억원에 달한다. 전체 방송시장 매출액 13조2천억원에서 42%에 달하는 점유율이다. 특히 이 때 종합편성PP의 등장으로 PP 규모 자체는 더욱 커졌다. 2002년말 기준 매출액 1조2천억원과 비교하면 10년간 3.5배 성장한 수치다.

종사자 수도 크게 늘었다. 전체 방송산업 종사자 약 3만4천명의 40%인 1만3천명에 이른다. 일자리 찾기에 집중하고 있는 나라 환경에서 봤을 때 고무적인 수치다. PP가 방송 미디어 산업의 주축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산업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정부 지원책도 마련된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다음달 발표할 PP산업발전전략에는 성장을 제약하는 규제를 개선하고 중소PP와 MPP, 플랫폼 사업자가 상생하는 방안을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 무뎌진 PP, 시급한 현안 산적

PP는 지속적인 발전을 해왔지만 한 쪽으로 치우친 성장, 사업자의 영세성, 높은 지상파 콘텐츠 의존도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때문에 이런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면 시장이 왜곡될 수도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당장 PP 자체가 영세해 콘텐츠 투자가 이뤄지기 어렵다. 자본금 규모 100억원 이상의 사업자가 전체 180개 중에 34개에 불과하다. 매출 100억원 이상의 사업자는 42개인제 10억원 이하 사업자는 69개나 된다. 일부 MPP를 제외하면 신규 콘텐츠 제작 투자가 어렵고, 기방송된 콘텐츠의 재방송 구조로만 이뤄질 수 있다.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실장은 “이러한 양상이 심화되면 PP 시장의 양극화가 불가피하고 다양성도 저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결국 유료방송 콘텐츠 경쟁력과 PP 시장의 성장동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PP 수입구조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전체 수입의 70% 정도를 광고 매출에 의존하고 수신료 수입 구조가 20%대에 불과하다. 유료방송 시장의 고착된 저가 구조에 기인한 것이지만, 쉬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상기 부경대 교수는 “외형적인 성장에도 저가로 형성된 가격체제로 수익구조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방송매출액을 줄이는 통신사의 행태가 수신료 배분 규모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상파 의존도 심화도 PP산업의 발전을 위해 해결되야 할 문제다. 지상파와 지상파 계열 PP의 시청점유율은 60%대에 달한다. PP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재고하기 위해서 투자를 해야하는데 결국 지상파 콘텐츠나 해외 콘텐츠에 기대는 형국이다. 이 경우 한미FTA 발효에 따라 큰 악재가 될 수도 있다.

■2015년 한미FTA 발효…영세 PP 위협 요소

모든 PP 사업자를 우대할 수는 없다.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그만한 방송을 할 수 있는 사업 구조로 재편되야 한다. 하지만 앞서 지적된 현안이 해결되지 않으면 PP업계에 큰 어려움이 닥칠 수 있다. 당장 내년부터 한미 FTA가 발효되면서 글로벌 경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상기 교수는 “한미FTA가 위기이자 기회가 될수도 있다”면서도 “영화, 스포츠, 어린이, 다큐멘터리 장르는 직접 타격을 받을 수 있고 판권이나 중계권료가 상승하면 영세 PP채널은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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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방송시장 개방에 앞서 현재 시장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뜻을 강조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미국의 강력한 콘텐츠보다 지금의 유료방송 시장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한미FTA가 국내 PP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10명의 업계 전문가 인터뷰를 진행한 뒤 ▲PP 시장 점유율과 소유 규제 완화 ▲수익구조 개선 ▲선도 사업자는 규제 지원, 의무편성채널 구성을 통한 약자 지원, 경쟁력 상실 채널 퇴출 활로 마련 ▲공동제작 활성화, 해외시장 확대 전략 등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