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연구원 “권력을 왜 국가에 내주나”

NDC 2014서 '디지털 시대 주체성' 강조

일반입력 :2014/05/27 19:45    수정: 2014/06/02 08:33

“부모는 왜 시민으로서 셧다운제란 국가의 권위주의적 관점에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가. 이론적으로 법률적으로 생각해봐도 부모 중 누군가는 헌법소원해야 하지 않는가.”

주체성을 상실한 우리나라 대다수의 학부모들을 향한 고려대 과학기술학연구소 김지연 선임연구원의 날선 질문이다. 국가의 주인인 우리(시민)가 디지털 시대의 주체자로서 국가가 휘두르는 귄위주의에 맞서 개인의 주체성을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지연 연구원은 27일 판교 넥슨 본사에서 진행된 '넥슨개발자컨퍼런스'(NDC 2014)에 참석해 ‘나는 디지털 시대의 주체일까, 주변인일까’란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먼저 김 연구원은 현재 게임중독 또는 과몰입 이슈가 ‘기술낙관론’과 ‘기술혐오’의 충돌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새로운 기술을 사회가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란 고민에서 벌어진 일종의 ‘사건’이란 뜻이다. 이에 그는 인간과 기술 사이의 위치를 찾기 위한 애정 어린 시선이 필요하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김지연 연구원은 기술에 대한 세 가지 관점을 제시했다. ▲기술은 인간이 만들었기 때문에 인간이 기술의 주체라는 긍정론적인 ‘도구주의’ ▲거대한 기계와 공장이 들어서면서 인간은 거대 기술을 적절하게 통제할 역량을 상실해 종속되는 것 아니냐는 비관론적인 ‘기술결정론’ ▲인간은 자신의 욕망을 기술에 투사하고 기술은 인간의 특정행위를 더 강화 시킨다는 ‘구성주의’로 분류한 것.

이렇게 봤을 때 김 연구원은 기술의 하나인 게임을 도구주의적 또는 기술결정론적 한 쪽 시각에서 볼 것이 아니라, 구성주의적 관점에서 다양하게 바라보고 복합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인터넷게임중독에 대한 용어 정의가 아직 학계, 과학계적으로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상태임을 알리고, 게임중독(기술사용행위)은 신체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발생하는 행위중독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중독과 구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행위중독의 경우 보편적 인과성이 드러나지 않는다면서, 인터넷게임 이용시간과 사회적응 정도 간의 상관성이 아직 입증되지 않았음을 알렸다. 이에 인터넷게임중독이란 용어는 문학에서 사용되는 은유적 표현이고, 책중독이나 인간중독과 같이 강조나 환기하려는 목적을 가질뿐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이런 은유적 정의에 불과했던 게임중독 개념이 여러 이유로 법률적, 사회적 지위를 얻게 되면서 결국 셧다운제가 만들어지는 결정적 도움을 줬다는 것이 김 연구원의 생각이다.

또 인터넷게임중독이라는 용어가 널리 유포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중의 기술혐오’가 자리한다고 풀이했다. 기술에 대한 위험인식과 암묵적 저항이 게임중독이란 용어와 셧다운제를 만들었다는 뜻이다.

계속해서 김 연구원은 시민들이 어떤 이유로 기술에 대한 혐오감을 갖게 됐는지도 설명했다. 국가주도의 급진적 기술도입으로 시민들이 새로운 기술에 대한 자연스러운 이해와 자기결정을 할 기회, 그리고 여유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란 것. 기술에 대한 이해가 어려워지면서 결국 두려움이 커졌고, 문제가 생겼을 때 스스로의 해결보단 국가에 책임을 묻는 악순환이 벌어졌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국가는 인터넷게임중독이라는 편의적이고 기계적인 해법을 제시하면서 기술논쟁을 병리적 프레임으로 묶었고 시민들로부터 더 많은 권한을 위임을 받았지만, 국민은 환자라는 수동적 대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연구원은 “병리적 프레임을 대신할 기술비판 담론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술혐오 사례를 충분히 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김지연 연구원은 어떻게 시민(부모)들이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국가에 위임하게 됐는지에 대한 분석으로 “등급제 같은 막강한 시스템 안에서 훈련을 받았기 때문”이란 해석을 제시했다.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 영화의 경우 부모가 동반해도 청소년이 함께 볼 수 없는 것처럼 국가의 등급판정이 부모의 등급결정보다 우선시 하는 사회에 시민들이 길들여져 있다는 것. 이 경우가 부모의 의사 결정 능력을 국가가 인정하지 않는다는 단적인 예라는 것이다.

게임 역시 부모와 관계없이 모든 연령에 대해 강제적 집행이 이뤄지고, 부모의 선택권을 주지도 않는다고 김 교수는 목소리를 높였다. 덧붙여 그는 게임회사도 자녀들의 게임 이용을 부모가 선택해 허용할 수 있는 옵션을 두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김지연 연구원은 “물론 시민은 국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만 그 부족함을 전제로 국가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은 구분돼야 한다”면서 “표준적인 정책 결정으로 시민이 제한을 받는다면 사람들은 획일화 되고 자율적이고 자발적인 행동역량을 잃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인터넷 기술 시대에 시민은 매번 새로운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수행해야 한다”면서 “국가는 그런 의사결정을 대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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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김 연구원은 “우리는 우리 자신이 속한 세계와 그 안에 위치한 우리 자신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그것은 윤리적 주체의 시작이다. 인터넷게임은 하나의 상징계로서 디지털세계와 그곳의 주체를 압축적으로 이해하는 데 기여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술에 대한 비판의식을 가진 디지털 주체의 자리가 비어있다”면서 “디지털 기술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세계를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는 새로운 상징계를 제공해 나가고 있다. 그렇기에 디지털 세계 안에 위치한 우리 스스로가 자아와 주체성을 이해하고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