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이 자사 제품 저변 확대를 위해 넷앱 저가형 스토리지 재판매 사업을 중지한다.
26일(현지시각) 주요 외신들은 IBM 내부 문건을 근거로 넷앱과 체결했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영업 계약을 종료한다는 소식을 최근 블룸버그 보도를 인용해 전했다.
블룸버그는 IBM이 부진한 하드웨어 영업 실적을 되살리기 위해 사업의 초점을 신기술과 자사 신제품 업그레이드 쪽에 맞추려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이라면 이는 IBM 덕에 매출 2%를 얻어온 넷앱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행보다.
보도에 따르면 IBM은 오는 27일(현지시각)부터 새로운 넷앱 N시리즈 제품 판매를 공식 철회하고, 관련 제품군 개발도 중단할 방침이다. 아직 IBM과 넷앱은 이 내용을 인정하거나 구체적인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한국IBM 김형석 스토리지사업부장은 이와 관련한 질문에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고, 넷앱 OEM 스토리지 판매 사업 현황과 관련한 추가 질의에는 (스토리지) 사업에서 비중이 크진 않았다고 언급했다.
한국IBM 홍보 담당자는 (본사 협력관계는)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본사에서의 파트너십 변동은 일반적으로 국내 시장에도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해당 사안은 공식 발표되지 않은 내용이라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백수 한국넷앱 대표 역시 IBM과 넷앱의 OEM 계약 해지와 새로운 N시리즈 시스템 재판매 중단 소식에 대한 사실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직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고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답했다.
이후 IBM은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공식 답변을 보내왔다.
지난 2월 18일에 발표한 'N시리즈 릴리즈 30'이 IBM N시리즈 제품 라인으로 개발하는 마지막 개선사항이 될 것입니다. 5월 27일 이후 마지막 주문을 받는 날은 향후 3개월 뒤가 될 것이며, 현재의 N시리즈 제품에 대한 지원은 2018년까지 지속됩니다.
이번 발표는 전면 중단(Shutting Down)이 아닌 'N시리즈 제품 라인'에 대한 개발 중단입니다. IBM은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 소셜 등으로 인한 변화에 고객들이 대응할 수 있는 업계 최고의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투자를 지속할 예정입니다. 스토리지 또한 소프트웨어 정의 스토리지 전략에 보다 적합할 수 있도록 우리의 기술을 정비해가는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이를 보도한 중국 지디넷은 IBM의 스토리지 제품 매출이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상황이라 넷앱과 수익을 나누기보다는 자체 장비 사업에 치중해 수익을 극대화하기로 결정했을 것이라 풀이했다.
IBM은 지난 4월16일 2014 회계연도 1분기 실적 가운데 부진한 하드웨어 성과를 공개했다.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3.9% 감소한 225억달러, 순이익은 같은기간 21.4% 줄어든 24억달러였다. 특히 서버, 스토리지 등 하드웨어 담당 조직인 시스템테크놀러지그룹(STG) 매출이 23억9천10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23.0% 하락했다.
그런데 이번에 들려온 OEM계약 해지 소식이 구체적으로 어느 제품군을 가리키는지는 확실치 않다. N시리즈라는 명칭을 넷앱과 IBM 스토리지 제품군이 모두 쓰는데, 가리키는 대상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둘 다 넷앱과 IBM의 OEM 계약에 얽혀 있어 다소 혼란스럽기도 하다.
넷앱 설명에 따르면 IBM은 지난 2005년4월6일부터 시스템테크놀러지그룹(STG)에서 넷앱 'N시리즈'와 'FAS시리즈' 스토리지를 판매했다. IBM은 넷앱 N시리즈의 OEM 제품 명칭을 'DS시리즈'로, 넷앱 FAS시리즈의 OEM 제품 명칭을 'N시리즈'로 바꿔 출시했다. 따라서 2가지 상황을 고려해볼 수 있다.
우선 외신들이 보도한 N시리즈가 넷앱의 제품군을 가리킨 것이라면 이는 IBM의 DS시리즈 판매 사업에 대한 얘기가 된다.
IBM이 DS시리즈 판매를 중단한다면 관련 기술지원 서비스도 그대로 유지되진 않을 전망이다. IBM은 기존 넷앱 N시리즈 스토리지 OEM계약의 일환으로, 지난 2009년10월27일부터 글로벌테크놀러지서비스(GTS)를 통해 넷앱 N시리즈 제품을 위한 인프라 최적화, IT서비스 등 포트폴리오를 함께 공급해 왔다.
반면 외신들이 보도한 N시리즈가 IBM의 스토리지를 가리킨 것이라면 이는 IBM이 넷앱의 FAS시리즈를 기반으로 내놓은 제품 사업에 대한 얘기로 이해해야 한다.
실제 일부 외신들은 IBM의 N시리즈에 대한 얘기라 받아들였다. 일례로 영국 더레지스터는 IBM이 (넷앱 OEM) 제품 N3000익스프레스, N6000, N7000 시리즈를 자체 유니파이드스토리지 스토와이즈 v3500, v5000, v7000로 대체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IBM이 굳이 어느 한가지 제품군에 대한 공급 계약만 철회하기로 한다는 것도 어색하다. IBM이 실제로 수익성을 고려해 넷앱과의 협력을 재고하는 상황이라면, 즉 넷앱의 N시리즈와 FAS시리즈, IBM의 DS시리즈와 N시리즈 판매가 모두 중단된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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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지디넷은 IBM과의 OEM계약 중단은 매출 2%를 만들어 주던 파트너를 잃게 된 넷앱에게 무시할 수 없는 일일 것이라며 IBM과 넷앱이 2005년 체결한 OEM 계약은 스토리지 업계 1위 사업자인 EMC를 상대로 효율적인 경쟁을 펼치기 위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IBM이 독자적으로 하드웨어 부진에 따른 실적 압박의 활로를 뚫겠다고 나서면 역시 실적 부담을 겪어 온 넷앱의 구조조정과 사업 개편 등 대응도 한층 빨라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