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롬캐스트 써보니…"5만원 이상 값어치"

10분만에 설치완료 “기계치도 OK”

일반입력 :2014/05/14 10:38    수정: 2014/05/14 18:49

권봉석

어젯밤 놓친 드라마를 퇴근길에 스마트폰으로 스트리밍 시청을 하다가 집에 도착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섰지만 한참 재미있는 부분이라 눈을 뗄 수 없다. TV로 드라마를 이어서 보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스마트TV라면 VOD 앱을 실행한 다음 원하는 드라마를 찾고, 다시 리모컨을 눌러가며 원하는 지점까지 찾아가야 한다. 번거롭다.

TV와 스마트폰을 케이블로 연결해 영상을 보는 방법도 있다. 그래도 번거롭다. 조금 더 머리를 굴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무선송신 기술인 미라캐스트로 선 없이 영상을 볼 수 있다. 스마트폰에 비치는 영상을 그대로 TV에 비추기 때문에 드라마를 보는 동안 메시지나 전화가 올 경우 다시 설정을 잡아야 한다. 역시 번거롭다.

구글코리아가 14일부터 아시아 최초로 국내 판매하는 콘텐츠 수신기, 크롬캐스트는 스마트폰 콘텐츠를 큰 화면으로 즐기기 위해 겪어야 했던 이러한 번거로움을 상당부분 덜어준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앱에서 화면을 한 번만 터치하면 클라우드나 인터넷 서버에 있는 여러 콘텐츠를 직접 가져와 보여준다. 리모컨이나 앱 쓰는 법을 따로 익힐 필요도 없다. 안드로이드 뿐만 아니라 애플 iOS, 윈도 운영체제와 OS X까지 지원한다.

10분만에 설치완료 “기계치도 OK”

크롬캐스트 패키지에 든 내용물은 간단하기 그지 없다. 끝에 HDMI 단자가 달린 크롬캐스트 본체와 전원을 공급하기 위한 마이크로USB 케이블, 전원 어댑터와 HDMI 확장 케이블이 전부다. 설치 방법도 간단한데 HDMI 입력 단자가 있는 TV나 모니터에 크롬캐스트를 꽂고, 마이크로USB 케이블로 크롬캐스트와 전원 어댑터를 연결하면 그만이다. 아무리 손재주가 없다 해도 넉넉잡아 3분 안에 충분히 마칠 수 있는 작업이다.

그 다음 크롬캐스트에 와이파이를 등록해야 하는데 구글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된 크롬캐스트 앱이 필요하다. 스마트폰·태블릿으로 크롬캐스트 앱을 실행한 다음 등록할 유무선공유기 이름과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모든 설정이 끝난다. 이 과정에서 크롬캐스트 본체에 내장된 프로그램도 최신 버전으로 자동 업데이트 된다. 이 단계까지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8분 남짓이다.

‘전송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라는 화면이 나타나면 크롬캐스트를 활용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2.3(진저브레드) 이상을 쓰는 스마트폰·태블릿이라면 유튜브, 구글플레이 무비, 구글플레이 뮤직 등 기본 구글 앱이 몇 차례 업데이트를 거치며 크롬캐스트 지원 기능을 이미 내장한 상태다. 아이폰·아이패드는 iOS 6.0 이상을 써야 하며 앱스토어에서 유튜브 앱과 구글플레이 무비 앱을 받거나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해야 한다.

스마트폰 유튜브 동영상 “터치 한 번에 TV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나 아이폰에서 유튜브 앱을 띄운 다음 올라온 동영상을 재생하면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네모난 상자를 볼 수 있다. 이 상자를 터치한 다음 설치했던 크롬캐스트 이름을 선택하면 약간의 버퍼링을 거친 후 동영상이 크롬캐스트와 연결된 TV나 모니터로 나온다. 유튜브 앱을 나와 웹브라우저를 실행하거나 전화통화를 해도 동영상은 끊김 없이 재생된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상단 알림 영역을 끌어내리면 현재 재생되는 영상 이름과 함께 재생/일시정지 등 조작이 가능하다.

한 사람이 여러 기기를 쓰거나 여러 사람이 같은 장소에 있을 경우에도 각자 유튜브 앱을 실행한 다음 크롬캐스트와 연결하면 현재 재생 상황이 공유된다. 영상을 재생하는 상태에서 다른 영상을 선택하면 바로 재생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나오는 동영상 재생을 중단할지, TV 재생목록에 추가해 다음에 재생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크롬캐스트로 본 동영상은 TV 재생목록에 차곡차곡 쌓이기 때문에 나중에 앞으로 돌아가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 구글플레이 무비로 구입하거나 빌린 영화도 크롬캐스트를 통해 볼 수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동영상을 크롬캐스트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크롬캐스트가 구글 서버에서 동영상을 가져와 직접 스트리밍하는 것이다. 구글플레이 뮤직에 미리 음악을 업로드해 두었다면 앨범 재킷 사진과 함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스트리밍하는 동영상의 화질은 네트워크 상황에 따라 자동조절된다.

노트북·태블릿 속 동영상도 TV로 보낸다

‘크롬캐스트’라는 이름 때문에 구글이 제공하는 앱이나 서비스에서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다. 구글이 외부 앱에서 크롬캐스트를 이용할 수 있는 API를 공개해서 크롬캐스트를 활용할 수 있는 앱도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 앱 올캐스트(allcast)를 이용하면 스마트폰에 저장한 사진과 동영상을 스트리밍 형식으로 볼 수 있다. 실시간 IPTV·VOD 서비스인 호핀(SK플래닛), 티빙(CJ헬로비전) 안드로이드 앱도 크롬캐스트를 지원한다. 다만 크롬캐스트를 지원하는 iOS용 앱은 적은 편이다.

윈도 운영체제를 쓰는 울트라북이나 인텔 태블릿, OS X를 쓰는 맥북에어·맥북프로, 크롬OS를 쓰는 크롬북 픽셀은 크롬 브라우저 화면을 TV 화면으로 보낼 수 있다. 크롬 웹스토어에서 무료 확장기능인 구글캐스트를 설치한 다음 ‘이 탭 전송’을 클릭하면 크롬 화면이 실시간에 가깝게 전송된다. 콘텐츠를 가리는 메뉴는 사라지고 웹페이지 화면만 잘라 보여주기 때문에 TV 전용 앱을 쓰는 듯한 느낌을 준다.

화면을 전송한 브라우저 탭 이외에 다른 탭을 열고 이메일 확인이나 웹서핑을 해도, 심지어 크롬을 최소화해도 크롬 화면이 실시간 전송된다. 프로젝터에 크롬캐스트를 꽂고 크롬용 구글독스 앱이나 오피스 온라인 앱으로 파워포인트 파일을 띄우고 프레젠테이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노트북이나 태블릿에 저장된 동영상을 스트리밍하는 앱도 크롬 웹스토어에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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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롬캐스트는 스마트폰 안에서 즐겨야 했던 모바일 콘텐츠를 앱에서 터치 한번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서 즐길수 있도록 도와준다. 번거롭게 케이블을 연결하고, 콘텐츠를 시청하는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기존 미디어 공유와는 천지차이다. 다만 안드로이드가 아닌 아이패드·아이폰 등 iOS 기기에서는 운신의 폭이 좁은 것도 사실이다. iOS용 호핀·티빙 앱이 업데이트 되는데도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크롬 화면을 전송하는 기능도 화면을 움직인 후 실제 움직임이 반영되는데 1.3초 가량 지연시간이 있다. 동영상이나 정적인 화면을 보여주는데는 크게 무리가 없지만 웹게임에는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다. 가격은 구글플레이 기준 4만9천9백원이며 오픈마켓에서 구매대행으로 판매되던 가격보다는 조금 저렴하다. 관세나 배송비를 감안하면 타당한 가격이며 기존 미라캐스트 동글보다 부담도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