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폰 무덤'서 재도전 나선 소니 通할까

소니가 전략 스마트폰 ‘엑스페리아Z2’를 출시하며 ‘외산폰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다시 한 번 도전장을 던졌다. 애플 아이폰을 제외하고는 HTC, 모토로라, 블랙베리 등 외산 제조사들이 모두 빠져나간 시장에서 명맥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다.

소니는 초고성능을 무장한 신제품을 70만원 후반대의 공격적인 가격으로 내놨다. 기존 80만원대 초반으로 예상됐던 출고가 대비 낮은 수준으로 출고가가 책정됐다. KT와 협력을 통해 요금제 약정을 맺으면 50만원대에 구매가 가능하도록 혜택도 마련했다.

다만 소니는 이번에도 이동통신사를 통한 출시 대신 자급제를 통한 출시를 택했다. 자급제로 출시하게 되면 무리한 제조사 장려금이나 사후서비스(AS) 운영 부담은 다소 줄어들지만 보조금 위주의 시장에서 흥행에 한계요소로 꼽힌다. 이같은 한계를 업고 경쟁작들과의 싸움에서 얼마나 운신의 폭을 넓힐 수가 있을지가 관건이다.

소니코리아는 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간담회를 열고 스마트폰 신제품 엑스페리아Z2를 국내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출고가는 79만9천원으로 정해졌다. 국내 출시는 19일로 이동통신 3사의 영업정지가 모두 끝나는 시기에 맞춰 ‘갤럭시S5’를 비롯해 LG전자 ‘G3’, 팬택 ‘베가 아이언2’ 등 전략 스마트폰과 정면으로 맞붙게 된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4에서 처음 공개된 엑스페리아Z2는 방수 기능과 카메라 기능 등 전작인 엑스페리아Z1의 강점을 살리면서 성능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전략 제품으로 호평을 이끌어 내며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많은 관심도 받았다.

다만 이 제품은 자급제 스마트폰으로 출시돼 일반 통신사 대리점에서는 구매할 수 없고 온·오프라인 소니스토어를 비롯해 KT 직영매장과 올레닷컴, 주요 오픈마켓 등에서만 구매가 가능하다. 전작인 엑스페리아Z1과 마찬가지로 제한적인 국내 유통망이 한계로 지적되는 이유다.

신제품 출시를 위해 이동통신사들과 꾸준히 협의를 진행하면서도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물량에 대한 온도차 때문이다. 제조사들은 이동통신사에 기본적으로 10만대 안팎의 초도물량 공급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AS 운영과 마케팅을 위해 적정한 물량이 최소 10만대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반품없이 이동통신사가 소화해야할 물량으로 이동통신사들은 이같은 부담을 안기를 꺼려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조성택 소니코리아 모바일사업부 부장은 “소니가 생각하는 수량과 사업자들이 생각하는 수량의 차이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밀어내기 식의 판매가 아니라 수요에 맞춰 제품을 공급하고 소니의 가치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데 부합하는 방법이 자급제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자급제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소니코리아는 KT와 전략적인 제휴를 맺고 KT의 67무한요금제 이상 가입하는 고객에게는 24만원의 구매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이 경우 실제 구매가격이 55만9천원까지 낮아진다. 보조금 없이 소니스토어나 온라인 판매만으로는 흥행이 어렵다고 판단한 소니가 KT의 지원을 이끌어 낸 특이 케이스다.

기존 올레닷컴과 6개 직영매장으로 제한됐던 오프라인 매장수도 29개까지 늘렸다. 전국 대부분의 거점 지역에서는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한다. 오는 18일까지 진행되는 예약판매 기간 동안 제품을 구매하면 스마트밴드를 사은품으로 증정한다. 출고가는 전작의 74만9천원보다 소폭 올랐지만 높아진 사양에 다양한 할인혜택을 고려하면 실제 구매가격은 더 낮아진 셈이다.

조 부장은 “출고가 자체를 유통구조 단순화해서 최대한 낮게 정했다”면서 “여기에 KT에서 제공하는 혜택까지 더하면 27만원의 보조금 상한선이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결코 가격 경쟁력 면에서 뒤쳐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향후 이동통신사를 통한 출시를 이뤄내기 위해 신제품을 기다린 국내 소비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소니 스마트폰의 명맥을 잇는다는 의미도 있다. “자급제로나마 국내에 스마트폰 신제품을 출시할 수 있는 외산 제조사는 소니가 유일하다”는 것이 소니 관계자의 말이다. 엑스페리아Z1이 글로벌 출시 이후 넉달이나 지나 국내에 출시된 것과 비교해 출시 시기가 당겨진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