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산고 끝에 국회 통과 '초읽기'

2일 본회의 넘으면 10월부 시행될 수도

일반입력 :2014/05/02 15:56    수정: 2014/05/02 16:06

정윤희 기자

말 많고 탈 많던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국회 통과를 앞뒀다. 별 탈 없이 2일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법안이 시행될 전망이다.

그동안 시간과 장소에 따라 천차만별이던 보조금을 투명화해 ‘호갱(호구고객)’을 없애겠다는 것이 법안의 목표다. 업계 안팎에서는 그동안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보조금 과열경쟁 근절 대책 1순위로 단통법을 꼽아온 만큼, 실효성이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지난달 30일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단통법은 2일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를 거칠 예정이다.

단통법의 주요 내용은 ▲단말기별 출고가, 보조금 지원금액, 판매가격 공시 ▲보조금 or 요금할인 소비자 선택 가능 ▲제조사 장려금 규모 및 출고가 자료를 미래부, 방통위에 제출(3년 일몰) ▲단말기 구매 지원 상한제(3년 일몰) ▲가입유형(신규/기변 등), 요금제에 따라 지원금 차별 금지 등이다.

단통법이 시행된다면 소비자는 내가 사는 휴대폰의 정확한 보조금 규모와 가격을 알 수 있게 된다. 나는 100만원에 가까운 출고가를 주고 샀지만 친구는 공짜에 사는 일이 없어지는 셈이다.

대리점, 판매점 등 유통현장에서는 서비스 약정시 적용되는 요금할인액을 보조금인 것처럼 설명하거나 표시해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행위가 금지된다. 예컨대 “6만원대 요금제에 가입하시면 한 달에 얼마씩 할인 받으시니까 실제로는 공짜폰이에요” 식의 설명을 금지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단통법이 시장에 정착될 경우, 언제 어디서나 가격을 믿고 휴대폰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고 보조금 경쟁에 들어가던 재원을 기술 향상, 고객 혜택 증대를 위해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장려금 자료제출 등으로 고가 단말기의 출고가 인하 확대, 자금력 위주의 경쟁 제한으로 인한 중소제조사의 단말시장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미래부 한 관계자는 “현재의 ‘약탈적 보조금’ 지급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단통법 통과가 꼭 필요하다”며 “제조사 장려금의 경우 보조금 문제의 한 원인이었지만 이를 조사할 근거가 없어 겪었던 어려움이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법안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미래부와 방통위에서는 현재의 왜곡된 휴대폰 유통구조와 보조금 과열 경쟁을 단통법으로 근절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단통법이 ‘전가의 보도’가 될 수 없다는 이견도 만만치 않다. 법안 통과에 만족하지 않고 시행령 마련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에 무게가 쏠리는 이유다.

신민수 한양대학교 교수는 “법을 집행하는 것을 지켜봐야 할 것이지만 현 상황에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일반 대리점, 판매점의 부정적 영향, 별도의 보조금 체계가 새롭게 생기는 등 여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깊이 고민해 봐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또 “현재는 휴대폰 보조금에 의한 소비 차별이라는 문제의식이 있기는 하지만, 동시에 보조금은 상품이기도 하다”며 “특정 단말에 특정 서비스(보조금)가 붙어서 다양한 제품이 나오는 식의 여지가 있었던 만큼 어떻게 다룰까에 대한 것이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김성철 고려대학교 교수는 “통신시장의 본질적 문제는 통신요금을 정부에서 컨트롤하기 때문에 보조금으로 우회적으로 경쟁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휴대폰 유통구조가 전근대적이라 개선을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문제를 단말기로 풀려고 하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경쟁시장에서 보조금을 똑같이 받아야 한다는 것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원시적인 발상”이라며 “(단통법이 시행되면) 오히려 보조금 블랙마켓이 활성화되는 등 실효성이 별로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법안 통과 과정에서 일부 조항이 수정된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있다. 미방위는 삼성전자의 반발을 고려해 제조사 장려금 규모 및 출고가 자료의 정부 제출 조항을 3년 일몰제로 변경하고, 개별 제조사 장려금 제출을 전체 합계 제출로 수정했다.

익명을 요구한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법안 수정 과정에서 제조사쪽 의견이 많이 반영되면서 일각에서는 오히려 이통사들이 역차별 받는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단통법이 통과될 경우 통신사 마케팅 비용을 절감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제조사와 판매점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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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법안 시행시 이통사는 보조금이 줄고 단말기 판매 대수가 줄어 마케팅 비용이 감소할 것”이라며 “SK텔레콤이 최대 수혜업체로, 알뜰폰 사업자도 단말기 가격이 하락하고 단말기 조달이 용이해져 긍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조사와 판매점에 대해서는 “제조사와 판매점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이라며 “단말기 제조사는 판매대수가 줄어 시장이 위축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고, 판매점도 단말기 판매가 감소하면 가입자 유치 장려 인센티브가 감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