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B메모리 "이제는 꽂지 말고 무선으로⋯"

샌디스크 커넥트 와이어리스 플래시 리뷰

일반입력 :2014/04/23 10:57

권봉석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동영상을 복사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콘텐츠 관리에 아이튠즈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애플 기기 특성상 한 번 동영상을 아이튠즈 창으로 드래그해서 복사한 다음 다시 동기화를 통해 파일을 복사해야 한다. 복사한 파일은 아이튠즈 폴더에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다 보고 나면 일일이 찾아서 지워야 한다.

파일 공유 기능을 이용해서 드래그만으로 파일을 복사하는 방법도 있지만 아이튠즈를 거쳐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컴퓨터에 연결하고 폴더에 파일만 복사하면 되는 안드로이드 기기와 비교하면 여전히 불편하다. 동영상을 즐길 때 문제가 되는 것은 또 있다. 바로 용량인데 24분 분량, 1280×720 화소 동영상 용량이 평균 300MB를 넘어선다. 열 개를 복사하려면 3GB를 비워두어야 하는데 16GB 아이폰을 쓰고 있다면 음악이나 사진, 앱이 차지하는 공간 때문에 쉽게 엄두를 낼수 없다.

샌디스크 커넥트 와이어리스 플래시(이하 커넥트 플래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저장장치다. 평소에는 USB 플래시 메모리처럼 쓰다가 와이파이 기능을 켜면 PC를 통해 복사한 동영상 파일이나 음악 파일을 일일이 복사할 필요 없이 스트리밍으로 즐길 수 있다. 여행을 다니며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도 PC 없이 와이파이로 백업이 가능하다.

USB 플래시 메모리 닮았지만 “조금 두껍다?”

함께 출시된 ‘커넥트 와이어리스 미디어’가 와이브로 에그를 닮았다면 커넥트 플래시는 말 그대로 USB 플래시 메모리를 닮았다. 크기는 가로 70.8mm, 세로 21mm로 흔히 보이는 USB 플래시 메모리보다는 크다. 와이파이 신호를 주고 받기 위한 모듈과 배터리를 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USB 단자 사이에 공간이 충분하지 않은 일부 일체형 PC나 노트북에 제품을 꽂으면 다른 USB 단자나 충전 케이블을 가로막는다. USB 단자가 약간 위에 달려 있는 탓에 노트북에 꽂았을 경우 노트북 본체가 들어올려진다.

제품 색상은 블랙 한 종류이며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배치한 정사각형 무늬를 넣었다. 와이파이 기능을 끄고 켜는 버튼과 표시등은 정사각형 무늬 사이에 숨겨놓았다. 손목끈을 걸어서 휴대 중 분실을 줄일 수 있는 고리도 만들어 놓았다. 저장장치인 마이크로SD 카드를 꽂거나 뺄 수 있는 단자는 뒷쪽에 달았고 USB 단자는 위아래로 오르내리는 뚜껑으로 보호할 수 있게 만들었다. 기본 내장된 마이크로SD 카드 이외에 다른 카드를 끼워 쓸 수 있고 뻑뻑하거나 잘 빠지지 않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PC에 꽂으면 곧바로 인식

커넥트 플래시는 PC에 꽂으면 일반 USB 플래시 메모리와 똑같이 작동한다. 용량은 16GB에서 64GB까지 선택할 수 있으며 16·32GB 제품은 FAT32로, 64GB 제품은 exFAT로 미리 포맷되어 있다. 윈도 운영체제나 OS X 양쪽에서 모두 쓸 수 있다. USB 규격은 3.0이 아닌 2.0이지만 파일을 읽고 쓰는 속도는 기존 스마트폰이나 USB 플래시 메모리와 큰 차이가 없다. 64GB 제품에 딸려온 마이크로SD 카드(UHS-I 규격)로 읽고 쓰는 속도는 초당 최대 11MB 정도다.

내부에 복사한 콘텐츠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확인하려면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에서 ‘샌디스크 와이어리스 플래시 드라이브’ 앱을 무료로 받아 설치하면 된다. 본체 가운데 있는 빗살무늬 버튼을 2~3초 가량 누르면 깜빡이면서 제품이 켜진 후 와이파이 신호를 내보내고 있다는 파란색 램프가 3초에 한 번씩 깜빡거린다. 스마트 기기에서 와이파이 기능을 켠 다음 접속하면 내부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다.

‘샌디스크 와이어리스 미디어 드라이브’와 달리 콘텐츠는 폴더 단위로 관리된다. 저장된 파일 재생 능력이 사용하는 기기에 크게 의존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MP4 파일이나 AAC 파일은 아이폰에서 바로 재생할 수 있지만 AVI 파일이나 MKV 파일, FLAC 파일이나 OGG 파일은 바로 재생할 수 없다.

풀HD 파일 무선 재생 “세 대까지는 안정권”

사진·음악·동영상 파일을 올리거나 내릴 수 있는 기능도 함께 제공하는데 앱 아래에 있는 올리기·내리기 버튼을 터치하고 올리거나 내릴 파일을 선택하면 된다. 안드로이드 기기는 내부에서 파일을 폴더 단위로 관리하기 때문에 파일을 올리고 내리는 데 큰 제한이 없다. 하지만 아이폰은 사진이나 동영상 파일 이외에는 바로 저장할 수 없고 앱 안 저장공간 안에 파일을 담아 두어야 한다.

샌디스크 설명에 따르면 720p(1280×720), 2Mbps 동영상을 최대 세 대 기기에서 재생할 수 있다. 1920×1080 화소, 4.5Mbps MP4 동영상을 여러 개 준비해 넥서스5, 아이폰5s, 아이패드 에어로 재생한 결과 세 대까지는 큰 무리 없이 재생할 수 있다. 여기에 넥서스7(2012)로 접속해 파일을 재생하면 끊기거나 멈추는 현상이 생긴다. 한 사람이 세 개 이상의 기기를 쓰는 일이 드물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실제 사용에 큰 무리는 없다고 보아도 좋다.

배터리 지속 시간도 간단히 확인해 봤다. 샌디스크가 밝힌 이용 시간은 720p, 2Mbps 동영상을 기기 한 대에서 스트리밍으로 즐길 때 최대 4시간이다. 1920×1080 화소, 4.5Mbps MP4 동영상을 아이폰5s로 한 시간 30분 재생한 뒤 전용 앱으로 확인해 보니 배터리 표시가 세 칸에서 두 칸으로 줄어들었다. 커넥트 와이어리스 미디어와 달리 남아있는 배터리를 숫자로 표시해주지 않아 불편하다. 내장된 배터리는 PC나 USB 어댑터에 꽂아두면 자동으로 충전되며 완전충전에는 두 시간이 걸렸다.

콘텐츠 즐기면서 인터넷도 끊김 없이

커넥트 플래시만 가지고 있는 특수한 기능은 바로 스마트 기기와 와이파이로 접속된 상태에서 3G/LTE 신호를 끊김없이 받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커넥트 플래시에 접속된 상태에서 ‘휴대폰 연결 유지’ 기능을 켜면 재생하는 콘텐츠는 와이파이를 통해 받아오고 인터넷은 3G/LTE망을 이용한다. ‘인터넷 연결’ 기능을 이용하면 주변에 있는 다른 유무선공유기의 비밀번호를 등록해서 쓸 수 있다. 모바일 메신저나 이메일 알람도 끊김없이 받을 수 있어 편리하다.

샌디스크 커넥트 와이어리스 플래시는 부피가 작고 가벼우며 인터넷 연결 기능과 휴대폰 연결 유지 기능을 활용하면 인터넷까지 끊김없이 쓸 수 있다. 하지만 와이파이 기능을 끄고 켤 때 제대로 꺼졌는지, 혹은 제대로 켜졌는지 LED 표시등만 보고 파악하기 힘들다. 누르는 버튼 대신 밀어서 끄고 켜는 스위치를 달아 주는 것이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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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B 단자가 위로 상당히 올라가 있어 데스크톱PC가 아닌 노트북에 연결하면 본체가 들려올라가는 것도 흠이다. USB 연장 케이블을 이용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큼 하나쯤 넣어 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전용 앱에서 내장 배터리 용량이 숫자가 아닌 아이콘으로 나타나 정확히 얼마나 남아 있는지 알기 어렵고 일부 기능에 대한 한국어 번역도 어색하다. 업데이트를 통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가격은 용량에 따라 다른데 가장 적은 16GB 제품은 7만원 내외, 32GB 제품은 9만원 내외, 64GB 제품은 13만원 내외다. 이미 32GB 이상 마이크로SD 카드를 가지고 있다면 16GB 제품을 사서 메모리 카드만 갈아 끼워 쓰는 것도 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