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크기 외장 HDD, 속도는?

소니 HD-SG5 리뷰

일반입력 :2014/03/03 13:49

권봉석

SSD 좋은건 이제 세상이 다 안다.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아지고 하드디스크를 쓸 때보다 노트북 배터리 이용시간도 늘었다. 내부에서 항상 돌아야 하는 모터가 없으니 고장과 발열도 줄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이 SSD에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용량 문제다.

현재 데스크톱PC용 SSD는 128GB SATA3 방식 제품이 10만원 대 초반, 256GB 제품이 20만원대에 팔린다. 하지만 노트북이나 태블릿에 들어가는 SSD는 쉽게 구하기 힘든 mSATA 방식, 혹은 PCI 익스프레스 방식이다. 자연히 값이 비싸질 수 밖에 없다. SSD를 256GB 이상 단 제품을 찾기도 힘들고 256GB SSD를 장착한 제품이라 해도 윈도 운영체제와 복구 프로그램이 차지하는 공간을 제외하면 남는 공간은 220GB가 채 안된다.

부족한 공간을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를 이용해 보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는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을 경우 쓸 수 없다. USB 메모리를 이용해도 공간을 늘릴 수 있지만 USB 3.0을 지원하는 128GB 제품이 13만원이나 한다. 가격 대비 성능을 따지면 USB로 연결되는 하드디스크를 따라올 저장장치가 없다. 소니코리아 HD-SG5(이하 HD-SG5)도 이런 USB 하드디스크 중 하나다. USB 3.0 규격을 따라 속도를 높였고 얇고 가벼워 휴대하기도 좋다.

금속 질감 잘 살린 디자인

HD-SG5의 두께는 8.7mm, 무게는 130g이다. 4:3비율 스마트폰인 LG전자 스마트폰 옵티머스뷰와 비슷한 크기다. 길이는 아이폰5/5S보다 약간 짧고 가로폭은 명함과 비슷하다. 무게는 여느 스마트폰과 비슷하지만 다른 USB 하드디스크와 비슷하다. 케이스는 하드디스크에서 발생하는 열을 쉽게 밖으로 내보낼 수 있는 알루미늄 소재를 썼고 가느다란 세로 줄무늬(헤어라인)를 넣어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금속 질감을 잘 살린 디자인이다.

연결 단자는 USB 3.0 케이블을 연결할 수 있는 USB 3.0 단자 하나 뿐이다. 소모 전력량이 낮은 노트북용 하드디스크를 써서 따로 전원 케이블 없이도 잘 작동하기 때문이다. 전원이 켜지거나 데이터를 읽고 쓸때는 USB 3.0 단자 옆에 있는 파란색 고휘도 LED가 켜지면서 작동 여부를 알려준다. 단 이 LED 이외에 하드디스크 작동 상황을 알 수 있는 표시등이 없다는 것이 흠이다.

기본 상태에서는 윈도 PC에서만 파일 쓸 수 있어

HD-SG5를 PC에 꽂으면 따로 드라이버나 프로그램을 설치할 필요 없이 바로 인식한다. 제원상 표기는 500GB지만 실제로 쓸 수 있는 공간은 약 466GB다. 하드디스크 제조업체와 윈도 운영체제의 용량 계산법이 달라 일어나는 일이며 이는 다른 제품도 마찬가지다. 단 하드디스크가 윈도 운영체제에서 주로 쓰는 NTFS 방식으로 포맷되어서 아이맥이나 맥북에어, 맥북프로 등 OS X를 쓰는 애플 컴퓨터에서는 읽기만 가능하다. 윈도 운영체제가 설치된 PC에서만 쓸 것이라면 큰 고민할 필요는 없다.

OS X에서도 파일을 자유롭게 읽고 쓰고 싶다면 윈도 운영체제와 OS X가 모두 지원하는 파일시스템인 exFAT나 FAT32로 포맷해야 한다. FAT32는 PC뿐만 아니라 스마트TV나 게임기 등 여러 기기에서 설정 없이 바로 읽고 쓸 수 있지만 4GB 이상 파일을 쓸 수 없고 NTFS로 포맷했을 때보다 성능이 떨어진다. exFAT는 윈도7 이상이라면 곧잘 작동하지만 아직 지원하는 기기가 적다. 어떤 기기에 연결해 쓸 것인지 알아보고 선택하면 된다. 내장된 프로그램인 ‘FAT32 포매터’나 윈도 기본 기능, 혹은 스마트 기기에 내장된 포맷 기능을 이용하면 FAT32로 포맷이 가능하지만 저장된 파일은 모두 지워진다.

HD-SG5는 안에 노트북용 하드디스크를 넣어 전력 소모와 부피를 줄였다. 하지만 읽고 쓰는 성능은 아무래도 데스크톱PC용 하드디스크를 따라가기 어렵다. 벤치마크 프로그램인 크리스탈디스크마크로 측정한 결과 읽는 속도는 초당 최대 120.1MB/s, 쓰는 속도 역시 비슷한 수준인 120MB/s 정도다. 물론 파일을 실제로 복사할 경우는 이보다 속도가 더 떨어질 수 있다.

가속 프로그램이 오히려 속도 떨어뜨린다?

HD-SG5는 파일 전송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데이터 트랜스퍼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기본 제공한다. 윈도 PC에 프로그램을 설치한 다음 제품을 연결하면 PC에서 HD-SG5로 파일을 복사하는 속도가 최대 2배까지 높아진다는 것이 제조사 설명이다. SSD를 장착한 삼성전자 아티브북9 라이트(운영체제 윈도 8.1)에 JPG파일 5천326개(용량 4.15GB)을 복사한 뒤, 데이터 트랜스퍼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끄고 켜면서 파일을 복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쟀다. 복사 속도에 영향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해 파일 복사 후 윈도 운영체제를 재부팅했다.

먼저 데이터 트랜스퍼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끈 상태에서 파일을 복사하는데는 약 58초 걸렸다. 전송 속도로 바꾸면 초당 평균 71MB를 복사한 셈이다. 반대로 프로그램을 켠 상태에서 같은 파일을 다시 복사하니 66초 걸렸다. 전송 속도는 초당 평균 66MB로 떨어졌다. 인텔 4세대 코어 i7 4770R(3.9GHz)과 DDR3L 8GB 메모리가 장착된 PC(운영체제 윈도 8.1)에서 같은 방법으로 테스트를 실행했지만 결과는 비슷했다. 프로그램을 끈 상태에서 53초(77.9MB/s), 켰을 때는 70초(59MB/s) 걸렸다. 결국 윈도 8.1에서 데이터 트랜스퍼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오히려 더 성능(전송속도)이 떨어진다. 이에 대해 소니는 윈도 8.1 운영체제 하에서 이같은 문제를 현재 파악 중이며, 확인될 경우 보완책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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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과 함께 따라오는 프로그램 중 쓸만한 것은 하드디스크 안에 따로 공간을 만들어 남에게 함부로 보여주기 곤란한 파일을 저장할 수 있는 ‘패스워드 프로텍션 매니저’다. 아무나 다 열어볼 수 있는 공간과 비밀번호로 잠글 수 있는 공간을 나눠 관리할 수 있다. 파일은 256비트로 암호화되기 때문에 하드디스크를 강제로 분리해 다른 PC에 직접 연결한 다음 파일을 꺼내는 것도 불가능하다. 다만 이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포맷할 때와 같이 모든 파일이 삭제되며 윈도 PC 이외의 다른 환경에서 전혀 열어볼 수 없다.

HD-SG5는 현재 출시된 USB 3.0 하드디스크 중 얇고 가벼운 부류에 속한다. SSD를 단 노트북이나 태블릿과 함께 가지고 다니면서 모자란 저장공간을 보완하기도 좋다. 하지만 소니 제품은 언제나 그렇듯이 가격이 비싸다. 소니스토어 공식 가격인 15만9천원이면 용량이 1TB인 USB 3.0 하드디스크를 구입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보안 기능이나 백업 기능도 모두 비슷하게 갖췄다. 무상보증 기간이 3년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큰 이득이 없는 셈이다. 소프트웨어 가속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도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