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 품격 좌우하는 SW인증의 세계

일반입력 :2014/01/29 08:36    수정: 2014/01/29 10:06

마이크로소프트(MS)나 레드햇 같은 운영체제(OS) 회사가 새로운 버전을 내놓을 때면 HP, 델, 시스코 같은 기업용 서버업체들도 경쟁적으로 무언가를 발표한다.

윈도서버, 레드햇엔터프라이즈리눅스(RHEL) 등에 자사의 서버가 최적화됐다는 발표다. OS 회사로부터 하드웨어 인증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하드웨어 인증 프로그램은 MS, 레드햇, 오라클, 수세(SUSE), 캐노니컬 우분투 등 OS와, 베어메탈 서버가상화 업체인 VM웨어, 시트릭스 등에서 운영중이다.

OS 회사와 하드웨어 제조업체 모두 인증을 받았느냐를 매우 비중있게 언급한다. 별 의미없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는 인증이지만, 기업용 시스템은 비즈니스와 직결되는 만큼 인증이 있고 없고에 따라 구매 여부가 결정되기도 한다.■OS 하드웨어 인증, 존재 이유는 '서비스'

OS 회사의 하드웨어 인증(Certification)은 MS에서 시작돼 퍼졌다. PC에 붙은 MS 윈도 스티커가 그것이다. 해당 PC가 MS 공인 테스트를 거쳤다는 의미를 갖는 스티커다.

SW회사에서 하드웨어 인증은 일련의 프로그램으로 존재한다. 호환성, 성능, 안정성 등의 테스트 절차를 거쳐 이뤄진다. 인증은 SW회사가 특정 하드웨어에 대해 자신들의 OS를 설치하고 운영하는데 적합하다는 것을 기술적으로 검증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밝혀두는 것이다.

이러한 인증은 기술보다는 향후 원활한 기술지원서비스 제공을 위한 방편으로서 의미가 강하다. 시스템 장애 시 인증받은 하드웨어에 SW회사가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반대로, OS업체의 인증을 받지 않은 하드웨어는 적절한 SW 기술지원을 받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때문에 SW회사의 하드웨어 인증 프로그램은 파트너 생태계와 겹친다. MS, 레드햇, VM웨어 등의 OS 회사와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을 개발하는 하드웨어 회사, 응용프로그램을 만드는 대형 애플리케이션업체와 독립소프트웨어벤더(ISV) 등이 서로 긴밀한 관계망을 형성하며 상호 인증 프로그램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MS 윈도서버 인증 ‘드라이버부터 완제품까지’

OS회사의 하드웨어 인증 프로그램 중 가장 방대한 생태계를 가진 곳은 MS다. MS는 클라이언트용 윈도와 윈도서버에 대해 하드웨어 구성요소별로 세세하게 인증을 부여한다. 윈도서버의 경우 ‘MS 윈도서버 인증’으로 불린다. 하드웨어 구성요소의 드라이버와 그를 조합한 완제품 모두 인증의 대상이다. 현재 1만1천개 이상의 하드웨어에 인증을 부여했다.

MS의 인증 프로그램은 윈도XP에서 빈번하던 ‘죽음의 블루스크린’을 없애기 위한 일환이기도 했다. MS는 블루스크린을 일으키는 많은 원인을 분석한 결과 하드웨어 드라이버와 윈도 간 호환성 문제였다는 것을 발견했고, 하드웨어 제조사와 협력해 인증 테스트를 진행하는데 공을 들였다.

김경윤 한국MS 상무는 “장애 발생 시 원인을 찾아야 하는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미묘하게 얽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며 “MS 인증 프로그램은 하드웨어와 사전에 호환성 문제를 해결하고 사용자에게 인증받은 제품을 사용할 것을 권고하면서 사후 발생한 문제에 대해 MS가 책임지고 지원한다는 약속과 같다고 설명했다.

일단 HP, 델, 시스코, 후지쯔 같은 대형 주문제작생산(OEM) 하드웨어 파트너의 경우 OS 새 버전 배포 전에 사전 테스트를 진행한다. MS가 윈도 신제품을 내놓으면, 이들 서버업체는 자신의 제품이 윈도 최신버전에 최적화됐다고 동시에 공표한다. 이 외 하드웨어 제조업체의 경우 MS에 인증을 신청해 절차를 거치게 된다.

제조사는 MS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인증을 신청한 뒤 테스트툴 SW를 다운로드해 성능과 호환성, 스트레스 등의 테스트를 진행한다. 그 결과를 MS에 보내면, MS가 기준을 충족했는지 검증해 인증을 부여한다. 그리고 MS는 인터넷에 있는 ‘하드웨어 카탈로그’에 해당 하드웨어를 공지한다. 이같은 과정은 하드웨어 모델별로, OS 버전별로 개별적으로 이뤄진다. MS에 하드웨어를 보내 테스트를 의뢰할 수도 있다.

인증 프로그램은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는다. MS는 첫 인증 이후 새 아키텍처를 내놓을 때마다 해당 파트너와 인증 테스트를 반복하며 피드백을 주고받는 관계를 형성한다.

테스트는 소스코드에 대한 기본적인 점검부터다. 하드웨어 드라이버의 경우 OS의 API를 적절하게 불러내는지 등을 살피는 것이다. 또한 윈도 기본기능의 실행을 점검하고 예외상황을 처리하는 부분과, 과도한 작동에 대한 내구성을 보는 스트레스 테스트 등으로 이뤄진다. 웬만한 호환성 테스트는 다 거친다.

인증을 받지 않은 하드웨어에 대해 MS가 책임을 회피하는 건 아니다. SW 자체의 문제일 경우 당연히 MS가 책임지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러나 하드웨어 드라이버의 문제는 MS가 해결해줄 수 없는 부분이다. 만약 인증을 받지 않은 하드웨어의 경우 문제가 생기더라도 MS로선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김경윤 상무는 “인증을 받지 않았다고 해서 MS가 책임질 수 없다는 게 아니다”라며 “제조사와 사전에 연결되지 않아 기본 드라이버의 호환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므로, 지원에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그는 “인증을 받은 하드웨어는 이후 윈도 업데이트에서 드라이버 호환성에 대한 테스트를 거쳐 최신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라며 “MS 윈도서버인증은 문제를 우리가 하드웨어 파트너와 함께 문제를 좀더 쉽고 원활하게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에코시스템으로 작동한다”라고 강조했다.

■레드햇 인증, 서브스크립션 이전의 문제

레드햇은 공식적으로 ‘레드햇엔터프라이즈리눅스(RHEL) 하드웨어 인증(Certification)’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RHEL이 특정 하드웨어 제품에서 원활하게 작동한다는 의미다. 현재 RHEL 6버전의 경우 1천495개의 하드웨어가 인증을 받았다.

인증 프로그램은 레드햇과 사전에 OEM 파트너십을 체결한 회사뿐 아니라 각지의 모든 하드웨어 제조사에게 열려 있다.

절차는 MS와 비슷하다. 레드햇에 인증을 신청한 뒤 제공되는 하드웨어 인증 테스트 도구를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받아 시험할 수 있다. 레드햇 인증 테스트 도구는 호환성, 벤치마킹, 스트레스 등의 테스트를 수행하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테스트 결과를 레드햇에 보내면, 레드햇이 결과를 검토해 최종 인증서를 발급한다. 그리고 레드햇은 홈페이지 ‘하드웨어 카탈로그’에 해당 하드웨어를 게시해준다.

인증 테스트는 RHEL 버전별로, 하드웨어 모델에 따라 각자 진행해야 한다. 하드웨어 제조사가 직접 테스트할 여력이 없을 경우 레드햇에 장비를 배송해 테스트를 의뢰할 수도 있다.

레드햇 인증을 받은 하드웨어를 구매한 사용자는 RHEL 서브스크립션에 가입해 글로벌서포트서비스(GSS)란 전문기술지원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최원영 한국레드햇 부장은 “사실 하드웨어가 인텔 기반이라면, 리눅스 설치나 운영을 하는 건 문제가 없다”라며 “인증 프로그램은 장애 발생 시 하드웨어 제공사와 레드햇이 협업해야 하는데, 이 때 원활하게 고객을 지원하기 위해서 운영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하드웨어 장애의 대부분은 물리적인 구성요소의 문제로 발생하지만, OS도 원인일 수 있다. 이전에 발생했던 OS문제라면 레드햇 고객포털에서 쉽게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하드웨어와 밀접하게 연관되는 커널 문제처럼 레드햇이 면밀히 원인을 검토해 해법을 찾아야 할 경우도 존재한다.

레드햇은 장애 발생으로 생성된 덤프에서 원인을 찾아보고, 커널 문제라면 해당 제조사에 펌웨어 업데이트를 제공하도록 요청한다. 패키지 요소 문제라면 레드햇이 책임지고 수정한다. 인증 프로그램은 레드햇과 하드웨어 제조사가 사전에 역할분담을 명확히 하는 동시에, 원활한 기술지원 협업을 위한 연락통로를 사전에 만들어둔다는 의미인 것이다.

인증을 받지 않은 하드웨어는 레드햇이 그 어떤 정보를 갖지 못하므로, 문제해결에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반면, 인증을 받은 하드웨어의 경우 레드햇이 해당 제품의 내역서를 갖고 있으므로 즉시 원인분석에 돌입할 수 있다.

화이트박스처럼 인증을 받지 않은 하드웨어의 경우 이 절차가 이뤄질 수 없다. 레드햇과 하드웨어 제작자가 어떤 연결수단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하드웨어 제공사 대신 레드햇에 직접 지원을 요청하더라도, 하드웨어와 커널의 호환성 문제라면 해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최원영 부장은 “장애가 생겼다고 한국레드햇에 연락을 한 화이트박스 사용자가 실제로 있었다”라며 “덤프 검토 결과 하드웨어 호환성 문제였는데, 해당 하드웨어업체와 연결되지 않아서 레드햇으로선 손쓸 방도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하드웨어 인증은 SW회사의 경쟁력

VM웨어, 시트릭스, 오라클 등의 경우도 인증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들은 ‘레디(READY)’란 이름으로 인증을 부여한다.

이 회사들의 인증 프로그램 역시 MS나 레드햇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전에 원활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책임소재를 명확히 구분하고, 서로의 정보를 미리 공유해 둠으로써 좀 더 빠르게 문제의 원인을 찾아 해결하려는 의도다.

각 SW회사들은 하드웨어 인증을 위한 별도의 조직을 운영한다. 본사에서 모든 프로세스를 관장하고, 테스트를 수행하는 전담 인프라를 갖고 있다. 한국 지사는 현지 제조업체의 인증 요청 시 본사와 하드웨어 제조사 간의 중간 연락책을 맡는다. 과거 삼성전자가 서버사업을 했을 당시 이 절차를 거쳐 MS와 레드햇의 인증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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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한 하드웨어가 OS와 SW 회사의 인증을 받지 못했다면, 혹여 장애 발생 시 납품회사 외에 OS 개발업체의 도움은 제한적이다. SW업체는 하드웨어에 대한 정보가 전무하므로 도와주려 해도 도와주기 힘들다. SW회사의 그 어느 누구도 공식적으로 호환성을 인증해준 적이 없으므로, SW로 인해 발생한 문제의 해결 책임은 사용자에게 있다.

국내의 경우 삼성전자가 서버사업을 포기한 뒤로 한국의 제조업체가 주요 OS업체의 하드웨어 인증을 받은 경우는 현재까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