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소스 클라우드 인프라 플랫폼 오픈스택 진영에서 레드햇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리눅스에서 맹주가 됐듯, 오픈스택 쪽에서도 리더십을 확 키우려는 의지가 진하게 풍긴다. 오픈스택이 지금보다 뜨려면 레드햇같은 중량감있는 플레이어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는 얘기도 주변에서 들린다.
올초 레드햇은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했다. 리눅스, 가상화, 오픈스택, 클라우드매니지먼트 등의 사업이 ‘서비스형 인프라(IaaS) 사업부’로 조정됐다. 애플리케이션 플랫폼그룹이 미들웨어인 ‘제이보스(JBoss)’와 서비스형 플랫폼(PaaS) ‘오픈시프트(Openshift)’를 책임지게 됐다. 스토리지와 빅데이터 사업부는 종전과 같다.
재정비된 인프라 사업부는 클라우드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진행한다. 리눅스, 가상화, 클라우드 등이 망라된 레드햇 중심의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보급하겠다는 전략을 더 구체화한 것이다.
레드햇은 기존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개방'을 무기로 앞세웠다. 레드햇은 상용SW나 MS, 아마존같은 폐쇄적인 API가 없는 환경에서 클라우드를 이용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레드햇엔터프라이즈리눅스(RHEL)과 오픈스택이 중심축이다.레드햇은 2003년에도 유사한 결정을 내렸다. 서버 리눅스를 팔면서 라이선스 판매가 아니라 매년 서비스 요금을 받는 서브스크립션 방식의 사업 모델을 엔터프라이즈에 진입시키는데 총력을 쏟기로 결정한 시점이 2003년이었다. 그로부터 10년 뒤 레드햇 리눅스 서브스크립션 매출은 10억달러를 돌파했고, 현재는 연간 14억달러 매출을 거둬들인다.
레드햇은 이제 다음 10년의 새 수입원으로 클라우드를 보고 있다.
레드햇의 행보는 오픈스택 진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레드햇을 통해 오픈스택은 엔터프라이즈 시장 진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오픈스택은 클라우드계의 리눅스란 평가 속에 개발자와 IT솔루션업체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리눅스가 MS 윈도의 대안이었듯 오픈스택도 아마존의 대안으로 주목받은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그렇듯 오픈스택도 혁신 단계에서 생존을 위해 엔터프라이즈 시장으로 진입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오픈소스가 오래도록 살아남으려면 돈을 기꺼이 지불하는 두터운 고객층을 확보하고 시장수요 증가로 인한 오픈소스 기술 인력의 고용 창출이 선순환 구조로 자리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오픈스택은 눈에 띄는 주도세력 없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성장해왔다. 이는 특정 회사가 오픈스택에 사익추구 의도를 섣불리 밀어붙이지 못한다는 장점을 갖는다. 그러나 이 장점은 명확한 책임과 일관된 방향성을 원하는 기업 고객들이 오픈스택을 선뜻 채택할 수 없게 만드는 약점으로 통한다.
몽고DB의 매트 어세이 부사장은 지난해말 리드라이트 기고를 통해 커뮤니티에 기반한 오픈스택이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진입하려면 레드햇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어세이 부사장은 오픈스택의 문제점으로 제품 관리 규율 부재를 지적하는 동시에 IaaS는 새로운 사업이며 승자가 되기 위해선 혁신성이 필요 하지만 현재 오픈스택은 AWS를 따라잡기 급급할 뿐이라며 커뮤니티만으로 혁신성과 견고함을 갖춘 경쟁자와 대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커뮤니티에서 개발되는 기술의 방향성을 가이드하고, 조정하는 존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레드햇 입장에서도 MS와 VM웨어에 대응하는 풀스택 전략을 보완하기 위해 오픈스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엔터프라이즈용으로 오픈스택을 확장시킬 힘을 가지고 있는 곳은 레드햇뿐이며, 레드햇이 리더십을 제공하면 오픈스택 커뮤니티도 추진력을 얻어 상승세를 탈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당부했다.
이는 레드햇이 밝힌 클라우드 사업 전략과도 서로 통한다. 최원영 한국레드햇 부장은 “오픈소스인 오픈스택은 솔루션이라기보다 기술이다”라며 “일반 기업이 누구의 도움없이 독자적으로 클라우드를 구축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솔루션으로 제공하려는 게 레드햇의 사업”이라며 “레드햇의 신뢰성있는 OS와 보안, 안정성, 서비스를 더해 고객의 오픈스택 구축을 지원한다”고 덧붙였다.
오픈소스SW는 솔루션이 아니다. 빠른 버전 업데이트로 변하면서 진화하기 때문에, 기업의 실무 환경을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어렵다. 레드햇이 RHEL이나 레드햇엔터프라이즈가상화(RHEV) 같은 걸 내놓은 건 기술을 제품화한 것이다. RHEL 오픈스택플랫폼(OSP)은 사용자의 요구사항과 오픈스택, 리눅스 관리도구 등을 결합한 오픈소스 기술의 솔루션 패키지다.
제품 안정화를 위한 방식은 리눅스 배포판 출시방식과 같다. 레드햇은 페도라를 혁신의 용도로 개발하고, 페도라의 검증과정을 거쳐 다소 보수적으로 RHEL을 개발한다. 때문에 페도라가 6개월마다 버전을 내놓으며 최신 리눅스 커널과 신기능을 빠르게 수용하는 데 비해 RHEL은 커널과 기능 변경도 한발 늦다.
오픈스택도 마찬가지다. 레드햇은 오픈스택 커뮤니티에서 6개월마다 최신 버전을 내놓을 시점과 동시에 레드햇오픈스택배포판(RDO)을 내놓는다. 일종의 오픈스택 페도라 버전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2~3개월의 안정화 및 인증테스트를 거쳐 'RHEL OSP'를 내놓는다. 버그수정, 패치, 장기간의 운영 배치를 위한 기업용 생명주기를 갖춘 오픈스택이다. 지난해 10월 오픈스택재단이 하바나 버전을 내놨지만, RHEL오픈스택플랫폼 하바나 지원버전은 12월에 나왔다.
최원영 부장은 “RDO가 6개월마다 새로 나온다는 건 사용기간이 6개월에서 1년뿐이란 의미다”라며 “RHEL OSP는 기업이 오픈스택을 수년동안 사용하는 주기에 맞게 기술지원과 업데이트를 지원함으로써 버전 출시로 플랫폼을 갈아엎을 입장에 놓이는 리스크를 없앤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픈소스가 실제 엔터프라이즈 환경에서 사용될 때 필요한 건 인증을 위한 에코시스템이다”라며 “파트너의 하드웨어, 네트워크 플러그인 등을 안정성과 호환성을 인증하고, CC인증도 제공해 사용중 발생하는 문제를 적절히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레드햇은 RHEL OSP에 가상화를 위한 RHEV, 이기종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관리를 위한 매니지먼트툴 ‘클라우드폼즈’ 등을 묶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RHCI)란 서브스크립션 상품을 제공한다.
레드햇은 일단 오픈스택 관련 사업에 현재보다 더 많은 리소스를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오픈스택으로 클라우드 환경을 꾸리려는 고객의 아키텍처 정의와 구조 설계 등을 도와주는 전담팀을 구성중이다. 이는 단순 컨설팅 업무보다 숙련된 오픈소스 기술 전문가의 기술세트 이식 성격을 갖는다. 애플리케이션플랫폼그룹과 협력해 미들웨어, PaaS에 인프라를 결합한 유기적인 클라우드 사업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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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햇은 지난 분기 3억9천700만달러 매출을 서브스크립션으로 거둬들였다. 전년동기대비 15% 증가한 것으로 IBM이나 SAP, 오라클 같은 회사가 SW라이선스 매출 증가율 2% 내외를 기록 중인 것과 대조적이다. RHEL과 제이보스에서 쌓은 경험을 클라우드 환경에서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레드햇은 오픈스택과 클라우드 사업의 희망적인 미래를 자신한다.
레드햇이 오픈스택이란 새 무기로 아마존의 폐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속단하긴 이르다. 그러나 레드햇은 서버 시장에서 MS의 대못을 이미 한번 뽑아본 경력을 갖고 있다. 2005년 MS가 윈도서버에서 RHEL을 가상서버로 운영할 수 있게 했던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