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오픈스택의 분위기를 180도 바꿔놨다.”
지난 5일부터 홍콩에서 열렸던 오픈스택서밋에서 만난 박성용 연세대학교 교수 겸 쿨클라우드 최고기술책임자(CTO)의 발언이다.
그는 1년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던 오픈스택서밋2012 참관 당시와 달리 이번 행사는 활기가 느껴진다며 중국의 부상을 이유로 들었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변방으로 알고 있던 중국이 오픈스택의 발전에 1등 공신으로 급부상했다는 얘기다.
2012년 4월 대중 인지도를 높여가던 오픈스택은 암초를 만났다. 주요 스폰서였던 미 항공우주국(NASA)에 이어 시트릭스가 오픈스택 진영에서 이탈했다. 시트릭스는 오픈스택의 경쟁 플랫폼인 클라우드스택을 아파치재단 프로젝트로 등록시키고, 넘버원 스폰서임을 공식화했다. 오픈스택은 제대로 피어보지도 못하고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시선에 휩싸였다.
시트릭스가 탈퇴하고 1년 6개월 뒤 중국 홍콩에서 오픈스택 컨퍼런스가 열렸다. 연중 2회 열리는 오픈스택서밋 중 4월 미국 포틀랜드 행사에 이은 올해 두번째 컨퍼런스였다. 미국이 아닌 지역에서는 처음 열리는 오픈스택 컨퍼런스다.오픈스택의 구체적 개발 방향을 논의하는 디자인서밋을 제외하고, 일반 참관객을 위한 행사 내용 자체는 새로울 게 별로 없었다. 컨퍼런스는 10월 공개된 오픈스택 하바나 배포판 관련 내용과 사용자 사례가 주를 이뤘다. 눈에 띄는 점은 중국 내 인터넷서비스업체들의 발표가 매우 구체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중국 업체들의 발표는 대부분 비중있게 다뤄졌다. 스폰서 전시부스장은 수많은 회사와 단체의 참여로 성황을 이뤘다.
박성용 교수는 “작년 행사장 분위기는 스폰서 이탈 탓인지 매우 어두웠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오픈스택에 대한 열기가 가라앉는 분위기였다”라며 “가라앉던 오픈스택이 1년반 만에 완전히 살아난 데다 모든 IT회사들이 서로 지원하겠다며 달려드는 모습을 보이는 건 중국의 구매력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실제로 오픈스택재단이 행사에 즈음해 공개한 커뮤니티 개발자 및 사용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는 중국의 힘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조사결과 오픈스택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개인 개발자의 수는 1만2천306명인데, 중국은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개인 개발자를 보유한 나라였다. 전세계적으로 200여개 도시에 오픈스택이 배포됐는데,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는 미국 도시에 버금갈 정도로 많은 사용자를 보유했다.
조나단 브라이스 오픈스택재단 사무총장은 “현재 베이징에 오픈스택 개발자가 가장 많이 있다”라고 말했고, 마크 콜리어 오픈스택재단 이사회 의장은 “상하이의 오픈스택 개발자 커뮤니티는 전세계 8위 규모다”라고 밝혔다.
컨퍼런스에서 구글을 위협하는 중국 토종검색업체 바이두 자회사 아이치이(iQIYI)는 동영상 포털에 오픈스택을 도입해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운영중이다. 중국 온라인 보안회사인 치후360은 지난해 3분기 20여개 데이터센터에서 4천개 가상머신으로 이뤄진 오픈스택 기반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구축했다. 중국 온라인 여행사인 시트립은 오픈스택 기반 클라우드를 구축해 전세계 35만개 호텔 및 비행기, 기차표 예약서비스를 제공중이다.
박성용 교수는 “작년 행사가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였지만, 중국의 한 기업 IT담당자가 200만 사용자를 위한 테스트 인프라에 오픈스택을 사용하려 한다고 발표해서 엄청난 주목을 끌었다”라며 “한산했던 다른 발표장과 달리 200만사용자, 그것도 테스트환경에 대한 발표장이 인산인해를 이뤘다”라고 말했다.
작년 중국에선 오픈스택이냐, 클라우드스택이냐를 두고 저울질이 있었다. 시트립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VM웨어에서 클라우드스택으로 플랫폼을 옮겼다가, 오픈스택으로 다시 방향을 틀었다. 그처럼 중국 내에서 오픈스택은 주류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3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오픈소스 기술이 일거에 대형 시장을 확보한 것이다.
대략 13억명의 인구를 보유한 중국은 모든 다국적 기업이 군침을 흘리는 시장이다. 중국시장에 진입해 영업망만 조금씩 늘려가도 매출이 자동으로 급상승한다는 농담까지 할 정도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위기에 이어 중국 경기까지 악화될 기미를 보이자, 대형 IT업체의 분기실적이 휘청거린다.
중국이 오픈스택을 택하면서, IT업계 기류도 급속도로 오픈스택으로 기울었다. IBM, 레드햇 등이 미온적 태도를 보이다 공격적인 기여를 하기 시작했고, 네트워킹 솔루션업체들이 오프스택진영에서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또한 미란티스처럼 오픈스택 환경 구축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도 등장해 매상을 올리게 됐다. 페이팔, 워크데이, 삼성전자 등의 오픈스택 프로젝트는 모두 미란티스의 레퍼런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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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개발자-벤더-사용자-구축서비스’로 이뤄지는 거대한 산업 생태계가 형성됐다. 이 생태계가 사업의 중심지인 중국 근처에서 첫번째 미국 외부 지역 컨퍼런스를 개최한 게 당연하다. 미국과 함께 오픈스택을 이끌어온 유럽 지역은 내년 하반기에야 오픈스택서밋을 연다.
한편, 오픈스택서밋홍콩에 즈음해 오픈스택재단엔 새로운 스폰서로 화웨이가 참여했다. 화웨이 클라우드분야 CTO도 발표자로 나섰다. 현재 기존의 유력 IT업체들을 떨게 만드는 화웨이가 오픈스택을 이용한 클라우드 솔루션 제공업체로 나서겠다며 발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