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전자전서 세계 바이어 韓 중기에 감탄

스마트폰 연계 강조한 제품 눈길 끌어

일반입력 :2014/04/14 14:21    수정: 2014/04/17 13:17

봉성창

“한국 제품이 중국보다 더 낫다는 것은 이미 전 세계 바이어들에게 상식이 됐습니다. 일정이 바쁜 바이어들 중에는 한국 기업 제품만 쏙 보고 가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요.”

아시아 최대 전자박람회인 ‘홍콩 춘계 전자전’에서 한국 업체들의 선전이 눈부시다. 참가 규모나 숫자 면에서는 비록 중국이나 대만 업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주목받는다. 흙 속에 진주라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다.

13일부터 나흘간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홍콩춘계박람회’는 가전, IT 분야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박람회다. 이곳에서는 비즈니스 기회를 잡으려는 출품 업체들과 바이어들의 숨 쉴틈 없는 만남이 이뤄진다.

올해는 우리나라서 57개 업체가 출사표를 던졌다. 이중 국내 이름이 잘 알려진 기업으로는 정수기로 유명한 코웨이와 건전지 기업 벡셀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기업 이름보다 오히려 제품 그 자체가 회사 얼굴인 셈이다.

한국 업체들의 가장 큰 무기는 독창성과 마감이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새로운 제품을 통해 바이어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경쟁 관계에 있는 중국 업체 관계자들이 한국 부스를 은밀히 방문하는 경우도 적잖다고 한다.

스마트폰 활용 방안 제시...연결성 화두

올해 한국 업체들의 기술적 화두는 커넥티비티(Connectivity, 연결성)다. 스마트폰과 함께 활용이 가능한 다양한 액세서리 제품이 주를 이뤘다. 앱과 함께 사용한다는 의미의 ‘앱세서리’ 제품으로도 분류된다.

에이센은 스마트폰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음주측정 장치 ‘에이스캔’을 선보였다. 3.5파이 스트레오 단자와 연결해 앱을 실행시킨 다음 제품에 대고 불면 혈중알콜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제품이다. 간편한 휴대성과 뛰어난 디자인이 강점이다. 최근 유럽 일부 국가에서 자동차에 반드시 혈중 알콜 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제품을 상시 구비하도록 하는 법률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나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와이파이 연결을 지원하는 애완동물 먹이 자동 급식기도 눈길을 끌었다. 세온전자는 앱으로 필요한 양 만큼의 사료를 줄 수 있는 것은 물론 카메라와 연결해 애완동물이 먹이를 먹는 모습도 관찰할 수 있다. 또 하루에 최대 5번까지 정해진 시간에 사료를 제공하는 편리한 기능까지 갖췄다. 같은 맥락에서 제주도 소재 기업인 글로빗은 가두리 양식장에서 스마트폰을 활용해 자동으로 먹이를 급지할 수 있는 대규모 솔루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키덜트족을 겨냥한 스마트 토이 로봇 제품도 바이어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제품 중 하나다. 바람시스템즈가 선보인 스마트 토이 로봇 ‘앱봇링크’는 스마트폰으로 마치 게임을 하듯 자유자재로 조정 가능한 것은 물론 로봇 머리 부분에 달린 카메라로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볼 수 있도록 했다. 바퀴 대신 탱크의 캐터필러 방식을 채택해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할 뿐 아니라 머리를 이용해 넘어질 때 자동으로 일어나도록 하는 기능까지 갖춰 장난감 이상으로 실용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메이텔은 스마트폰 셀프 카메라 촬영에 특화된 액세서리 제품 셔터볼, 셔터스퀘어 등을 가지고 나왔다. 이미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액세서리 제품이다. 일종의 스마트폰 카메라 무선 릴리즈 제품으로 다양하고 개성있는 디자인과 편리한 사용성이 강점이다.

“따라할테면 따라해봐” 기술력으로 승부

홍콩춘계전자전과 같은 대형 박람회에 참가해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하려는 기업들의 고민은 ‘카피’다. 박람회에 전시한 제품이 불과 6개월도 지나지 않아 중국서 비슷한 제품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십중팔구 다음 행사에서 그 제품이 더 저렴한 가격에 전시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일부 기업들은 자신만만하다. 그만큼 기술력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눈길을 끈 기업은 스카이미디어다. 이 업체는 UHD 해상도를 제공하는 무안경 3D 디스플레이를 전시했다. 최근 TV업계에서 3D 기능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스카이미디어는 안경이 필요없는 3D 디스플레이를 꾸준히 개발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안경을 쓰고 보는 3D TV와 비교해 입체감이 결코 떨어지지 않으면서, 기존 무안경 3D의 단점으로 지적된 시야각 제약을 상당 부분 개선한 것으로 보인다. 이 업체는 TV는 물론 모니터, 디지털 사이니지 등 다양한 분야에 해당 기술을 적용시킨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데스크폰 도크 액세서리를 개발해 업계에 이름을 알린 키유틸리티는 신발 UV 소독기기인 페딕을 선보였다. 짧은 막대 형태로 신발에 넣어두면 발냄새의 원인인 박테리아가 번식을 할 수 없도록 한다. 매일 씻는 몸이나 빨래를 하는 옷과 달리 신발은 사람들이 자주 소독하거나 세척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착안했다는 설명이다. 별도 도킹 스테이션이 있어 최대 4개까지 간편하게 충전할 수 있다.

이노아이오가 선보인 초소형 휴대용 프로젝터는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최대 100인치까지 큰 화면을 언제 어디서나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러한 제품은 최근 국내서 아웃도어 열풍과 함께 적잖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스마트폰과 연결해 간단히 대형 스크린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대단하다. 특히 어떤 스마트기기도 자동으로 감지해 비디오 신호를 스스로 분석하고 최상의 화면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세영정보통신은 2.4GHz 대역의 무선 연결 규격인 피코캐스트를 지원하는 헤드셋 ‘위위’를 선보였다. 실시간으로 빠른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행사장이나 민간 경호 등에 도입할 수 있는 제품이다. 신호간섭이 적고 보안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이론상 수백대의 제품까지 동시 연결이 가능한 것이 강점이다.

스마트폰 방수 액세서리 디카팩 역시 품질 하나로 승부하는 기업이다. 수심 10m에서 30분간 견딜 수 있는 IPX8 등급을 받았으며, 방수 케이스를 씌운 상태에서 조작이나 카메라 촬영이 용이하도록 세심하게 설계됐다. 특히 이 업체는 내부 테스트를 통해 고객 과실이 아니라는 것만 확인되면 디바이스까지도 보상하겠다는 자신만만한 사후 정책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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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네오디뮴 자석을 활용해 거치와 충전이 동시에 이뤄지는 스마트폰 거치대 ‘매그콘’을 선보인 SPS도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짝을 이루는 전용케이스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만 제외하면 강력하게 달라붙을 뿐 아니라 동시에 충전이 이뤄져 편리하다. 수직 혹은 수평으로 고정시킬 수 있도록 자성 방향을 조절했으며, 자동차에서 쓰더라도 떨어지지 않고 강력하게 잡아주는 부분이 강점이다.

이외에도 수많은 한국 업체들이 기술력과 아이디어로 홍콩춘계전자전을 통해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행사를 주최한 홍콩무역발전국 관계자는 “매년 중국 기업들이 가장 많은 부스를 차지하고 있지만 질적인 부분이나 다양성, 바이어들의 감안을 감안하면 한국 기업의 많은 참여가 대단히 중요하다”며 “비단 아시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바이어가 찾는 행사인 만큼 많은 한국 기업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