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도 무너지는 HTC엔 답 없다

1분기 또 적자…삼성에 막말 공세만

일반입력 :2014/04/08 06:20    수정: 2014/04/09 07:46

김태정 기자

대만 휴대폰 제조사 HTC가 올해 1분기에도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3분기 연속 적자다. 현금이 떨어져 삼성전자를 상대로 한 마케팅까지 난항이다.

7일(현지시간) 미국 씨넷에 따르면 HTC는 1분기에 매출 331억2천만대만달러(약 11억달러), 순손실 18억8천만대만달러(약 6천200만달러)를 기록했다.

당초 애널리스트들은 HTC의 1분기 순손실을 15억9천만대만달러 정도로 예상했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문제가 더 심각했다.

주당 손실은 2.28대만달러로 당초 예상치인 주당순손실 0.88대만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 분기 매출도 5년여 만에 최악이다.

HTC는 지난해 3분기 35억대만달러, 4분기 15억6천만대만달러 적자를 냈다. 지난해 말부터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모델로 내세워 마케팅을 강화했지만 판매량은 여전히 바닥이다.

IDC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 등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HTC의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고작 2%대로 10위권에 간신히 들어있다. 삼성전자-애플-화웨이-LG전자-ZTE가 잡은 5위권에 들어올 틈이 없다. 일본 소니와 중국 업체들에게도 크게 밀려있다.

시장에서는 “아이언맨도 HTC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우울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HTC 임원들은 ‘반등’을 예고하지만 마케팅에 투입할 현금 실탄이 바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투자자 고민이 크다.

HTC는 지난해 미국에서 7천580만달러를 마케팅에 투입했다. 삼성전자(3억6천300만달러)와 애플(3억5천90만달러)을 상대하기 벅찬 전력이다.

피터 쵸우 HTC 회장이 “삼성전자는 마케팅 공세로 판매량을 올리지만 우리는 제품 품질 향상에 주력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근래 HTC는 이른바 ‘막말 마케팅’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어쨌든 뉴스에 회사 이름을 자주 올리는 데에는 꽤 성공했다.

예컨대, HTC 미국 지사장인 제이슨 맥킨지는 지난 달 미국 비즈니스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 ‘갤럭시S5’를 놓고 “싸구려 플라스틱 조각”이라고 깎아 내렸다.

이어 “삼성전자는 제품 광고에만 투자하지만 HTC는 고객 만족을 위해 아름다움을 만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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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HTC의 미국 광고를 보면 “갤럭시S5를 사면 후회한다”는 문구를 대놓고 넣었다.

대만에서는 HTC의 몰락을 삼성전자 때문으로 보는 인식이 짙다. HTC의 삼성 공격은 이런 심리를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의도까지 담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