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소개되는 실리콘밸리의 좋은 개발환경은 많은 개발자들의 관심의 대상이다. 특히, 한국에서 개발자로 일하다가 구글이나 애플 등 실리콘밸리의 유명 소프트웨어 회사의 취업에 성공하여 미국에서 개발을 하며 그곳 환경을 소개하는 소식은 더욱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그런 회사를 산 것도 아니고 본인의 회사가 실리콘밸리에서 성공을 한 것도 아닌데, 그저 취직을 한 정도로도 많은 한국 개발자들의 부러움을 사는 것을 보면 씁쓸함이 들기도 한다. 그만큼 한국의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이 앞이 안보이고 힘들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난 10여년간 미국에서 최고 직업은 소프트웨어 개발자였고, 향후 10년간도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가장 되고 싶은 직업이라는 조사가 많이 있듯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어떤 직업보다도 평균적으로 매우 높은 연봉을 받으며 좋은 개발환경에서 일한다. 이런 성공을 이끌었던 곳이 실리콘밸리고 세계 여러 나라가 그 비결을 배우려고 노력해왔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외형적으로는 대규모 소프트웨어 개발단지를 만들고 기업도 많이 유치하고 다양한 제도를 만들고 여러가지정부 지원 사업도 많이 시도하고 있지만 실리콘밸리와 근접해가고 있다는 징후는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몇몇 제도를 만들었다고는 하나 실리콘밸리의 성공은 빌딩들 좀 모아 놨다고, 법을 좀 바꿨다고 흉내를 낼수는 없다. 그럼 우리가 흉내 내기 어려 운실리콘밸리의 성공의 비밀은 무엇일까?
여기에 대해서는 많은 분석과 의견이 있지만, 오랫동안 미국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서 느낀점을 정리한 자료를 하나 소개하려고 한다. 글을 쓴 이는 나의 어릴 때부터 친구였고 미국 대학을 나와 미국에서 오랫동안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해온 친구다.
어린시절을 한국에서 보냈으므로 한국의 문화, 환경과 미국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면서 느낀 문화, 환경을 비교하기에는 적절한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관련글: 실리콘밸리만의성공의비밀은? >
이글에서는 실리콘밸리 성공의 비결을 따뜻한 날씨, 열린 자연 환경, 여성의 사회적 지위, 경쟁보다 협업, 대기업 독점 방지법, 사회적 배려, 축적된 지식 등에서찾고있다. 차기 실리콘밸리 신화의 후보 중에서 실리콘밸리 성공의 비결에 가장 가까워서 미래에 실리콘밸리의 성공을 재현할 수 있는 곳으로는 핀란드를 꼽고있다.
개발자 입장에선 좋은 개발 환경과 대우가 주관심사겠지만, 정부나 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그런 성공을 이뤄낼수 있을까가 더 관심사다. 성공하는 기업이 많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개발하기 좋은 환경이 더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상황을 보면 실리콘밸리 성공의 비결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어 보인다. 외형적으로는기후나 제도 등 여러가지 차이가 있지만 나는 그중에서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이 실리콘밸리처럼 되지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를 '과도한경쟁'과 '협업문화의 부족'으로 꼽고 싶다.
이같은 현상은 회사와 회사간은 물론 회사내에서도 벌어진다.
기업간의 건전한 경쟁은 산업을 발전시키지만 '과도한경쟁'은 서로를 죽인다. 우리나라에서 소프트웨어를개발하는 회사 중 대기업 횡포에 당해 본 기업들을 찾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협력보다 경쟁이우선시되는 환경에서 유독 대기업의 횡포가 구설수에 오르는 것은 몇몇 대기업이 자본과 로비력의 우월성속에서 비도덕적인 횡포를 많이 저지르기때문이다.
협력의문화가 부족한 대기업은 협력해야할 중소 소프트웨어 회사들의 조그만한 파이도 욕심을 내기 일쑤다. 서로 협력해서 파이를 키우지는 못하고 그 조그만한 파이도 뺏으려 들곤 한다.
물론 대기업도 외국 소프트웨어 회사에게는 이런식으로 하지 못한다. 그러나 국내 회사들을 상대로는 태도가 180도 다르다. 회사를 들었다 놨다 하면서 죽이기도하고 헐값에 사기도 한다. 수십년간 있어 온 일이지만 이제는 정부에서도 이를 가만히 보고 있지는 않는다.
정부도 이런 부당한 횡포는 제재를 하고 있어서 정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이는 협업과 배려의 문화가 자리잡지 않는한 완전히 고쳐지지 않을 것이다. 법으로 아무리 막으려고 해도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피해가는 방법은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생은 가진자의 배려가 아니고 미래의 생존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반대로 이런법을 악용하는 중소기업도 생기기 마련이고 대기업을 위협해서 한몫 챙기려는 현상도 벌어진다. 하지만 이런 기업은 극소수이고 대부분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은 대기업과 여전히 상생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자동차 회사가 돈이 될 만한 부품을 자신들이 직접 만든다고 하고 부품회사를 협력의 대상이 아닌 경쟁대상으로 생각한다면 어떨까? 당장은 더 이익인 것으로 보이지만 부품산업은 고사하고 기술발전을 저해해서 10년후에는 자동차 경쟁에서 뒤쳐질 것이다. 결국 더 비싸고 협력도 잘 안되는 외국에서 부품을 사서 써야하는 시기가 올 것이고 자동차 경쟁력은 더욱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런 협업의 문화는 기업내에서도 문제가 된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회사들의 공통적인 문제를 보면 회사초기에 소수의 개발자만 있을 때는 개발이 잘 되는데 기업이 점점 커질수록 효율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이다.
필자는 얼마전 소프트웨어 선진국에서는 7명이 하는 일을 우리나라에서는 70명이 야근하면서 일을 한다는이야기를 소개한 적이 있다. 결국 그 회사는 이 문제와 관련된 직간접적인 이유로 문을 닫았다.
실리콘밸리에서만 일해 본 개발자 시각으로는 이러한 우리나라의 '협력문화'의 부재는 발견하기가 어렵다. 자신들의 몸에 베어 있는 것이 한국에서는 흔치 않은 문화라는 것을 쉽게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협업의 문화가 부족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무한경쟁'의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도 원인이고 지난 20여년간소프트웨어 산업이 독자적으로 성장하면서 개발문화를 받아 들일 기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아닌가 생각한다.
대기업을 포함해 많은 기업들이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흉내낸다고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 있지만 형식만 따라하고 있는 것이 많다. S사도 개발자 경력을 보장한다고 하지만 정작 개발자 경로를 선택해도 관리자가 되는 것은 마찬가지이고 호칭에서 직급을 없앤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상명하복문화가 바뀌지는않는다.
사무실을 실리콘밸리처럼 꾸미고 출퇴근 자율제를 도입한다고 하지만 껍데기만 흉내내는 것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리콘밸리의 그네들도 왜 다른지 설명하기 어려운 '협업의문화'를바꿔야한다.
'협업의문화'를 바꾸는 방법은 처음에는 비효율적이지만 협업을 억지로라도할 수 밖에 없도록 프로세스로강제화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어려운 것은 협업의 원리를 이해 못하고 프로세스를 너무 복잡하게 강제화하면 협업은 놓치고 프로세스만 관료화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기업이 겪고 있는 문제가 이것이다. 이미 너무 관료화되어 다시 효율적이고 자율적인협력의 개발 문화로 되돌아오기에 너무 멀리 가버린 경우도 많고, 조직을 중시하는 기업문화에 눌려서 소프트웨어 문화가 꽃을 피지 못하는 곳도 많다.
'협업'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딱 그런 정도로 문화가 서서히 바뀔 수 있도록 끊임없이 프로세스를 바꿔나가야한다. 처음에는 오히려 비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어느정도 몸에 베이면 기존의 제약은 풀고 다음 단계로 나가는 식으로 계속 발전 시켜 나가야한다. 형식만 쫓지 말고 스펙, 설계, 문서화, 리뷰, 아키텍트그룹, 이슈/소스코드 관리 등 모든 분야가 효율적인 협업과 관련이 있고 이 모든 분야에서 지속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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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산업 태동기부터 무조건 미국의 프로세스를 따라 하던 인도의 소프트웨어 산업이 20여년이 지나 기술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산업적으로 크게 발전한 것을 보면 프로세스가 문화를 이끌었다는 것을 알 수있다.
실리콘밸리의 성공 비결을 찾는 것은 좋다. 하지만 막연히 그들의 좋은 환경을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찾아야 할 때다. 누가 알려주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들이 찾아야 한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