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개발자가 희망이다

전문가 칼럼입력 :2014/03/13 15:23

전규현
전규현

소프트웨어 회사를 포함해서 많은 기업들이 개발자가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이렇게 개발자가 부족하게 된 이유는 열악한 개발 환경에 따른 뛰어난 개발자들의 이탈과 저급개발자 양산 등 여러 환경, 정책적인 문제가 있지만 여자 개발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도 주요한 이유라고 본다.

여자 개발자에 대하여 여러 가지 편견이 있다. 여자 개발자는 실력이 없다, 책임감이 부족하다, 감정적이다, 언제 그만둘지 모른다는 등이다. 하지만 이러한 편견은 남성 중심적인 사고에 기인한 것이 많고, 그 동안의 개발 환경이 야근강요, 코딩 중심, 무모한 프로젝트와 같은 성격을 띄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전투력 강한 개발자를 선호하다 보니 이런 편견이 생긴 것으로 생각한다.

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여자 개발자들이 공유, 협업 문화에 좀더 잘 적응하고 아키텍트로도 더 뛰어난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남자, 여자 누가 더 개발자로서 우수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특성이 있으므로 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뛰어난 소프트웨어는 다양한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협업을 하고 그 다양성을 기반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나와야 탄생할 수 있다.

현재 소프트웨어 업계에 여자 개발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단 누구라도 일하기 힘든 환경이 큰 요인이다. 이런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남자들이 더 잘 버티기 때문에 더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기형적인 개발자 성비를 개선하는 것이 소프트웨어 업계에는 꼭 필요한 과제이고 이를 위해서는 누구라도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여자 개발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없애야 한다.

많은 회사들에서 크든 작든 여자 개발자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 비공식적이지만 급여의 차이도 존재하는 회사도 있다. 승진의 기회도 다르다. 이런 이유는 여자 개발자는 결혼하거나 출산을 하면 결국 그만둘 것이라는 선입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여자 임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을 보면 이런 현상을 알 수 있다. 물론, 남자와 여자가 특성적으로 완전히 동일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차이가 있고 그러하기 때문에 서로 보완이 된다. 필자의 경험과 교육학적인 여러 도서를 보면 선천적, 후천적인 남녀의 차이는 이런 것들이 있다. 물론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도 있으므로 의견이 다를 수도 있다.

우선 남자 개발자들은 도전정신이 강하고 무모한 자산감도 가진 경우가 많다. 치열한 경쟁에 거부감이 좀더 적고, 상대적으로 체력이 뛰어나서 야근에도 잘 버틴다. 남자 개발자가 좀더 코딩을 잘한다는 의견은 입사 이전에 또는 어렸을 때부터 코딩을 경험할 기회가 좀더 남자에 많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러한 남자들의 특성이 현재의 열악한 개발 환경에 좀더 통할 수 있는 측면이 있는건 사실이다. 무리한 일정에 잦은 야근,  협업은 없고 혼자서 달리는 코딩이 현재 흔하게 볼 수 있는 개발 환경이다. 그리고 요즘은 많이 바뀌고 있지만 부어라 마셔라 회식 문화도 상대적으로 남자들에게 더 적합하다.

그런 반면 여자 개발자들은 커뮤니케이션과 협업에 더 유리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서로 도우려는 특성도 있다. 모두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평균적으로 좀더 그렇다는 의미다. 

남자들은 모른다고 말하는 것을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끝까지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서 해결해 보려고 한다. 하지만 여자들은 초기에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을 구분해서 적절한 도움을 받는데 익숙하다. 모른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서 자존심의 상처를 덜 받는다.

이것은 소프트웨어 개발 문화 중 협업의 문화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혼자서 엉뚱한 방향으로 내달리지 않고 적절할 때 서로 묻고 의논하고 도와야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갈 수 있다. 그런 능력이 상대적으로 여자 개발자에게 더 많이 보인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이런 특성에 기인해서 여자 개발자 중에서 아키텍트로서의 능력이 더 뛰어난 경우를 많이 보았다. 

설령 뛰어난 아키텍트 재능을 가진 개발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와 같은 개발 환경에서는 눈에도 잘 안띄고 실력을 발휘하기도 어렵다.

여자 개발자들에게는 출산과 육아의 장애물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출산과 육아는 개발 경력의 큰 단절이고 2,3년만 단절되면 현업 복귀가 쉽지 않은 분야이기도 하다. 실력적으로는 현업복귀가 가능해도 기업에서 꺼리는 경우도 많다.

재택근무로도 무리 없이 일할 수 있지만 재택근무를 그렇게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회사가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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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와 같이 여자 개발자들이 꾸준히 일하기 어려운 환경은 여자들에게만 불리한 것이 아니라 모든 개발자에게 불리하며 이런 특성 때문에 개발이 3D 업무라고 불린다.

경쟁보다는 협업을 하고 혼자 달리기 보다는 공유, 토론, 의논을 적절히 하는 환경, 무모한 일정에 따른 품질 저하와 그에 따른 야근의 악순환 보다는 합리적인 프로젝트, 재택근무를 해도 개발에 전혀 지장이 없는 프로세스, 시스템 그리고 문화, 이런 환경과 문화가 여자 개발자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필요하다. 지금같이 여자 개발자들이 살아남기 힘든 환경이 계속된다면 소프트웨어 업계 전체가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전규현 IT컬럼니스트

ABCTech Software의 대표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이며 소프트웨어 공학/개발 컨설턴트다. 27년간 한글과컴퓨터, 안랩 등에서 수많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였다. 그 과정에서 경험한 실리콘밸리의 개발 문화와 소프트웨어 공학을 국내의 대기업부터 중소기업에 이르는 수많은 회사에 전파하고 글로벌 수준의 소프트웨어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컨설팅하고 있다. 저서는 “소프트웨어 개발의 모든 것”(2010 페가수스)이 있으며 소프트웨어 공학 블로그인 allofsoftware.net의 운영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