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선점한 1등을 흔드는 건 쉽지 않지만 2등은 가능하다고 봐요. 자생할 수 있는 힘을 길러 마켓 넘버2가 되는 것, 이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조구 스튜디오나인 대표의 말이다. 중국을 점령한 ‘크로스파이어’, 터키를 뒤흔든 ‘울프팀’, 브라질을 열광케 한 ‘포인트블랭크’ 등 국산 1인칭슈팅(FPS) 게임이 한류를 주도하는 지금 스튜디오나인 역시 ‘크랙샷’으로 해외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FPS 게임은 장르와 이용자 특성상 타 장르의 게임보다 시장 선점이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여겨진다. ‘서든어택’ 성공 이후 국내에서도 유사 게임들이 숱하게 출시됐지만 결과는 참패에 가까웠다.
조구 대표는 ‘포스트 서든’을 겨냥하고 시장에 출시된 FPS 게임들이 너무 무거웠기 때문에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용자들은 비교적 쉬운 난이도로 여럿이서 FPS 게임을 접하길 원하는데 너무 어렵고 복잡하게 만든 거 아닌가란 생각이다.
이 때문에 크랙샷은 흡사 모바일 게임을 즐기듯 쉬운 접근성을 유도했다. 클릭 몇 번만으로 게임이 진행되도록 하고, 또 ‘윈드러너’처럼 런 방식의 모드를 도입해 이용자들끼리의 경쟁심을 높였다. 뿐만 아니라 시공간을 뛰어넘는 설정으로 시대전까지 가능해 옛 중세 시대에서 갑옷을 입고 활과 석궁을 쏜다거나, 다시 현대로 돌아와 최신 총기로 대전하는 묘미까지 살려냈다.
이런 차별화 요소와 경쟁력으로 스튜디오나인은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크랫샷은 최근 중국 유력 퍼블리셔 넷이즈의 검토를 받아본 결과 5점 만점에 3.8점을 받으며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더 완성도를 끌어 올리면 중국에서 대형 게임사와 손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다.
“FPS 게임은 장르 특성상 해외 시장에 가는 것도 어렵지 않아요. 번역할 내용도 많지 않기 때문이죠. 중국은 메이저 퍼블리셔인 넷이즈와 창유를 보고 있는데, 우리 게임에 집중해줄 수 있는 중견 퍼블리셔도 검토해볼 생각입니다. 지금의 텐센트도 크로스파이어 전까지는 마이너였잖아요.”
하지만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은 녹록치 않은 게 현실이다. 모바일 게임 바람이 불면서 주요 인력들이 모바일 게임 쪽으로 빠져 나갔고, 투자사들 역시 온라인 게임에 눈길을 잘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 상황을 조 대표는 2012년 4월 법인을 만들기 전부터 예감했다고 한다.
“온라인 게임 개발에 대한 투자 환경이 안 좋다는 걸 알고 시작했어요. 그래서 아껴 쓰고 보수적으로 운영했죠.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지만 모두들 모바일로 가는 걸 보고 오히려 기회가 온라인 게임에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실제로 모바일 게임 시장이 포화되면서 게임업계 분위기는 “그래도 온라인 게임”이라는 인식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늘어난 매출 대비 영업이익이 현저히 낮다는 사실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해 놓고 정작 수익은 플랫폼 사업자와 마케팅 회사들이 갖는 구조가 돼 버린 것. 이런 면에서 스튜디오나인과 같은 온라인 게임사의 틈새 전략이 올해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란 시장의 기대감도 적지 않다.
“생존해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크랙샷을 꼭 서비스 하고 싶어요. 완성도는 많이 높여놨는데 열심히 개발해서 시장의 평가를 받겠습니다. 어느 시장이 됐든 전세계 동시접속자 수 80만을 목표로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스튜디오나인은 현재 두 번째 프로젝트 역시 FPS 게임을 계획하고 있다. 크랫샷은 월드컵이 끝난 7~8월 경 첫 테스트를 거쳐 연말 오픈과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크로스파이어 핵심 인력들이 모인 만큼 대중성을 높인 쉬운 게임성으로 온라인 게임의 부활을 노린다는 의지에 불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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