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구코너]전자문명의 불씨 진공관 ⑤전자 발견

일반입력 :2014/03/10 03:52    수정: 2014/03/15 11:02

이재구 기자

■진공관으로 새로운 입자를 발견하다

“이것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일까? 무엇으로 만들어진 것일까?”

1896년 영국 케임브리지대. 세계최고의 물리학연구소 캐빈디시의 조지프 존 톰슨(Joseph John Thompson,1856~1940)소장은 크룩스관으로 음극선관에서 나오는 전자빔의 성질을 연구하고 있었다.

앞서 프랑스의 과학자 장 바티스트 페랭(Jean Baptiste Perrin,1870~1942)이 음극선관에서 음전하를 띤 뭔가가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는 이 선(ray)이 자장의 영향을 받아 구부러진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하지만 이 선이 음전하를 띠는 원인을 증명해 내지는 못했다. 톰슨은 이 전자빔의 성질을 알아내고자 했다. 그는 이 순수한 에너지빔이 파동인지, 입자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페랭이 사용한 자석 실험을 통해 음극선과 음전기가 상관관계가 있음을 증명해 보이고자 했다.

톰슨은 커다란 방전관에 그보다 작은 진공관을 붙인 Y자형 실린더 실험관<사진1>을 만들었다.

작은 진공관에서 나온 음극선은 방전관 연결부위에 있는 금속플러그의 작은 슬릿을 통과하도록 만들어졌다. 이 플러그는 아노드(양극)와 연결돼 있었다. 음극선은 자석에 의해 휘어지지 않는 한 오른쪽 아래에 있는 방전관 실린더로 떨어질 일 없이 직진해 유리벽면에 형광을 만들게 될 것이었다.

실험은 멋진 광경을 연출해 냈다.

캐소드(Cathode)에서 나온 음극선은 금속 플러그 목에 있는 가느다란 슬릿을 통해 직진했다. 유리관 주위에 금속 플러그를 전지 단자에 연결해 자장을 만들어 주면 음극선은 완벽하게 휘었다.

유리관 속이 완벽한 진공상태일 수 없었기 때문에 음극선은 가끔 주변의 가스원자와 충돌해 원자에 전하를 띠게 됐다. 전하를 띤 원자나 이온은 다른 원자와 재결합되거나 전하를 잃을 때까지 화려한 광채로 빛났다. 톰슨은 이런 실험을 통해 자기장으로 음극선을 흔들어 놓아도 입자성격을 띠는 이 음전하가 음극선과 똑같은 경로를 따르며, 음극선과 연계돼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제 톰슨은 헤르츠(Heinrich Rudolf Hertz, 1857~1894)의 실험결과에 대해서도 검증해 보기로 했다.

톰슨은 전지에 연결한 금속판 두 개를 크룩스관 안에 넣고<사진2, 사진3> 그 주변에 자기장을 만든 채 음극선이 그 사이를 통과하도록 했다. 그는 진공관 속에 길이 5cm의 알루미늄 판 2장을 위,아래로 1.5cm 간격을 두고 설치했다. 그리고 이 두 개의 금속에 양극과 음극을 각각 연결했다.

음극에서 나오는 선(ray)은 직진해서 반대편 유리관 안쪽 끝으로 직진했다. 위쪽 금속판에 양극(+)을, 아래쪽 금속판에 음극(-)을 연결했을 때 음극선은 강해졌다. 전극을 정반대로 했을 때 음극선은 약해졌다. 그 결과 이상하게도 음극선이 진공관 속의 자장을 띤 금속사이를 통과했지만 전혀 휘는 현상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톰슨은 진공관속의 가스로 인해 양극과 음극 사이의 전위차가 발생할 때 음극선이 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전위차가 2V일 때에도 이 알수 없는 선(ray)이 휘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톰슨은 이 음극선이 음전하를 띠고 있는 그 무엇인가로 만들어졌음에 틀림없다고 결론 내렸다.

마지막으로 그는 진공관 속의 캐소드재료를 다양하게 바꿔보았다. 그결과 정확히 똑같은 음극선이 나온다는 것을 발견했다.

■왕립학회에서의 발표

1897년 4월 30일 금요일 저녁.

조지프 톰슨은 영국왕립학회(Royal Institution)에서 가진 비공식 연설에서 물리학의 신세계를 열 자신의 놀라운 발견 내용을 발표했다.

“나는 최근에 흥미로운 실험을 했습니다.”

이렇게 말을 뗀 그는 원자가 더 작은 많은 입자로 이뤄져 있다는 충격적 내용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톰슨의 발견에 따르면 원자는 분리될 수 없는 최소의 단위가 아니었다. 그는 원자 안에서 새로운 입자를 찾아냈다. 그는 원자의 안에 아주 작고 음극을 띠고 있는 입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입자(corpuscule)로 부르기로 했다. 후일 전자(electron)으로 불리게 될 원자의 구성물질이 발견된 것이었다.그의 강연 발언은 거센 반발과 저항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물리학계는 곧 전자와 양성자의 존재를 받아 들이기 시작했다. 이 이론은 지금까지는 입증할 수 없었던 원자구조와 전기에 관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새로운 입자는 어떤 종류의 원자보다도 최소한 1,000배 이상 작은 것이었다. 톰슨은 이를 미립자(corpuscle)라 불렀으나 실제로는 '전자'(electron)라는 용어가 대신 채택됐다.

전자는 음극의 자성을 띠고 이것을 운반한다. 그 질량은 매우 극미해서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전자는 어떤 원자보다도 훨씬 작아서 금속 원자 안의 공간을 통해 빠져 나갈 수 있다. 음극선 또는 어떤 전류도 음으로 대전된 전자의 흐름으로 구성된다.

전자는 질량이 아주 작기 때문에 쉽게 움직일 수 있다. 금속 조각에 전기나 열이 가해지면 많은 수의 전자가 분리돼 나와 흐르게 된다. 톰슨은 이런 전자들의 흐름을 전류라고 결론지었다.

톰슨은 자신이 발견한 이 입자가 모든 물질 원자에 공통되는 보편적인 성분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혁명적인 통찰에 의해 발견된 전자는 진공관 안에서의 전류실험을 통해 이뤄졌지만 그 원리는 반도체 물질에도 그대로 적용될 놀라운 것이었다.

■건포도 박힌 원자 모델

톰슨은 진공관 실험을 통해 원자보다 더 작은 어떤 물질이 존재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를 통해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데모크리토스(Democritus, 460~370 B.C.)이래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온 원자에 대한 사고의 틀을 바꾸게 만들었다.

그는 자신의 발견에 따른 원자와 전자모델을 설명하기 위해 건포도가 박힌 푸딩(머핀) 모델을 생각해 냈다.

“푸딩 내부에 여러 개의 전자가 있고 도우자체는 양전하를 띠고 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

이렇게 J.J.톰슨의 원자와 전자 모델이 만들어졌다.

톰슨은 이제 막 전자가 음극성이라는 것을 밝혀낸 참이었다. 이어 원자는 전기적으로 중성이므로 전자가 음극성질을 띠면 뭔가 양성적인 것이 있어야 원자가 중성적이 될 것이라며 양성자의 존재를 추정하기에 이르렀다.

톰슨은 음극선관 소스를 알루미늄, 백금 등을 포함한 여러가지 금속으로 교체해 가면서 실험을 해도 똑같은 음극선이 나온다는 것도 밝혀냈다. 그는 이어 움직이는 전자빔의 속도를 계산해 냈다. 전자빔은 초당 2만마일(3만2천km)의 속도로 움직였다. 당시 발견된 그 어느 물체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였다.

톰슨은 전자빔이 입자라는 가정 하에 이를 이용해 질량을 알아냈다.

그 결과는 당시까지의 과학적 상식으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것이었다. 이 입자의 질량은 수소원자 질량의 1,000분의 1도 안되는 것이었다. 수소원자는 모든 물체중 가장 작고 더 이상 쪼갤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물리학적 측면에서 보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수학적으로는 가능했다. 여기서 톰슨은 실험을 끝 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2년 후 그는 실제로 전자를 찾아 낸다.

관련기사

1897년 톰슨이 진공관 연구로부터 이끌어 낸 결과는 당시의 세계관을 바꾸는 혁명적 연구성과였다. 그는 인류최초로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물질단위로 알려져 있던 원자를 분리해 냈고 설명할 수 없는 전기의 힘을 설명했다.

톰슨이 명명한 미립자는 스토니(George Johnstone Stoney)가 제안한 전자(electron)란 이름으로 대체됐다. J. J. 톰슨은 이 연구로 1906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그가 발견한 전자의 원리는 에디슨 전구 발명과정에서 드러난 이상한 전류흐름을 설명해 주었고, 이는 진공관발명으로 이어졌으며, 진공관은 반도체발명이전까지 현대 전자문명을 이끄는 총아가 된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