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발견한 “알 수 없는 빛”
유럽에서 크룩스관을 이용한 음극선 성질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던 1894년. 필리 레나르트(Philipp Eduard Anton von Lenard, 1862~1947)는 크룩스관에서 나온 음극선이 아무런 구멍을 남기지 않고 얇은 금박 호일을 통과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음극선은 이 진공관 내에 설치한 알루미늄 금속십자가(말타십자가) 스크린을 창문으로 삼아 진공관 밖 공기중으로 2~3cm 정도 튀어 나왔다. 이 거리를 넘어서면 공기중의 입자들에 의해 흡수돼 소실됐다.
뷔르츠부르크 대학교수였던 뢴트겐(Wilhelm Röntgen, 1845~1923)은 레나르트의 실험결과에 한가지 궁금증을 갖게 됐다. “크룩스관 유리벽을 차단해도 여기에서 나오는 음극선이 이를 통과할 수 있을까?”.
이듬 해인 1895년 11월 8일. 뢴트겐은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한 실험 준비를 시작했다.
그는 음극선관의 산란된 형광빛이 유출되는 것을 확실히 막기 위해 유리관 바깥부분 전체를 얇은 검은색 종이로 덮었다. 그리고는 실험실 불을 끄고 음극선관 전원을 켰다.
관의 벽면에서 유출되는 형광은 분명히 없었다. 그런데도 그는 실험실 한구석에서 초록색 형광을 발견했다. 그것은 음극선에 부딪치면 형광을 발하는 시안화 백금산바륨으로 칠한 종이스크린이었다. 크룩스관에서 나온 어떤 광선인가가 거기에 부딪쳐 초록색 빛을 내고 있었다.
이상한 것은 음극선이 도달해 형광빛을 내게 하기엔 너무 먼 1m 이상 떨어진 곳까지 도달했다는 점이다. 이는 그 어떤 방사선(ray)인가가 크룩스관에서 쏘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는 음극선은 도저히 그 초록색 빛을 낼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미 과학자들은 음극선관이 공기 중에서 수 cm 이상 이동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 확인을 마쳤기 때문이다.
뢴트겐은 다시 한번 유리벽면에서 빛이 새 나왔는지 체크했지만 새는 빛은 없었다. 크룩스관에 다시 전류를 흘리자 방구석의 같은 장소에서 다시 초록색 형광이 다시 나타났다.
역시 이 선은 그가 궁금해 하면서 관찰하려 했던 음극선은 아니었다. 이후 6주동안 확인 된 결과 이 선의 위력은 검은색 종이정도는 너무나도 간단히 투과할 정도록 강력한 것이었다.
뢴트겐은 자신이 무언가 아주 이상하고 흥미로운 것에 맞닥뜨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크룩스관과 스크린 사이에 두툼한 책을 두거나 스크린을 더 멀리 놓아도 여전히 크룩스관 방전 때마다 형광이 관찰되었다.
그는 쾌재를 불렀다.
“이전에 한번도 언급된 적이 없는 무언가가 음극선관에서 나와서 1m 이상의 공기를 통과해 이 형광스크린을 빛나게 하고 있다.”
■새로운 광선의 X선...죽음을 보다
“아주 투과성이 좋은 새로운 유형의 방사선을 발견한 것임에 틀림이 없어!”
뢴트겐은 아직 정체를 ‘알 수 없는’ 불가사의한 방사선의 이름을 일단 ‘X선’으로 부르기로 했다.
이 발견에 매우 고무된 뢴트겐은 이후 6주 동안이나 실험실에 틀어박혀 밤낮으로 실험작업에 몰두했다.
그리고 X선이 1,0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통과하는 것은 물론, 나무,고무, 그 외에 많은 물질들을 통과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면에 이 X선을 차단하려면 적어도 1.5mm두께의 납으로 X선의 진로를 막아야 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여기서 뢴트겐은 아주 중요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보통 광선이 사진건판에 감광돼 사진을 찍어내듯 X선도 건판에 감광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12월22일. 그는 자신의 아내를 설득해 그녀의 손을 크룩스진공관과 사진 건판사이에 놓도록 한 후 X레이를 쏘았다. 건판을 현상한 그는 예상대로 아내의 손가락 뼈와 결혼반지가 똑똑히 드러나는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뼈 둘레의 근육은 희미하게 나타났다. 살아있는 사람의 뼈가 사진으로 찍힌 것은 역사상 그것이 처음이었다. 뼈는 죽음을 의미했다.
뢴트겐의 아내 안나는 자신의 손가락뼈가 찍힌 사진을 보는 순간 놀라 비명을 질렀다.
“죽음이 보인다.”
하지만 과학자 뢴트겐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12월28일. 그는 X선 발견 내용과 함께 아내의 손을 찍은 X사진을 동봉해 뷔르츠부르크물리의학회에 보냈다.
이어 1896년 새해 첫날. 아내의 손 X선 촬영사진을 포함한 복사논문을 지인들에게도 보냈다. 영국의 아서 슈스터, 독일 괴팅겐의 프리드리히 코라우슈, 영국 글래스고우의 켈빈 경, 프랑스 파리의 앙리 포왕카레,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프란츠 엑스너교수 등이 그들이었다. 엑스너 교수가 소개한 뢴트겐의 내용을 들은 과학자 가운데에는 에른스트 레셔(Erenst Lecher)가 있었다. 그의 부친은 비엔나프레스(Vienna Presse)의 편집인이었다.
1월5일자 비엔나프레스(Vienna Presse)와 디프레스(Die Presse)가 X선 발견에 대해 대서특필하면서 독일,오스트리아에서부터 이에 대한 뜨거운 반향을 불러 일으키기 시작했다.
‘새로운 종류의 광선에 대하여’(A New Kind of Ray, A Preliminary Communication)라는 제목의 X선 발견논문 소식은 이렇게 해서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 전세계로 알려지기까지는 불과 15~20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뢴트겐은 일약 세계적 유명인사가 됐다.
신문은 “새로운 발견은 의료진단에 유용할 것”이라고 쓰고 있었다. 이어 이튿 날 영국의 런던스탠더드가 유럽전역으로 X선소식을 유선으로 타전했다.
“전쟁의 경고소리도 비엔나에서 보도된 놀라운 과학적 승리에 대한 관심을 떨쳐버리지 못하게 했다. 뷔르츠부르크대 뢴트겐교스가 나무,신체,옷,그리고 대부분의 유기물을 뚫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새로운 빛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뢴트겐 교수는 닫힌 나무상자속의 금속추를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사람의 손을 촬영해 손은 안보이지만 손안의 뼈를 보여주기도 했다.”
런던스탠더드지는 영어로 된 신문 최초로 뢴트겐 박사의 X선 발견소식을 보도했다.
보도내용은 “최근 아주 중요한 과학적 발견이 뷔르츠부르크의 뢴트겐교수에 의해 발견됐다.자세한 내용은 이미 비엔나까지 도착했다.이제 수많은 과학자들이 이곳 과학자들에 의해 검증과정을 거치고 있다. 뢴트겐 교수는 전류가 흐르는 크룩스 진공관 중 하나에서 나오는 빛을 일반 사진건판에 적용시켰다. 이 보이지 않지만 이미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빛은 나무, 그리고 다양한 물질들과 금속,뼈,인간의 몸을 똑같이 투과한다. 이미 존재증거가 있는 이 보이지 않는 빛은 나무나 수많은 물질들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반면, 금속이나 사람과 동물의 뼈는 불투명하게 보여준다.
말하자면 이들은 뼈나 금속이 들어있는 나무상자를 통과한 빛을 흡수할 것이다. 따라서 나무나 모직으로 싸인 어떤 뼈나 금속도 촬영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인간의 몸도 크룩스진공관으로부터 나오는 보이지 않는 광선에 대해 똑같이 작용하는 유기물이므로 사진건판에 살이 없는 인간의 뼈를 찍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사진이 이미 비엔나에서 찍히고 있다. 이들은 손뼈와 함께 손가락에 낀 반지도 함께 보여준다. 앞서말한 것처럼 금속은 불투명하게 나타난다. 그밖의 것은 보여주지 않는다. 이들은 놀랍다. 하지만 과학적인 시각에서 보면 이들은 생각해 볼 새로운 영역을 열어놓았다. 이 새로운 발견은 실용적인 측면에서 볼 때 수술을 할 때 정확한 총탄의 위치를 찾아낼 수 있고 신체 각부위의 수술에 앞서 몸에 들어간 깨진 조각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새로운 방법이 뼈의 병 등에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용도가 있다. 프레스지는 독자들에게 이 기사는 농담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는 독일 교수에 의해 발견된 중대한 발견이다”라고 전했다.
이 소식은 즉각 전해져 신대륙 미국의 뉴욕타임즈 등에서도 소개했다.
1월 9일에는 독일 황제 빌헬름 2세가 그의 발견을 치하하는 축전까지 보냈다.
“인류를 위한 커다란 축복이 될 새로운 과학의 승리를 안겨준 하느님을 찬양하노라.”
1월13일 뢴트겐은 베를린에 있는 빌헬름 2세앞에서 X선을 찍어 보였고 그의 논문은 영어로 번역돼 1월23일자 네이처지, 2월14일자 사이언스지에 실리게 됐다.
■X선을 뢴트겐선으로 이름 붙이다
뢴트겐이 X선이라고 이름붙인 이 전자기파는 사람의 살을 뚫고 들어가 그안의 뼈를 보여주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1월 23일. 뢴트겐이 뷔르츠부르크물리의학회(Wurzburg Physical Medical Society)주최의 강연회에서 자신의 논문을 발표했을 때 전세계 학자들이 그의 발견 내용을 알고 있었다. 발표장에서 뢴트겐은 세션좌장인 80세의 스위스의 유명 해부학자이자 동물학자인 쾰리커(Dr. Albert von Kolliker)의 손을 촬영해 보여주었다.
청중들은 이상한 빛으로 사람의 손을 투과해 손뼈를 찍을 수 있다는 사실에 경탄해 마지 않으면서 엄청난 박수로 화답했다.
쾰리커박사는 청중들에게 3번이나 박수를 유도한 후에 한가지 제안을 했다.
“여러분, 이제 이 새로운 광선을 뢴트겐선으로 부르기로 합시다.”
청중은 이 의견을 만장일치로 박수로 받아들였다.
이후 단 1년 동안에 1,000편의 X선에 관한 논문과 50권 가량의 단행본이 출판됐고 이듬해인 1897년에는 뢴트겐협회가 결성됐다.
■X선, 물질 구성의 실마리를 제공하다
물리학자들은 X선의 정체를 잘 몰랐지만 그 작용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X선은 음극선이 진공관의 유리벽을 때릴 때 만들어져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X선은 빛처럼 직선으로 움직였고 피사체에 영향을 주었지만 전기장이나 자기장에 의해 휘지 않는 성질을 갖고 있었다. 빛과 달리 반사되거나 굴절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도 수년 동안 X선이 파동인지 입자인지 분명하게 밝혀내지 못했다.
분명한 것은 어떤 사실도 X선이 이후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X선은 의학,물리학, 그리고 DNA를 발견하는데 사용된 이래로 생물학에서도 널리 사용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우주에 쏘아올려진 우주선에 장착돼 촬영하는 X선 카메라에까지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X선이 더욱 의미를 가지는 것은 의학 및 다른 여러 과학 분야에서의 광범위한 응용을 가져온 외에 물질의 기본 구조인 원자와 전자의 존재를 알아낼 획기적 계기를 마련하게 해 주었다는 점이다.
X선 발견 이후 한동안은 X선이 생체조직 투과시 별 조직장애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이 학자들의 정설이었다. 심지어 X선을 쪼이면 건강 증진작용이 있다고까지 생각할 정도여서 동전을 넣으면 자기 손뼈를 볼 수 있게 해주는 X레이기기까지 등장했을 정도였다.
이같은 X레이 발견은 영국의 과학자 조지프 톰슨에게도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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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X선이 조직장애를 일으키는지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X선을 손가락에 30분 쪼인후 결과를 관찰했다. 5~8일이 지나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9일 째가 되자 손가락이 붉어지기 시작해서 12일 째에는 대단히 아파 X선을 쪼이지 않았던 부분에까지 물집이 생겼다. 피부는 계속해서 허물이 벗겨지고 심한 통증이 나타났으며 6주 반이 지나서야 완쾌됐다.
하지만 톰슨역시 이전 실험결과에서 머물지 않고 크룩스관으로 또다른 역사적 발견을 하게 된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