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구코너]전자문명의 불씨 진공관③크룩스관

일반입력 :2014/02/24 05:14    수정: 2014/02/24 13:19

이재구 기자

■패러데이의 유리관 실험

“유리관을 만들어 대기압에서부터 점차 압력을 낮추어 가며 전기를 방전시키면 어떤 현상을 보일까?”

1838년 어느 날. 영국의 패러데이(Michael Faraday, 1791~1867)는 과연 진공상태에서는 전기가 어떻게 움직일지 궁금해졌다. 이미 인류에게 모터(1821년)와 변압기(1831년) 등을 발명해 선물한 그였다.

패러데이는 실험을 위해 한 개의 고정된 전극이 들어있는 유리관을 만들었다. 그는 병 입구를 코르크로 밀폐시키고 여기에 또다른 전극인 금속핀을 꽂아 넣었다. 이 핀은 병안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그 위치를 바꿀 수 있었다.

그는 이 전극에 전지를 연결하고 유리관에 다양한 기체를 넣어가며 방전실험을 했다.

먼저 유리관 속 기체 압력을 점점 낮춰 보았다. 그랬더니 음극에서 양극까지 가스에 따라 다소 지속성있는 발광 현상이 나타났다. 기압을 더 낮추자 전극의 중간 지점에서 어두운 지역이 나타나면서 발광이 중단됐다. 이는 이후 ‘패러데이 암부(Faraday dark space)’로 불리기 시작했다.

패러데이의 장치는 완전한 진공관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지만 음극선관의 선두 주자였다.20년 후 여기에서 시작해 수많은 유리진공관 변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오늘 날 형광등관이나 네온사인의 원형이자 2차대전 이후 상용화돼 50년 이상 사용돼 온 브라운관TV의 원형은 이렇게 서서히 모양새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가이슬러, 진공관 실험시대를 열다

1858년 독일 본대학. 패러데이진공관보다 한걸음 더 나아간 유리관이 등장했다.

이 대학의 율리우스 플뤼커(Julius Plücker, 1801~1868)물리학교수는 동료인 물리학자이자 유리기구 제작자하인리히 가이슬러(Heinrich Geißler, 1814~1879)교수로부터 진공관을 건네 받았다.

가이슬러가 만든 진공관은 만들 때부터 유리병 양쪽에 양극과 음극 두 개의 전극을 넣고 공기를 빼내 밀봉한 반영구적인 유리관이었다.

플뤼커는 가이슬러진공관을 이용한 방전을 통해 기체와 전기의 상관관계를 알아내고자 했다. 그래서 전류가 전극사이를 흐를 때 그 관에 나타나는 빛의 성질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1858년 플리커는 방전된 기체가 자석근처에서 어느 정도 휘는 것을 발견했다. 이듬 해에는 방전관의 음극 근처에서 밝은 녹색의 발광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발견하기에 이른다.

플뤼커의 연구는 그의 제자 빌헬름 히토르프(Johann Wilhelm Hittorf, 1824~1914)로 이어졌다. 1869년 히토르프는 진공펌프를 이용해 고진공 방전관을 만들었다.

히토르프는 이 광선이 고체 뒤편에 그림자가 생기게 하는 것을 보고 음극에서 복사선이 나와 양극으로 직진한다고 생각했다. 또 이 광선이 자장에 의해서 휘어지고 유리에 닿으면 발광을 한다는 것도 알아냈다.

이 광선의 정체는 무엇일까?

1876년. 베를린 대학의 헬름홀츠 밑에서 연구하던 골드슈타인(Eugen Goldstein, 1850~1930)은 플뤼커와 히토르프의 실험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보았다.

그는 이 광선을 실험할 때 양극에서도 방사선이 나온다는 것을 발견하고 운하와 비슷한 구멍이란 의미의 운하선(cannal ray)이라고 이름 지었다. 그리고 자신이 관찰한 음극에서 나오는 직진성 광선에 대해서는 최초로 ‘음극선(Kathoden strahke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크룩스관

1875년. 영국의 물리학자 윌리엄 크룩스(Williams Crookes,1832~1919)는 가이슬러관의 진공상태를 높이고 디자인도 바군꾼 개량형 진공관을 만들었다.

그의 진공관은 당시 유럽에서 만들어진 그 어떤 것보다도 강력한 진공상태를 유지했다. 물론 이전에 나온 것처럼 관 양쪽 끝이 음극과 양극으로 봉해진 유리관이었다.

크룩스는 금속 십자가를 유리진공관에 넣고 음극선을 유리관 벽에 부딪치게 하는 실험을 해보았다.

실험중 진공관의 양극이 음극의 정반대 쪽에 놓여지지 않았을 때엔 음극에서 나온 방사선이 양극을 빗나가 반대쪽 유리벽을 때리면서 유리 위에 밝은 점을 만들어 냈다.진공관 내부 음극선 앞에 십자가를 놓으면 이 그림자가 반대쪽 관의 벽면에 나타났다. 그는 이 때 음극 반대쪽 진공관 벽이 엷은 녹색형광을 띠는 것을 보았다.

이 형광을 막으면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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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룩스는 이에 대해 알고자 했지만 여기서 좀더 나아가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또다른 과학자 뢴트겐이 자신의 연구실에서 이 진공관으로 뭔가를 발견하기 직전에 있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화제를 몰고 사건 중 하나인 X선이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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