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스페인)=김태정 기자>“브랜드만 가리면 국산인지 중국산이지 도무지 모르겠다”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4’의 중국 스마트폰을 본 한국 참관객들이 이렇게 혀를 내둘렀다. 우려와 긴장, 분개까지 읽히는 분위기다.
화웨이와 ZTE 등 중국 제조사들은 24일(이하 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MWC 2014’에 보란 듯이 국산과 유사한 고급형 제품들을 투입했다.
지난 수년 중국 스마트폰의 국산 베끼기가 ‘일상’이었음을 감안해도 놀랄 수밖에 없는 제품들이다. 단순 디자인뿐만 아니라 고급형 기술까지 베끼면서 따라왔다.
ZTE의 경우 스마트폰 카메라의 광학식 손떨림보정(OIS, Optical Image Stabilizer) 기능을 집중 시연하고 있다. 최고의 OIS 스마트폰이라는 광고 영상이 전시관에 퍼졌다.
OIS는 지난해 하반기 LG전자가 스마트폰 ‘G2’로 선보인 기술이다. LG전자 카메라 기술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물론, 기술 도입은 기업 자유이나 ZTE는 기능 시연까지 LG전자를 연상케 한다. 몇 달 전의 LG전자가 공개한 OIS 시연 영상이 현재 화웨이 부스에서 브랜드만 바꿔 나오고 있다.
화웨이와 ZTE가 스마트폰 크기를 5인치대에 맞춘 것도 국산 전략 그대로다. 이들이 고급형으로 내세운 제품 대부분 4인치대 후반에서 5인치대 대화면이다.
디자인이 국산들과 너무 흡사해 외국인 참관객들이 중국 부스에서 “이 제품은 삼성이나 LG와 제휴해 만든 것이냐”고 묻는 장면들도 흔히 보인다.
한 국산 제조사 임원은 “상용화 된 국산 스마트폰 하드웨어 기술 가운데 화면이 휜 커브드 기술만 빼고 중국이 다 따라했다”며 “기술 발전은 높이 살 부분이지만 계속 우리만 베끼려는 의도가 너무 보여 불편하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의 베끼기 작전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보안 강화로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24일 발표한 ‘갤럭시S5’를 25일 현재까지 부스에 올리지 않고 소수 인원에게만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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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MWC에서 “중국이 베낄까봐 신제품 공개가 조심스럽다”던 삼성전자 임원들의 걱정이 더 심각한 수준으로 커졌다.
한편, 화웨이와 ZTE는 MWC 주요 전시관인 3홀에서 삼성전자 바로 앞에 대형 부스를 차렸다. 국산과 유사한 이들의 에이스 제품들에 관람객들이 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