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13자리 숫자, 어떤 대안들이 있나

최강 대안은 '새 일련번호 + 영역별 다른 식별번호'

일반입력 :2014/02/10 16:47    수정: 2014/02/10 16:47

손경호 기자

주요 카드사 개인정보유출 사건 이후로 각 산업군에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는 주민등록번호 대신 다른 개인식별번호 마련해야 한다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현재로선 안전행정부가 공공영역에 한해서만 최소 영역에서 주민번호를 사용하고 의료, 금융, 교육 등 각 산업군별로 고유 번호를 주민번호와 연동시키는 방안이 대안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걸림돌도 만만치 않다.

주민번호 체제 개편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마련된 국가경쟁력위원회가 2009년 성균관대에 의뢰한 '주민등록번호제도 개선방안 연구' 최종보고서를 통해 시작됐다.

당시 보고서에는 경제협력기구(OECD) 국가 중 한국처럼 전 국민에게 일률적, 강제적으로 번호를 부여한 뒤 폭넓게 활용하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해외에서는 사용 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하거나 본인 요청, 재발급할 경우 번호를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는 지적이 담겼다.

이후 논의가 계속됐다. 2011년에 이어 올해까지 논의가 이어졌지만 구체적인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다.

현재로선 주민번호제도 자체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 법, 제도, 산업군별 본인확인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하는 만큼 큰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주민번호 체제 아래 각 영역별로 고유 개인식별번호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만하다는 의견이 많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주민번호를 직접 활용하는 것은 일부 공공영역에서만 가능하도록 제한하고, 의료는 의료보험증 번호, 은행은 카드번호나 계좌번호, 이동통신사는 휴대폰 번호 등으로 본인을 확인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염 교수에 따르면 이를 시스템으로 구현한 것이 아이핀이다. 그러나 아이핀은 2006년 도입 이후 현재까지 인터넷 게임 등 일부 웹사이트 접속을 위한 인증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액티브X 기반 보안모듈을 여러 개 설치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대중성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아이핀 비밀번호 찾기를 하다가 결국 실패했다거나 입력하라는 것들이 많아 그냥 발급을 포기했다는 등의 사용자 불만도 적지 않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비슷한 맥락에서 각 영역별로 서로 다른 개인식별번호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했지만 아이핀과는 다른 수단이 돼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2012년 안행부가 진행한'주민등록번호 사용제한 및 발행번호 도입 방안연구용역'을 수행했다. 지난해 이와 관련한해 열린 세미나에서 김 교수는 아이핀은 불편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며 주민번호 자체를 이원화해서 관리하는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가 제시했던 방안은 안행부만 주민번호를 알고 있고, 외부에서 활용하기 위한 용도로 개인들에게는 별도 번호를 발급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주민번호와 연동되는 개인식별번호는 발행년도 대신 알파벳을 사용하고, 발행순서별로 8자리 숫자를 쓰는 등의 방법으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도 안행부(당시 행정안전부)에 도입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기존 주민번호 대신 13자리로 이뤄진 임의 숫자를 새로운 개인식별번호로 발급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 안은 여전히 모든 영역에서 하나의 개인식별번호를 사용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에도 사회보장번호 자체는 행정적으로 필요한 특수한 경우에만 활용하고, 다른 영역에서 공개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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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부터 주민번호에 대한 문제를 지적해 온 진보네트워크센터 오병일 활동가는 현재 주민번호는 사실상 다 유출됐다고 봐야한다며 생년월일, 성별, 출신 지역 등이 포함되지 않는 별도 일련번호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오 활동가는 앞서 각 영역별로 서로 다른 개인식별번호를 써야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하나 주민번호 자체도 새로운 일련번호를 도입하도록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안행부 내에서도 주민번호 대신 일련번호를 사용하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