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에서 PC부문과 엔터프라이즈 사업을 각각 맡았고 한때는 최고경영자(CEO) 후보에도 올랐던 거물급 임원 2명이 떠난다. 토드 브래들리와 데이브 도나텔리 부사장이다.
로이터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5일(현지시각)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HP 핵심 사업들을 이끌었던 브래들리와 도나텔리가 몇주 안에 회사를 떠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WSJ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과거 HP의 유력한 CEO 후보로 브래들리가 거론된 적이 2번 있었고 도나텔리는 최소1번 있었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은 이들이 몇달 전부터 출근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HP 대변인은 이들이 여전히 HP에서 일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로이터가 인용한 소식통 4명은 두 HP 임원이 몇달간 새 일자리를 구하며 면접을 보러 다녔다고 전했다. 소식통 중 2명은 그들이 조용한 퇴임을 위해 새로운 교환 스톡옵션 계약 조건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브래들리는 이달말 퇴사하면서 제한주식을 귀속하는 비밀계약 일환으로 1천200만달러(약 129억원) 가량을 받고, 도나텔리는 오는 3월까지는 잔류하며 800만~1천만달러(약 86억~107억원)를 받는다고 한 소식통은 언급했다.
두 임원의 퇴사와 관련된 비밀계약은 지난해 여름 체결됐으나 실제로 떠나는 시점이 늦어진 배경은 해당 소식을 가급적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라는 게 다른 소식통의 설명이다.
브래들리는 지난 2011년 단명한 태블릿 '터치패드' 사업을 포함해 한때 HP의 단일 최대 조직이었던 PC 및 디바이스 사업부를 총괄했는데, 이 분야는 몇년간 정체해 얼마 전 '최대PC제조사' 자리를 레노버에게 빼앗겼다. 브래들리의 직책은 지난해 6월 중국 사업 강화 역할로 바뀌었다.
도나텔리는 HP가 지난해 여름 회계 3분기 수익이 9% 떨어진 엔터프라이즈사업부 실적을 공개하며 멕 휘트먼 CEO가 신통치 않은 분기 성과의 책임을 지우고 나서, 투자목적으로 개발초기 기술을 평가하는 업무로 자리를 옮겼다.
HP 대변인은 당시 임원 2명의 보직 변경 사유에 대해 기업 회생을 위해 충분히 빠른 (실적상의) 진전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휘트먼 CEO는 그 역할에 새로운 리더십을 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익명의 소식통들이 전한 임원들의 퇴사 여부와 비밀계약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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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소식통 2명은 브래들리와 도나텔리가 HP를 애플, 삼성전자와 맞붙는 모바일컴퓨팅 업체 대신 기업용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업체로 바꿔가려는 휘트먼 CEO의 비전에 동조하지 않는다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HP 대변인 측은 이에 대해 브래들리와 도나텔리를 포함한 HP 임원과 이사진들은 휘트먼 CEO의 전략에 동참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