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 전략 강화하는 델, 연착륙 가능할까

일반입력 :2014/02/03 18:05    수정: 2014/02/03 19:15

델코리아가 자사 채널 파트너들의 영업권을 일정 수준 이상 보장하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엔터프라이즈 생태계 구축 측면에서 한발 앞서 있는 한국HP와 한국IBM를 따라잡기 위한 행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델코리아는 이달부터 영업 담당자들이 사업 진행 현황을 공유하는 내부 전산망에 동일한 프로젝트가 올라올 때 먼저 등록한 쪽이 사업 우선순위를 가져가는 정책을 시행한다.

이를 통해 델코리아는 내부 영업조직과 채널 파트너가 비슷한 시점에 같은 사업 수주에 나설 경우, 누가 수행 주체가 될지를 결정하는 절차를 투명하게 가져갈 수 있게 됐다.

과거 델코리아는 직접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진행하는 '다이렉트세일즈' 팀을 통해 국내 수천개 고객사를 만나 왔다. 델코리아가 경쟁사 한국HP나 한국IBM처럼 솔루션 구축 업체, 총판, 재판매업체로 이뤄지는 파트너들을 갖추고 간접 영업에 적극 나선지는 2년도 되지 않았다. 델은 간접영업 체계를 총지휘하는 조직인 '글로벌커머셜채널(GCC)'을 2012년에야 국내에 출범시켰다.

그런만큼, 델은 파트너들에게 HP, IBM와 손잡는 것보다 좋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한국HP나 한국IBM은 국내 시장에서 안정된 채널 파트너 생태계를 구축한 상황이다.

이전에도 델코리아 직접영업 조직과 채널 파트너들은 내부망을 통해 영업 진행 현황을 공유해왔다. 다만 양측이 비슷한 시점에 동일한 특정 사업을 맡으려 할 경우 수행 주체를 놓고 혼선이 있었다.

델코리아 채널 파트너가 전산망에 특정 고객과 진행하려는 영업 프로젝트를 올린 뒤 델코리아 직접영업 팀이 동일한 내용으로 전산망에 올렸더라도, 최종 진행 권한은 델코리아 직접영업 조직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있었다.

이 경우 영업조직에서 진행하려는 거래를 앞서 발굴한 채널 파트너들은 뒤늦게 사업 기회를 빼앗긴 셈이지만, 문제제기는 쉽지 않았다. 채널은 계약관계상 '약자'이기에 이런 일을 당해도 보통 속앓이로 끝나는 식이었다.

사실 델뿐 아니라 HP나 IBM처럼 직간접 영업이 공존하는 IT솔루션 영업 생태계에서, 특정 고객을 상대로 채널 파트너가 공급사 영업팀이 중복 관여할 경우 영업 기회가 업체 측에 넘어가는 경우를 찾아보긴 드물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파트너 업체들 사이에서도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델코리아 파트너 A사의 대표는 델이든 HP든 IBM이든, 같은 고객을 상대로 공급사 내부 조직과 채널 파트너 영업 담당자들이 부딪치는 상황을 피할 수는 없다며 관건은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양자간 관계나 사업 수행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방법에 공정하고 일관된 원칙을 정립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델코리아 파트너 B사의 영업 담당 임원은 공급사 측이 채널 파트너와 같은 고객을 상대로 경쟁할 경우 아무래도 시장과 고객에 대한 정보력이 뛰어나고 더 유연한 조건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선순위를 가져가기에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델코리아는 이달부터 기존 관행 대신 전산망에 선착순으로 등록한 영업건에 우선순위를 인정하는 정책을 적용했다. 이전에는 내부 영업팀과 채널 파트너가 같은 고객 대상 영업을 등록시 정황상 어느 한쪽이 '양보'해야 했다면 이제는 그런 과정 없이 명시적으로 드러난 영업현황 등록 시점만이 기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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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코리아 GCC 관계자는 이전엔 전산망에서 중복 영업 진행 여부를 확인하더라도 우선순위 결정은 구두 및 증빙 자료를 검토한 뒤에 이뤄졌다며 최종 진행 주체를 결정시 파트너가 절차상 투명하지 못하다고 여길 소지도 없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번 조치에 대해 작은 변화일 뿐이라면서도 국내서 (경쟁사들에 비해 훨씬 늦게 출범한) 파트너 중심의 간접판매 전략을 강화하기 위해 생태계 참여자인 채널 파트너들의 영업을 장려하는 성격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