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이 대세인 국내 시장에서 작년 12월 출시 된 플레이스테이션4 (이하, PS4)가 품귀 현상이 있을 정도로 예상 외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비슷한 시기 세계 최대 PC게임 마켓인 ‘스팀 (Steam)’을 운영하고 있는 ‘밸브 코퍼레이션 (Valve Corporation) 이 콘솔 게임 전용 OS인 ‘스팀 OS (stream OS)를 무료로 공개했다. 이후 ‘스팀 OS’에 최적화 된 PC인 ‘스팀 머신’을 잇따라 내 놓으며 시장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오랜만에 나온 관심 가질만한 OS와 이를 기반으로 한 ‘스팀머신’이 IT 지형의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정리 해 보았다.
■‘스팀 OS’는 왜 나왔을까?
콘솔 시장은 PS와 X박스로 고착화 되어 있기에, 제 3의 업체가 진출해 성공하기는 매우 어려운 시장이다. 또 ‘소니’와 ‘MS가’ 콘솔 부분에서 적자를 내고 있기에 굳이 부담을 감수할 만큼 매력적인 시장은 아니다.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을 밸브는 왜 콘솔 시장에 진출 했을까? 이에 대한 힌트로 창업자인 ‘게이브뉴웰(Gabe Newell)’ 이 2012년 뉴미디어라이츠닷컴 (newmediarights.com)과 진행한 인터뷰를 주목 할 필요가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MS의 폐쇄성을 지적하면서 MS 정책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가 우려한 것은 윈도 앱스토어 정책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를 점차 폐쇄적으로 가져 가고 있으며 그럴 수 밖에 없는 시장 환경이다. MS는 ‘윈도’를 판매해 천문학적인 수익을 얻었지만 앞으로는 OS 판매를 통해 수익 내기가 힘들어 질 것이다. 대신,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통해 우리가 이미 익숙한 것처럼 OS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앱스토어를 통해서만 프로그램을 설치 하게 하고 여기서 거래되는 비용의 일정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수익을 낼 수 밖에 없다.
해외 언론에선 ‘윈도9’의 무료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 지디넷의 래리 디그넌 편집장은 칼럼에서 ‘윈도9’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료로 배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술적으로도 PC 이외에 다양한 기기들을 지원해야 하는 최근 OS 요구 사항에 부응하기 위해서도 OS에 설치되는 프로그램들을 통제하는 방식이 유리하다.
실제로 MS는 윈도를 점차 폐쇄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게이브뉴웰’이 지적한 것처럼 태블릿을 위한 OS인 ‘윈도RT’에서는 ‘윈도 스토어’를 통해서만 프로그램을 설치 할 수 있다.
밸브는 게임 개발사로 유명하지만 '스팀'
MS의 정책 방향이 스팀의 생존에 큰 위협으로 다가 왔기에 밸브는 OS를 직접 제작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PC시장의 위기도 밸브가 스팀OS를 내놓은 이유중 하나다. MS정책과는 별개로 PC 시장 규모가 크게 줄어 들고 있다. 스팀은 6천500만명이 넘는 가입자와 탄탄한 충성도를 기반으로 매출이 아직은 증가하고 있지만 기반 플랫폼 사용자가 줄어 들고 있는 상황에서 앞날이 밝을 수는 없기에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콘솔 시장은 죽음의 시장이다
하지만 스팀이 진출한 콘솔 시장은 죽음의 시장이다. 소니와 MS는 치킨 게임을 하고 있다. 외형적으로만 보면 콘솔 게임 시장은 전체 게임 시장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국내에서는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이 대세이지만 미국, 일본, 유럽 등 대부분의 시장에서는 높은 품질이 보장되는 콘솔 게임이 아직도 대세다.
하지만 내실을 보면 시장 강자인 소니와 MS 역시 천문학적인 손해를 보고 있는 시장이다. PS3가 출시된 다음 해인 2007년 소니의 재무 보고서를 보면 PS을 통해 한 해 동안 우리나라 돈으로 6 ~7 조원을 손해 본 것으로 추정된다.
MS도 X박스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X박스 사업부 분사와 사업철수설이 끊임 없이 나오고 있다. MS는 엔터테인먼트 및 디바이스 사업부에 안드로이드 로열티 사업부가 소속되어 있는데, 작년 기준 안드로이드 생태계에서 연 2.2조 원의 돈을 벌었지만, 2.1조원을 X박스로 까 먹고 있어 남는 것이 없는 상황이다.
■스팀OS와 이를 탑재한 스팀머신이 성공 할 수 있을까?
스팀OS는 단기적으로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밸브사 역시 MS 정책 변화와 PC 시장의 위축으로 콘솔 시장에 진출 했지만 단기적으로는 MS와의 협상과 시장 리더십 확보 등의 간접적인 이득만 있을 뿐 큰 이익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본다.
필자는 밸브 역시도 스팀 머신을 통해 콘솔 시장에서 돌풍을 기대 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본다. 그들이 성공을 기대 할 것이라고 보기에는 밸브의 초기 추진 전략이 너무 미온적이다. 치킨 게임을 하고 있는 콘솔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 들기 보다는 한 발자국 떨어져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 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은 게임 전용 OS 출시, 스팀머신 지원 등 시장 맛보기를 통해 긴 호흡을 보며 시장을 살피려고 할 것이다. 미래를 위한 포석 정도로 당분간 스팀OS와 스팀머신을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
스팀OS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스팀OS를 위한 전용 대작 게임이 있어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했지만, 밸브 홍보 담당자인 덕 롬바르디 (douglombardi)는 스팀OS에 맞게 최적화 한 게임은 있지만 스팀OS만을 위해서 출시하는 전용 게임은 없다고 못 박았다.
X박스 전용 게임인 ‘기어 오브 워’가 엑스박스의 외형을 크게 확장한 이력을 잘 알고 있을 밸브가 처음부터 전용 게임은 없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그들이 스팀OS에 전력 질주 할 생각이 없음을 밝힌 것이나 다름 없다. 게이브뉴웰이 리눅스콘에서 중점적으로 설명한 부분이 SDL((Simple Directmedia Layer)이라는 점도 주의 깊게 볼 대목이다.
SDL은 크로스플랫폼 라이브러리로 로우레벨 오디오, 키보드, 마우스, 조이스틱, 그래픽 하드웨어(OpenGL, Direct3D)를 제어 할 수 있게 해 준다. 당분간 전용 게임보다는 크로스 플랫폼 게임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안전하게 많은 게임이 실행 될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하겠다는 뜻도 되지만, 거꾸로 큰 모험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해석 될 수 있다.
밸브의 스팀머신 가격 전략 역시 밸브가 손해를 보고 콘솔 게임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생각이 없음을 보여 준다. 소니와 MS 모두 콘솔 게임기 원가에 크게 못 미치는 금액으로 판매를 하고 있는데, 스팀머신은 외부 업체와 제휴를 통해 생산하기 때문에 밸브와 스팀머신 제작사 모두 손해를 안보려 하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스팀머신은 PS와 X박스에 비해 비싸다. 하지만, 사용자들이 PS와 X박스보다 더 비싼 돈을 들여 스팀머신을 구매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력이 있는 설명이 없는 상황이다.
창업자 ‘게이브뉴웰’은 6천500만명의 기존 게임 유저들이 있기 때문에 스팀머신이 성공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기존 스팀 유저의 상당수는 별도 비용을 들어 게임 전용 기기를 사는 사용자들이 아니다. 콘솔 게임기 없이 PC에서 양질의 게임을 이용하려고 했던 이들이었기 때문에 이들의 충성도만으로 스팀머신 구매를 유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왜 엑스박스를 만들었나
스팀머신이 돌풍이 당장 일어 날 가능성은 적기 때문에 소니와 MS는 시장 점유율 하락 같은 직접적 타격은 적을 것이다. 하지만 내외부적으로 콘솔 사업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는 것은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천문학적인 적자에 비해 그들이 초기에 목표로 했던 것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PS와 X박스는 각각 1994년과 2001년 출시되었다. 당시는 하드웨어 대표 업체인 소니와 소프트웨어의 대표 업체인 MS 모두 가족이 모이는 거실을 확보해야만 미래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드웨어 업체 중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소니는 거실의 중심에 PS가 위치하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세계적 경쟁력의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와‘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에서 생산하는 콘텐츠를 통해 거실을 완전히 장악하고자 했다.
MS도 방에 있는 PC의 영향력을 거실로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MS는 콘솔 시장에서는 OS를 팔아 돈을 벌기를 원했을 뿐 직접 진출한 계획은 없었다. 대신 그들이 지원하는 ‘세가’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을 잡아 주기를 원했다. 세가 ‘드림캐스트’에 MS의 윈도 CE를 탑재 하며 간접적으로 시장에 참여했다. 하지만 드림캐스트는 PS에 완패하며 시장에서 사라졌다.
MS는 콘솔 게임 시장에서는 세가가 선방해 주기를 원했고 대신 자신들은 거실 장악을 위해 웹TV 사업에 직접 뛰어 들었다. 1997년에는 약 4천500억원을 주고 웹TV 업체를 인수했다. 웹TV는 인터넷, 채팅, 이메일 같이 컴퓨터에서 하던 작업을 거실에서도 TV를 통해 할 수 있게 해 주는 업체였다. 하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결국 MS는 거실 장악을 위해 시도한 드림캐스트 지원 전략과 웹TV 전략 모두 실패를 맛봐야 했다. 빌 게이츠는 직접 소니의 CEO 이데이 노부유키를 찾아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에 윈도 제품군을 사용 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이데이 노부유키는 거절했다. 이에 빌게이츠는 크게 화를 냈고 직접 콘솔 게임시장에 진출 하기로결정했다. 당시 MS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 모두 생산 원가에 크게 못 미치는 금액으로 PS와 X박스를 판매하고 있다. 그들은 시장 진출 전부터 큰 손실을 예상했고 그 예상은 현실이 되었다. 하지만, 그들이 큰 손실을 감내 하려고 했던 이유는 그들의 게임기가 거실을 장악하게 되면 거실이 그들의 독무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또 다른 큰 비즈니스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15 ~ 20년이 흐른 지금 시장은 그들의 예상과 크게 달라져 있다. 모든 플랫폼은 모바일이 이끌어 가고 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통해 모바일에서 인기를 얻은 후 구글TV와 크롬캐스트로 거실에 효과적으로 입성하고 있다. 애플은 애플TV를 통해 거실로도 영향력을 확장해 가고 있다.
특히 이들은 거실에서 소니와 MS처럼 손실도 보지 않고 수익을 내며 지분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소니와 MS 내외부에서 콘솔 게임에 대한 회의론이 더 거세질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실제 소니와 MS를 향해 주주들과 컨설팅 업체들은 여러 번 콘솔 사업 철수를 주문했다.
스팀OS 출시, 그리고 손해보지 않기 위해 영리하게 OS만 제공하며 간접적으로 진출하는 전략은 천문학적인 손해를 보고 있는 소니와 MS에 큰 부담을 줄 것이다.
핵심은 엔비디아가 움직였다는 것이다.
이번 스팀OS에 대해서 주목 할 점은 스팀OS 자체보다 스팀OS가 엔비디아 GPU에 최적화 되었다는 점이다. 스팀OS는 리눅스 배포판 중에 하나인 데비안을 이용해 게임에 특화 시킨 OS로 아직은 특이점을 찾기 어렵다.
리눅스 커뮤니티에서 떠도는 오래 된 농담이 '리눅스 관련 가장 큰 거짓말은 올해는 리눅스가 데스크톱에 진출하는 원년이 될 것이다' 말이다. 매년 반복 되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리눅스는 일반 개인들이 PC에 설치 해 놓고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다.
가장 큰 이유는 리눅스에서 지원되는 게임이 드물기 때문이다. 개인이 집에서 PC를 실행하는 이유 중 대표적인 이유는 게임을 하기 위해서이다. 리눅스에서 게임 실행이 어려운 것은 리눅스가 데스크톱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방해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가장 큰 이유는 세계 최대 GPU 업체인 엔비디아가 리눅스 지원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012년 6월 리눅스를 만든 ‘리누스 토발즈’는 공개 석상에서 엔비디아를 비난하며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올려 논란을 만들기도 했다.
MS 입장에서 보자면 엔비디아는 그 동안 리눅스가 데스크톱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막는 훌륭한 수비수였다. 엔비디아가 스팀OS를 최적화 했다는 것은 스팀OS를 넘어 리눅스가데스크으로 진출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스팀OS 외에 다른 리눅스의 지원도 늘어 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X박스가 1차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
엔비디아가 윈도만을 지원한 이유는 윈도가 거대 시장이라는 비즈니스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MS와의 관계 때문이기도 하다. 엔비디아는 MS가 X박스를 통해 키운 회사이다. 엔비디아가 X박스에 그래픽 기술을 제공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들은 직원 20명 정도의 작은 벤처 기업이었다.
90년대 중후반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주목 받은 기술은 PC에서 3D를 구현하는 기술이었다. 인텔, 3dfx. S3. ATI 등 약 50개 업체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었다. 때마침 영화 ‘쥬라기 공원’의 성공으로 대중의 관심도 크게 높아지고 있었다. 많은 업체가 있었지만 MS는 신생 벤처인 엔비디아를 선택해 처음부터 X박스 개발을 같이 했다.
콘솔 게임의 핵심은 결국 그래픽 기술이다. MS가 신생 벤처인 엔비디아를 선택 한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결국 핵심 기술을 경쟁 업체에 넘기지 않으려고 했던 의도로 보인다. 그만큼 엔비디아는 X박스 기술의 많은 부분을 알고 있다.
수직 계열화를 통해 PS를 생산하는 소니에 비해 제조가 약한 MS는 더 많은 외부 업체와 제휴를 통해 X박스를 생산했다. 엑스박스 생산에 참여 했던 업체 중 스팀을 지원하는 업체들이 늘어 날 경우 X박스의 많은 기술 정보가 스팀측으로 넘어 갈 수 있다.
PC 시장에서 윈도의 지배력이 약화 될 수 있다.
현재 PC의 위상은 과거와 비교 할 수 없이 낮아졌다. 그럼에도 일반인들이 PC를 사용하는 이유는 MS-오피스와 게임 때문이었다. 밸브는 이 중 게임의 가장 큰 지분을 가지고 있는 업체이다. 하지만, 밸브는 MS의 영향력을 벗어 날 수 도 있다는 것을 스팀OS를 통해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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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입장에서는 우려해야할 업체들이 또 있다. PC 제조 업체들이다 MS가 노키아 인수로 디바이스 시장에 직접 진출하면서 전통적인 우군이었던 델과 HP 같은 하드웨어 업체들과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 델과 HP와 같은 업체들에게 스팀OS는 MS에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해 준다.
스팀OS는 최초의 고객 진화적인 리눅스이다. 시장도 적어지고 있고 마진도 거의 없는 PC 시장에서 스팀OS는 PC 제조 업체들에게 큰 유혹이 될 수 있다. 특히, 요즘 PC 시장에서 경쟁력은 얼마나 게임에 최적화 되여 있냐는 것으로 결정 되는 현실에서 스팀OS는 이들에게 매력적 일 수 있다. 이들이 윈도를 버리고 스팀OS를 기본 탑재하기 시작 할 수 있다고 보며 이 경우 MS 입장에서는 큰 위협이 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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