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의 아시아태평양 일본(APJ) 지역 x86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사업을 책임지는 최근 한국을 찾아 기업 데이터센터 시장의 대세는 '통합'임을 분명히 했다.
필 데이비스 델 APJ 엔터프라이즈솔루션 그룹 총괄 사장은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시장에서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킹 솔루션의 구별이 흐려지는 것이 두드러졌다면서 기업들이 컴퓨팅, 네트워킹, 스토리지 기술을 메인프레임처럼 상호 통합, 연결된 분산 환경으로 구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델이 국내서 2년째 확산을 늦춰 온 '컨버지드 인프라' 시장 대응과 관련 본사와 보조를 맞추겠다는 의지로 비친다. 델 본사가 프로모션하고 있는 컨버지드 인프라 솔루션 '액티브시스템'과 그 전략인 '액티브인프라스트럭처'가 국내서도 확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3~4년 전만 돌이켜봐도 컴퓨팅 서버와 데이터 스토리지나 네트워킹 장비는 제각각이었습니다. 그런데 기업들이 x86 서버기반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과 실시간 분석이나 빅데이터 기술을 요구하면서 각 장치들간의 경계가 모호해졌어요.
그에 따르면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IT인프라 전략은 조직에서 원하는 업무에 알맞게 조정된 기술을 빠르게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를 위해선 데이터센터내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를 그 기술 자체에 초점을 두고 구성하기보다 우선순위가 높은 업무를 지원하는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프라이빗클라우드 또는 하둡 어플라이언스나 인메모리 기반의 SAP 고성능분석어플라이언스(HANA)같은 분석 데이터베이스(DB) 시스템 등, 특정 업무 용도를 겨냥한 통합 솔루션들이 등장하는 배경이다.
다만 통합 솔루션들은 한 몸에 다양한 기술을 품는다. 역할마다 그 구성은 천차만별일 수 있다. 다양한 기술을 결합한 x86 시스템으로 구성된 환경은 원래 한 몸이었던 메인프레임보다 더 복잡한 운영과 관리 역량을 요구한다.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를 포함해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대한 다양한 기술 구성요소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통해야만 제대로 지원될 수 있다는 논리다.
기업들이 기존에 투자한(레거시) 인프라를 한꺼번에 갈아엎고 한 번에 수백만달러씩 투자하면서 업그레이드를 하려 들진 않아요. 그래서 델은 이기종 레거시와 신규 인프라간 상호운용성을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킹 계층별로 모두 보장하는 진화론적 접근방식을 지원합니다.
데이비스 사장에 따르면 IT업체라면 포괄적인 기술 전략 그리고 자체 노하우와 파트너들의 역량을 통해 복잡한 인프라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그는 델이 그런 광범위한 시장 요구에 맞춰줄 수 있는 준비를 해 왔음을 부각했다.
데이비스 사장이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는 델이 2년 전부터 주창한 '컨버지드 인프라' 전략을 떠올리게 한다. 델은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여러 부문별 하드웨어 업체와 각종 인프라 관련 소프트웨어(SW) 업체를 인수하고, 이를 꼭 맞춘 형태로 묶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그의 관점에서 컨버지드 인프라는 최고정보책임자(CIO)들이 IT서비스를 빠르게 제공하고 데이터센터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IT서비스 품질을 강화할 열쇠이자 새로운 인프라 설계, 구매, 배포, 통합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관리를 최적화할 방법론이다.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자원을 제어하는 동시에 거기서 돌아가는 애플리케이션도 관리 대상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기업들이 운영을 자동화하고 빠르게 안정적으로 자원을 배분하면 결국 이익이 창출되죠. 자동화는 수동 업무처리 환경에서 감수해야 했던 비용, 지연시간, 잠재적 오류, 인프라 자원 낭비를 줄이고 스스로 성능 병목을 알릴 수 있습니다.
관리와 운영 효율화 관점에서 델이 추진해 온 컨버지드 인프라 전략은 지난 2012년 '액티브 인프라스트럭처'라는 솔루션과 기존 어플라이언스 형태의 솔루션 'V스타트'를 계승한 '액티브 시스템'을 낳았다. 특히 액티브 시스템은 V스타트 때와 비교를 불허하는 구성요소간의 긴밀한 결합력이 강조된 제품으로 묘사된다.
데이비스 사장이 시장 비전을 언급하며 새삼스럽게 2년 묵은 액티브 인프라스트럭처 전략을 떠올릴만한 발언을 내놓은 배경은 그간 시기적으로 뒤쳐졌던 국내 전략도 이제 글로벌 트렌드에 비슷하게 가겠다는 암시일 듯하다. 지난해가 델 본사가 액티브 인프라스트럭처와 액티브 시스템 전략을 본격 전개한 시기였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액티브시스템의 전신인 V스타트 솔루션 공급 이외에 공식적 움직임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본사가 엔터프라이즈 시장 공략을 강화하면서 직판제를 벗어나 채널 영업으로 사업모델 변화를 추구한 후속 조치로 지난해 하반기 한국을 포함한 APJ 지역서도 글로벌 커머셜 채널(GCC) 파트너십 정비에 들어간 움직임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세계 시장에서 고객들은 서로 다른 데이터센터 인프라간 융합을 요구하는 추세고, 델은 그걸 수용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에게 복잡성 없이 이익을 끌어올릴 수 있는 융합 인프라를 실현하기 위한 요령으로 하드웨어 범주를 넘어선 인프라, 다양한 도입 솔루션 모델 선택권, 개방성과 표준 기반 융합, 핵심적인 구성요소인 관리SW, 애플리케이션과 업무처리 대상에 기반한 설계 등을 제시하고 있죠.
데이비스 사장은 한국 서버 시장에서 성장 잠재력이 큰 분야로 웹 기술, 특히 소셜미디어 같은 인터넷 기반 서비스 부문을 지목했다. 최근의 인터넷 서비스 영역은 고도의 가상화가 필요한 인프라다. 가상화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관리를 자동화한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이 전제된다. 이를 고려하는 기업들은 혁신이 아니라 그걸 통한 비용 절감 효과에 관심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개별적인 상황을 분석해 현업 요구와 처리 가능한 업무 성격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회사가 다양한 가상화 또는 클라우드 인프라 수요에 대응함으로써 한국을 포함한 APJ 지역 x86 서버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 기대하는 눈치다. x86이 지배적인 서버 모델로 자리잡기까지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이미 메인프레임과 유닉스의 시대는 지나갔고 x86 서버에 그 자리를 내 주는 과정으로 묘사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델 서버와 네트워크 부문 사업을 합친 성장률은 19% 정도예요. (x86, 유닉스, 메인프레임을 포함한) 세계 서버 시장 규모가 감소 중이라는 특정 조사업체의 자료와 달리, APJ 지역에선 서버 시장 규모가 분기마다 성장 중이죠. 거의 매 분기 2자리수, 또는 1자리수 후반대 성장률을 보입니다.
델은 아직 세계 서버 시장에서 선두 업체로 올라서진 못했다. 조사업체 IDC의 분기별 서버 시장 자료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8월 집계된 2분기 118억5천700만달러 규모 시장에서 22억2천700만달러로 18.8% 점유율을 기록했고, 이어 연말께 집계된 3분기 120억8천500만달러 규모 시장에서 19억6천100만달러로 16.2% 점유율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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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간동안 메인프레임과 유닉스 서버 사업을 함께 갖고 있는 IBM과 HP가 1, 2등 자리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오라클과 시스코의 점유율은 4~5위에 그친다. 델은 하위권 사업자들과 격차가 큰 3위 업체다. 데이비스 사장은 현재 시장의 상위 소수업체가 시장 이익 대부분을 가져가는 구조가 형성돼 있는데 이를 델이 바꿔놓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과거 PC업계는 소수 업체에 점령돼 있었죠. 소비자용 제품들의 가격대가 상당히 높게 형성돼 있었고 상위 몇개 업체가 시장의 이익 대부분을 나눠 가졌어요. 그 판도를 델이 PC사업을 시작하면서 바꿨죠. 기존 사업자들의 원가구조를 와해시킬 수밖에 없는 구조를 들고 나왔으니까요. 델은 그 때처럼 현재 서버 시장의 경제학마저 변화시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