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델의 기운이 심상치 않다. 외부 인력을 대거 수혈하고, 조직을 재정비하더니 고객확보에 전과 비교할 수 없는 속도를 내는 모습. 최근엔 제대로 구성된 사업전략도 세웠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델코리아는 최근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별도로 나눴던 사업조직을 솔루션 사업부로 통합했다. 솔루션 사업부로 합쳐진 델코리아의 엔터프라이즈 조직은 발빠르게 시장 공략에 나선 상태다.
현재 솔루션사업부는 45명의 규모로 꾸려졌다. 진행중인 채용절차를 마무리하면 50명 가량의 인원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한국IBM, 시스코코리아 등 경쟁사 인물을 공격적으로 끌어모았다. 이 조직을 책임지는 인물은 최근 델코리아에 합류한 김성준 전무다. 김 전무는 한국IBM 출신이다.
조직 재정비는 미국 델 본사차원에서 진행되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전략에 따른 것이다. 델은 지난해 기업 및 데이터센터 솔루션으로 사업초점을 맞추면서,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했다. x86서버 사업을 강화하고, 컴펠런트와 포스10네트웍스 등을 인수하면서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로 이어지는 엔드투엔드 포트폴리오를 확보했다.
■4가지 핵심 아이템...전략적 통합
그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델코리아의 엔터프라이즈 시장 전략을 4가지로 요약했다. 가상데스크톱인프라(VDI), 유닉스-리눅스(U2L) 마이그레이션, 데이터센터 맞춤형 솔루션(DCS), 스토리지 등이다. 전체적인 틀은 각 제품별로 사업을 벌이기보다 통합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VDI는 현재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동안 서버 가상화가 기업시장의 한 축을 이뤘다면, VDI가 향후 몇년간 국내 클라우드 컴퓨팅 활용사업의 한축을 이룰 전망이다.
델은 VM웨어, 시트릭스,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해 사용자 규모별로 VDI 제품군을 구성했다. 김 전무는 “x86서버 전문회사로서 각 기업들의 VDI패턴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패키지화한 것”이라며 “가상머신(VM) 100개부터 300개, 500개, 1천개 등 원하는 규모에 따라 구매해서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U2L 전략은 유닉스 서버 제품을 갖고 있지 않은 델로선 필수적인 전략이다. 기업들의 유닉스 서버를 리눅스 기반 환경으로 마이그레이션해 시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델은 x86서버 기업 중 남달리 리눅스에 공을 들여왔다. 레드햇뿐 아니라 우분투, 수세 등 다양한 리눅스가 델 파워에지 시리즈에 최적화돼 판매되고 있다.
김 전무는 “세계 유일의 순수 x86 제조업체로써 유닉스의 비효율성 개선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며 “레드햇코리아와 절대적 얼라이언스 파트너십을 통해 유닉스 윈백에 나서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델코리아는 향후 점진적으로 데이터센터 내 티어3에 위치한 중형 유닉스 마이그레이션 고객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일방적인 마이그레이션 제안을 벌이기보다 고객 워크숍을 통해 관계 형성을 진행한 후 조금씩 흘러들어가겠다는 전략이다.
DCS는 델의 서버 사업에서 가장 독특한 분야다. 고객이 선호하는 PC 옵션들을 조합해 주문하면 즉시 공급하는 델만의 특징을 서버 영역에 이식한 것이다. 사용자마다 원하는 서버의 기능이 다른 만큼, 원하는 부분에 특화된 디자인으로 맞춤화해 공급한다는 개념이다. 메모리 슬롯 수를 줄이거나, 불필요한 시스템 자원을 제거하는 등 입맛에 맞는 제품으로 IT환경을 꾸릴 수 있다.
델에 따르면, 현재 DCS는 페이스북, MS, 바이두, 야후 등에 공급됐다.
DCS는 솔루션 컨설팅, 시스템 엔지니어링, 공급망 관리 등 모든 조직이 사용자 요구에 귀속돼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최소 14개월~최대19개월 동안 고객과 긴밀히 협력해 제품을 만들어낸다.
김 전무는 “페이스북과 같은 대형 포털이나, 대기업 그룹사 SI 프로젝트를 목표로 삼을 것”이라며 “최근 주목받는 오픈스택을 손쉽게 설치가능한 크로우바 패키지로 오픈소스 기반의 클라우드 기술 인프라 저변 확대도 강화하겠다”라고 말했다.
■디스크 백업, 스토리지 사업 강화
또다른 초점은 스토리지 중에서 데이터 백업이다. 스토리지 사업 강화는 당연히 수반된다.
기업 데이터는 전과 비교할 수 없는 양과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서버 가상화 및 통합, VDI, 클라우드 등이 본격화되면서 스토리지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델뿐 아니라 HP, IBM 등 경쟁사도 스토리지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다.
반면, 클라우드 환경으로 옮겨갈 때 데이터 백업에 대한 기업들의 접근은 부족한 현실이다. 김 전무는 “클라우드로 갈수록 데이터백업에 대한 이슈가 커지고 있지만 솔루션과 관심이 부족하다”라며 “이 점을 기회로 삼아 디스크 백업과 스토리지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델의 디스크백업 솔루션은 오카리나와 파워볼트 등이다. 델은 오카리나와 컴펠런트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델코리아는 이와 함께 이퀄로직, 컴펠런트 스토리지 영업도 강화한다. FC SAN, iSCSI, NAS 등을 모두 제공하는 컴펠런트와, 가상화·VDI·클라우드 환경에 최적화된 이퀄로직으로 대형 스토리지 시장을 공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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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무는 “현재 델코리아는 서버, 스토리지, 통합솔루션을 통한 엔터프라이즈 시장의 성장세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라며 “예상컨대 3분기 한국 x86서버시장에서 5%는 성장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NHN과 같은 대형 포털과 제조업체 고객을 치열한 경쟁을 거쳐 확보하는 등 성과가 나오고 있다”라며 “고른 영역에서 성장세를 유지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