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릭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전통적인 IT인프라 업체들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스토리지 업체체들도 마찬가지다. EMC의 경쟁업체는 IBM이 아니라 아마존이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그렇다면 전통적인 스토리지 인프라가 용도 폐기될 운명에 처한 걸까? '모 아니면 도'식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8일(현지시각) 영국 지디넷의 리뷰 에디터 찰스 맥레런은 '2014년 스토리지 개요'라는 글을 통해 2014년 스토리지 시장의 흐름을 전망했다. 그는 데이터 총량과 클라우드 스토리지 도입 규모가 확대되면서 스토리지 관리 효율을 높이는 기술에 대한 수요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의 전망을 정리했다.
■데이터 폭증
시장 조사 업체 IDC와 스토리지업체 EMC가 지난 2012년 12월 추정한 디지털 세계 전체 크기는 2천837엑사바이트(EB)다. 한해 동안 데이터가 생성되고 복제되고 소비된 총량을 의미한다.
디지털 데이터 규모는 오는 2020년에는 14배 이상인 4만EB로 늘어날 전망이다. 연간 2배씩 성장한다는 얘기다. 1EB는 1천페타바이트(PB) 또는 100만TB 또는 10억GB로 바꿔 쓸 수 있다. 업체들 예측에 따르면 2020년 디지털 세계의 용량은 지구인 1명당 5천200GB씩 나눠줘도 남을 정도가 된다.이를 감당하려면 이론상 스토리지 용량도 최소한 그만큼 늘어야 한다. 실제 저장하는 데이터보다 스토리지 용량이 커야 한다. IDC에 따르면 연간 스토리지 시스템 출하 규모는 지난해 2만2천 PB에서 오는 2016년 9만PB로 늘어날 전망이다.
데이터 크기와 그걸 감당할 스토리지 용량의 증가 자체는 놀랍지 않다. 그러나 IT관리자들 관점에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스토리지 용량 증가는 IT관리자들의 연간 계획에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스토리지 업계 종사자들의 당면 과제
IT관리자들은 올해 서드파티 클라우드 서비스로 더 많은 데이터를 이전하고 데이터와 스토리지 관리를 위한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는 스토리지가상화, 중복제거, 씬프로비저닝, 티어링 자동화같은 기능이 포함된다. 주류 스토리지 제품에 플래시같은 신기술도 빠르게 접목될 전망이다.
미래를 전망하기에 앞서 기존 스토리지 시장을 살펴보려면 EMC가 지난 2006년부터 발간한 스토리지시장 연례보고서 최신판 스토리지 관리: 동향, 변화, 선택지(2013-2014)를 참조할 만하다.
맥레런은 여기에 포함된 한 설문조사를 주목했다. EMC가 세계 800개 조직 관리자 및 IT전문가들을 대상 2지난해 진행한 조사 결과가 바로 그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IT관리자들이 스토리지와 관련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늘어나는 스토리지를 관리하는 일이다. 다음은 모든 새로운 데이터에 대한 백업, 복구, 아카이빙 솔루션을 설계하고 배포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세번째는 정보에 기반한 전략을 갖추고 전체를 조망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스토리지 관리 전략 분야에서 일부 우선순위는 지난 2012년과 2013년 사이에 특히 존재감이 커졌다. 외부 클라우드서비스 업체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한 비중은 4%에서 8%로 2배 늘었고, 빅데이터 분석인프라를 꼽은 비중도 7%에서 10%로 증가했다. 가상화된 서버 환경에서 스토리지를 설계, 배포, 관리하는 작업에 대한 응답은 31%에서 37%로 늘었다.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관련 항목의 순위는 빠른 상승세를 보였지만 절대적인 수치는 낮았다. 스토리지와 클라우드 전략에 대해 숙련된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점은 IT관리자들에게 우려사항이었다.
■클라우드 스토리지 부상
소비자들은 드롭박스, 박스(Box), 스카이드라이브, 구글드라이브같은 퍼블릭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를 적극 도입해왔다. 편리하고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들은 잠재적인 비용 절감에 끌리면서도 그들의 데이터가 클라우드에서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광범위한 도입를 가로막는 요소로는 보안성, 클라우드로의 데이터 이전, 종속성, 성능, 데이터 통제성과 규제 대응, IT부서의 대응 역량 부족 등이 꼽혔다.
결과적으로 대다수 기업용 클라우드 스토리지는 트랜잭션처리, 배치컴퓨팅, 웹서비스, 고성능컴퓨팅 및 분석업무 같은 우선적인 업무용 대신 2차 백업이나 데이터 아카이빙같은 부수적인 인프라에 도입됐다.
이런 경향은 새해 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분위기가 확 달라질것 같지도 않다. 클라우드 스토리지 업체중 지난해 9월 폐업을 2주 앞두고 '데이터를 찾아가라'고 공지한 '너바닉스'같은 사례는 기업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옮기려는 기업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웠다.
너바닉스는 2007년 미국에 설립된 퍼블릭, 프라이빗,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기반 스토리지 서비스 업체였다. 그런데 지난해 9월 중순 고객사 1천여 곳에 서비스 중단을 통보했다. 여기에는 IBM, 델, HP같은 유명 회사들도 포함됐다. 문을 닫은 건 통보 시점으로부터 불과 2주 후였다. 고객사들은 그 기간내에 필요한 데이터를 너바닉스 클라우드에서 다른 서비스로 옮겨야만 했다.
이 사례는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두는 건 마치 바구니에 담는 달걀처럼 한 곳에 몰아서 보관해선 안 된다는 교훈을 남겼다. 사용자가 장기간 클라우드에 쌓아온 데이터는 올릴 땐 편했지만 이를 필요할 때 되가져올 수 있는 방식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너바닉스같은 업체의 실패는 결과적으로 대기업들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랙스페이스, 테라마크같은 최상위 클라우드 서비스업체를 선호하게끔 유도한 듯하다. 이들 업체의 꾸준한 성장에는 클라우드서비스에 데이터를 보관한 주체가 필요할 경우 서로 다른 업체간의 데이터를 이전할 수 있는 방법을 명시한 서비스수준협약(SLA)에 대한 요구가 늘어났다는 점도 작용했다.
이런 우려에 따라 업계에선 '클라우드스토리지 게이트웨이'라는 기술의 사용도 증가했다. 클라우드 스토리지 게이트웨이는 대기업 네트워크에서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어플라이언스 형태로 설치돼 파일 및 블록 기반 네트워크 프로토콜과 클라우드서비스업체의 오브젝트스토리지 아키텍처간의 데이터를 변환해줄 수 있는 기술을 가리킨다.
이 분야 최신 제품은 IBM이 내놓은 '인터클라우드스토리지(IC스토어)'다.
■온프레미스 데이터 관리
몇몇 대기업들이 데이터를 퍼블릭 클라우드로 옮기고 있지만 EMC같은 업체가 시장 예측을 주제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스토리지 수요는 전통적인 비가상화 환경을 통합된 가상화 환경으로 변환하는 작업에서 많이 나온다.
EMC가 조사한 수치에 따르면 이제 전통적인(물리적인) 환경보다 가상화 환경에 할당된 스토리지 용량이 더 많다. 2012년에 변곡점을 지났다.
EMC 조사 결과는 내부 프라이빗 클라우드 스토리지가 전통적인 인프라 환경을 완전히 접수하는 시점이 오는 2016년일 것이라 예측한다. 다만 이 시점에도 기업의 외부 클라우드 활용 비중은 4위에 그칠 전망이다.
기업이 내부에 직접 설치해서 쓰는, 이른바 '온프레미스' 스토리지 통합과 가상화 움직임은 데이터 중앙화 스토리지를 사용해 효율을 높이려는 거대한 흐름의 일부다. 이같은 흐름은 증가하는 데이터량을 최적화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복제거와 씬프로비저닝과 스토리지 자동 계층화같은 기술이 여기에 동원된다.
■신흥 스토리지 기술
HDD는 1956년 등장한 이래 장수를 누렸다. 그런데 최근들어 플래시 메모리가 기업 환경에서도 도입할만한 저전력 고성능 저장매체로 급부상했다. 플래시는 지난해 통상적인 서버용 또는 하이브리드 HDD나 올플래시 어레이 기반 플래시스토리지에 탑재되는 보조 저장매체로 자리잡으면서 주류화됐다는 게 스토리지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금까지 플래시는 같은 저장공간의 디스크 저장매체에 비해 가격대가 높았다. 그러나 개인용 멀티레벨셀(MLC) 플래시를 적용한 엔터프라이즈급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가 나오면서 HDD 대신 플래시만으로 스토리지 시스템을 구성한 올플래시 스토리지 제품 가격도 떨어졌다.
델이 제공하는 스토리지 관리시스템 컴펠런트 스토리지센터 6.4은 고가의 싱글레벨셀(SLC) 플래시드라이브를 티어1 데이터 기록 전용으로 쓰면서 MLC드라이브로 읽기 작업에 초점을 맞춘 티어2 데이터 저장공간을 구성해 가격대비 용량을 늘릴 수 있게 해줬다. 플래시와 HDD를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구성해 중요도가 떨어지는 데이터는 HDD에 담는 것도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가격은 더욱 떨어진다.
플래시 스토리지 시장은 현재 퓨전IO나 바이올린메모리같은 신생 업체, EMC나 넷앱 등 기존 스토리지 업체들이 어울려 혼전이 펼쳐지고 있다. 2014년 경쟁은 더욱 달아오를 전망이다.
그렇다면 HDD의 종말을 예고하는건 오버액션이다. 사실 전통적인 HDD의 수명도 충분히 길다. HDD는 GB당가격과 성능의 조합으로 매년 클라우드 사업자들로부터 대량 구매 품목에 해당하는 주요 저장 매체로 자리잡았다. 스테이티스틱브레인닷컴에 따르면 HDD의 GB당 평균가격은 1980년 43만7천500달러에서 지난해 0.05달러까지 추락했다. 또 온라인 백업서비스 업체 백블레이즈가 최근 공개한 2009~2013년 HDD구매기록 GB당 가격 환산 그래프에 따르면 지난 2011년 10월 주요 생산지인 태국에서 큰 홍수에 따른 영향으로 이후 HDD 가격 하락세가 주춤하긴 했지만 대세가 꺾이진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새로 등장하는 신기술들도 HDD의 생명력 강화에 기여하는 모습이다. 싱글드마그네틱레코딩(SMR)이라는 기술은 데이터 밀도를 약 2배로 사용 가능하게 해준다.
고용량 SMR드라이브는 이른바 '콜드스토리지'라 불리는 백업, 아카이빙, 용에 적합하다. 쓸 일이 별로 없는 데이터를 저장하는데 적합하다는 얘기다. 그런만큼 개인용 기기보다 기업환경이나 클라우드 사업자 데이터센터에 널리 쓰일 것으로 보인다.
헬륨충전HDD라는 기술도 주목할만 하다. 이 기술은 장치에서 회전하는 디스크 자체의 수명을 향상시킨다. 고용량 저전력 드라이브는 효율을 추구하는 데이터센터에 필수적이다. HGST가 지난해 11월 '울트라스타He6'라는 이름으로 6TB용량의 헬륨충전HDD 제품을 출시했다.
광디스크 수명도 당분간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밀레니아타가 만든 1천년을 가는 4.7GB 'M디스크'는 DVD 디스크 표면에 영구적인 홈을 파는 식으로 기록면을 물리적으로 조작해 데이터를 담을 수 있다.M디스크는 기록면에 유기염료를 사용하는 일반적인 광매체와 달리 온도, 습도, 태양광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1번만 기록해 장기간 보관하는 아카이빙 목적의 매체로 이상적이다. M디스크 10장이 들어간 1팩 가격은 29.99달러다. GB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0.638달러 수준이다.
테이프스토리지 역시 HDD처럼 수십년 이상 쓰였다. 테이프 스토리지도 클라우드 컴퓨팅에도 쓰이는 방향으로 기술이 진화하고 있다.
테이프는 저렴한 가격, 긴 수명, 안정성, 낮은 소비전력과 같응 장점에 힘입어 오랫동안 백업 및 아카이빙 용도로 많이 쓰였다. 그러나 테이프는 저장된 파일에 접근하거나 이를 관리하려면 HDD기반 스토리지에 비해 속도가 느리고 복잡할 수 있다는 게 단점이었지만, 최근에는 개선됐다. ■향후 전망
스토리지 수요는 오직 증가하기만 할 뿐이다. 더 많은 디지털 기기가 더 다양한 데이터를 저장하는 한 필연적인 사실이다. 이는 스토리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의 가치를 강화시킨다. 이들 기술은 기존 용량과 성능을 끌어올리면서 전력 소비와 비용을 절감하거나 이들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이끈다.
앞으로도 데이터 용량이 증가하고 이를 보존해야 하는 규제나 필요가 향후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장기간 백업복구와 아카이빙 기술의 중요성은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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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은 EMC가 2013년 IT관리자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스토리지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을 묻는 설문조사에서도 두드졌다.
조사 결과 백업, 리커버리, 아카이빙이 최우선순위로 꼽혔고, 스토리지 자동계층화 그리고 스토리지 가상화처럼 효율을 중시하는 솔루션도 상위권에 포함됐다.플래시드라이브가 상대적으로 우선 순위가 낮았다. 그럼에도 응답중 절반 이상이(56.5%)이 플래시 기술 도입을 중요하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래시가 스토리지시장에서 주류 영역에 들어섰다는 또 다른 증거로 봐줄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