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CT가 미국 실리콘밸리를 극복하려면…

[지디넷코리아 신년기획-1]한국 ICT, 미국을 넘자

일반입력 :2014/01/01 10:21    수정: 2014/01/02 15:13

송주영 기자

[지디넷코리아 신년기획1]한국 ICT, 미국을 넘자

세계 경제규모 1위, 세계 스마트폰 시장 2위, 세계 인구 수 3위….

미국을 설명하는 수치들이다. 이런 수치를 떠나 미국은 세계 경제를 주름잡는 제국(帝國)이다. ICT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애플, 페이스북, 인텔, 퀄컴, 트위터, IBM,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까지. 미국 기업의 행보는 세계 ICT 산업의 방향을 정한다. 제조 산업의 주도권을 아시아에 넘겨주긴 했지만 여전히 세계 ICT 시장은 미국의 구상 속에 있다.

다행히, 앞으로 급속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을 제외하면 그나마 우리나라가 미국을 추격하거나 견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국가다. 이미 제조 분야에서는 TV 반도체 스마트폰 등에서 우리가 미국을 앞서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ICT 산업이 자동차와 함께 수출 중심인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라 할 때 미국과의 경쟁은 국가의 명운이 걸린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최고의 글로벌 IT 전문 언론사인 지디넷코리아는 한국 굴지의 ICT 기업과 미국 기업의 현재와 미래를 심층적으로 비교하고 분석하는 신년기획 시리즈를 내보낼 예정이다. 이 시리즈는 스마트폰, 반도체, 인터넷 서비스, 게임, IT서비스, 보안 등의 분야에서 '한미 두 나라 최고 기업 사이의 경쟁력 비교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서쪽에서 시작한 ICT, 이제 동쪽부터?

주지하듯 지금까지 세계 ICT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해 동쪽으로 퍼지면서 지구의 문화를 장악해왔다. 마이크로소프트트가 도스와 윈도로 컴퓨터 기술과 문화를 수출했듯 애플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통해 모바일 문화를 주도했다. 그 영향은 지금까지도 막대하다. 또 페이스북, 트위터 열풍은 인터넷을 타고 온라인 문화를 바꿨다. 인텔, 퀄컴은 반도체를 통해 PC와 서버 그리고 스마트폰과 태블릿 제조 업체들을 호령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한국과 중국으로부터 시작된 바람도 만만치 않다. 멀지 않은 미래에 세계 ICT 시장에서 동북아 주도권이 확연하게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우리나라에도 이제 세계 1위 기업과 아이템이 늘어나고 있다. 삼성, LG전자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TV 시장에서, LG전자는 가전시장 세계 1위 업체다. 윤부근 삼성전자 CE부문 사장은 지난해 초 CES2013 행사에서 “TV는 경쟁자가 없다”는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1, 2위를 다툰다. 삼성전자 반도체는 감히 넘볼 수 없는 메모리 시장의 독보적인 1위 업체다. SK하이닉스는 엘피다 합병으로 덩치가 커진 마이크론과 2위를 다투는 사이가 됐지만 삼성전자 다음의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을 움직인다.

■‘패스트팔로워’ 아닌 ‘퍼스트무버’ 돼야

하지만 1등 기업과 품목이 나와도 늘 불안하다. 시장을 완벽히 주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계 시장의 판을 바꾸고 흐름을 뒤집는 주도형 기업 사례가 아직 없는 탓이다. 애플의 스마트폰과 태블릿, 아마존의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같은 파괴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결국 한국이 제조를 넘어 세계 ICT 시장을 주도하려면 이제 미국을 극복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미국의 기술 주도력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 특히 '패스트 팔로워'로 머문다면 중국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전자 왕국으로 등극했다가 지금은 급속히 퇴보한 일본의 현재가 미래의 한국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길은 하나 밖에 없다.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그것이다. 물론 쉽지 않는 길이다. 정부나 기업 모두 창의와 혁신을 입에 달고 현실적인 방법론을 찾아내는 데 몰두해야 한다.

미국 라이코스 대표를 지낸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한국의 대표 기업도 변해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이건희 회장의 화두는 여전히 유효하다. 미국의 창의적인 기업 문화와 도전정신을 장려하는 ICT 생태계는 벤치마킹의 제1 요소다. 20대에 창업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전한 사례가 수두룩하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세르게이 브린 등이 모두 20대 창업가로 창의력을 발휘해 글로벌 기업으로 회사를 키운 스타 CEO다.

■우리 기업에도 판 바꿀 희망이 보인다

희망은 있다. 세계 경제가 어려운 와중에도 삼성전자 등 국내 전자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초고속 질주를 하고 있다. 이제 외형과 함께 내용적으로도 애플을 잡고 세계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정부는 국내에서 발목을 잡지 말고 정책적으로 더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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