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번에는 세계 최대 105인치 울트라HD(UHD) TV의 세계 최초 출시 타이틀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다음달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4를 앞두고 나란히 105인치 곡면 UHD TV 신제품을 공개하면서 최초 출시를 내세웠다.
전시회 개막까지는 아직 보름 이상 남았지만 양사는 예년보다 빨리 신제품 공개에 나서면서 바람몰이에 나서고 있다. 100인치 이상의 초대형 스크린을 곡면으로 제작하고 풀HD의 5배 수준인 5K 해상도를 구현하면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차세대 TV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곡면 디스플레이로는 세계 최대인 105인치 곡면 UHD TV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 초 가전전시회 CES 2014에서 이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19일 밝혔다. 지금까지 개발된 곡면 디스플레이의 경우 액정표시장치(LCD)는 65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는 77인치가 최대 크기였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IFA 2013에서 55인치와 65인치 곡면 UHD TV를 공개한 바 있다. LG전자는 곡면 OLED TV는 선보인 적이 있지만 LCD로 곡면을 구현하는 건 처음이다.
양사가 공개한 제품의 사양은 동일하다. 모두 풀HD 해상도의 5배가 넘는 1천100만 화소(5120×2160)를 105인치 곡면 LCD에 적용했다. 여기에 영화제작에 사용하는 시네마스코프 화면비율인 21:9 화면비를 채택해 영화감상에 최적화된 환경을 구현했다. 16:9 화면의 TV를 시청할 때 나머지 5:9 영역에 방송정보나 외부기기 연결 정보 등을 화면 가림 없이 나타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LG전자가 선수를 치고 나왔다. 이날 LG전자가 내년 CES에서 세계 최대 크기의 곡면 UHD TV를 세계 최초로 공개한다고 자료를 배포하자, 삼성전자 역시 당초 예정에 없던 보도자료를 내고 동일한 105인치 곡면 UHD TV를 공개했다. 실제 완제품과 모델컷을 함께 내놓은 LG전자와 달리 삼성전자는 완제품 사진도 준비되지 않아 패널 이미지로 이를 대체했다.
대신 삼성전자는 최고 곡률(휘어진 정도)을 내세웠다. 이날 이 회사가 선보인 105인치 곡면 UHD TV의 곡률은 앞서 출시한 55·65인치 제품과 비슷한 4천mm(R)대다. 반면 LG전자 제품의 곡률은 6천mm다. 곡률 반경이 6천mm라는 것은 휘어진 곡선을 원의 일부라고 간주하고 원을 그렸을때 그 원의 반지름이 600cm라는 것으로 숫자가 낮을 수록 더 많이 휘어졌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더 많이 휘는 것이 기술적으로 더 어렵다”며 기술우위를 강조했지만 LG전자는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LG전자 관계자는 “곡률이 일정 한계를 넘어서면 시청거리가 멀어질 수록 화면이 왜곡될 수 있다”면서 “TV의 경우 여러 명이 동시에 시청하는 경우가 더 많은 만큼 시청거리와 주거환경을 고려해서 최적의 곡률로 설계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삼성전자는 독자 UHD TV 화질 엔진인 ‘쿼드매틱 픽쳐 엔진’을 LG전자는 LG디스플레이와 공동 개발한 TFT 회로 기술을 특징으로 내세웠다. 삼성전자의 쿼드매틱 픽쳐 엔진은 일반 콘텐츠를 UHD급으로 업스케일링 해주는 기술로 깨짐 현상 등을 방지해준다. LG전자는 100인치 이상 화면에 UHD급 해상도를 구현하기 위해 개별 화소를 구동시키는 TFT 회로와 획기적인 광학기구를 설계해 화질이나 시야각 저하 없이 곡면을 구현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같은 신경전을 벌이는 것은 세계 최초 타이틀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기술 우위를 확실히 하고 한 해의 이슈를 선점할 수 있다. 앞서 올해 초 열린 CES 2013에서 두 회사는 곡면 OLED TV로 신경전을 펼친바 있다.
올해 CES가 개막하기 직전 삼성전자는 미디어 대상 행사에서 55인치 곡면 OLED TV를 전격 공개했다. LG전자도 이에 질세라 곧바로 55인치 곡면 OLED TV 3대를 전시관 입구에 나란히 전시하면서 맞불을 놨다.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은 “IFA 2013서 선보인 65인치 커브드 UHD TV에 이어 삼성만이 가지고 있는 차별화된 기술의 집약체인 105인치 커브드 UHD TV를 선보이게 되어 기쁘다”며 “이번 CES에서 소비자 시청환경에 최적화된 진정한 커브드 TV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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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이인규 TV사업담당은 “105인치 곡면 UHD TV로 다시 한번 기술혁신을 이뤄냈다며 “LG의 우수한 디스플레이 기술력을 앞세워 차세대 TV 시장의 주도권을 지켜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대 가전 행사인 CES를 2주 이상 앞두고 예년보다 빨리 여론전이 시작된 것은 그만큼 신기술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면서 “UHD의 경우 완제품 제조사와 디스플레이 업체, 방송사들이 가세하면서 기반이 마련되는 가운데 해외 경쟁업체들에 기술 우위를 확실히하고 차세대 시장을 선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말했다.